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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재림 용사의 복수담~ 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6장 제 1화『각자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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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제 6장『기광』


제 1화 『각자의 사고』


약속을 했다.

슬프면서도 상냥한 약속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걸 지키겠다고 맹세했기에.


——그는 영웅이 되어야만 했다.



“————.”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떴다.

온몸에 축축하게 기분 나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뭔가 옛날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곱슬거리는 금발의 잔향이 눈꺼풀 뒤쪽에 남아 있는 듯한 감각.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에 살짝 눈을 비볐다.

몸을 일으키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통증을 없애려고 시도했다.


“드르렁…….”


옆 침대에서 엘피가 느긋하게 코를 골면서 잠을 자고 있다.

잠버릇이 나쁜 건지, 이불이 침대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배가 고픈 건지, 바득바득 이를 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나 참.”


이 녀석은 좀 더 온화하게 잘 수 없는 건가?

내심 어이없어 하면서 엘피를 보고 살짝 웃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달았다.

어느새 통증은 사라져 있었다.


오늘은 미쉘을 포함한 고아들이 다른 고아원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마르크스에게 복수를 마치자마자 나는 레오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그 중 하나가 미쉘 일행을 얼른 안전한 고아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그 부하들은 처리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사태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이상 사정을 알고 있는 미쉘 일행을 이 도시에 머무르게 하는 건 좋지 않으리라.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더 이상 그 애들을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다.

류자스도 남았고 말이다.


지금쯤 레오가 선별한 성당 기사들이 고아들을 이송하고 있으리라.

안전 확보, 라는 명목으로 상당한 호위병이 따라붙고 있을 것이다.

표면상 아직도 죠지와 릴리, 마르크스는 도주하고 있는 걸로 처리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마르크스 사건 이후, 류자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내가 직접 나서서 수소문을 했지만 찾아낼 수는 없었다.

아마 이미 공격을 시도할 타이밍을 결정해 둔 것이리라.

우리들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한 류자스 일행이 나타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타이밍은, 아마——.”


우리들이 기광 미궁에 들어간 후, 혹은 토벌을 마친 후가 아닐까——하고 나는 예상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들이 만전인 상태에서 공격을 하진 않으리라.

우리들이 체력을 소모했을 타이밍, 혹은 방심하고 있을 타이밍을 노리고 기습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당연히 이미 그 녀석이 시도해 올 공격 대책은 세워 두었다.

포션을 구비해 두는 건 물론이고, 대책을 위해서 마르크스의 저택에서 어느 물건을 가져왔다.

남은 건 실행하는 것뿐이다.


“음……으음.”


엘피가 데굴 하고 몸을 뒤집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침대 밑으로 떨어진 것이리라.


“으극.”


침대 밑에서 신음소리가 들려 온다.

일어났나 싶었지만 금방 코고는 소리가 들려 왔다.

엘피는 아직 일어날 것 같지 않군.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갖췄다.

상실 마술(로스트 매직)을 사용할 수 있는 류자스와 왕국의 정예 「선정자」.

둘의 실력을 고려해 봐도 우리한테 승산이 있다.

기습 공격에 당하더라도 충분히 대처하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레귤러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뚜벅뚜벅.

어두컴컴한 복도에 세 사람의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말로 셋이나 나가도 되는 건가? 여기 남는 건 「비」 혼자가 될 거다.”


낮은 남자 목소리가 복도에 살짝 울려 퍼진다.

곤두선 푸른 머리칼에 언짢아 보이는 삼백안. 살짝 트인 입에서는 늑대처럼 날카로운 송곳니가 엿보인다.

어른의 키 정도 되는 크기를 지닌 언월도를 짊어 멘 그 남자는 마왕군 사천왕 「왜곡」이다.


“상관 없을 테지. 아르테기아 님이 움직일 수 없는 현재, 그녀보다 더 뛰어난 경비병은 달리 없어.”


「왜곡」의 말에 대답한 건 당당한 풍채의 여자 목소리다.

흐트러짐 없는 짙은 연두색 장발에 손가락이 베일 것만 같은 날카로움을 지닌 두 눈. 입고 있는 군복에는 주름 한 점 없는 걸 보아 그녀의 꼼꼼함이 엿보인다.

산양처럼 뒤틀린 두 개의 짧은 뿔을 지닌 그 여자의 이름은 그레이시아 레바테인. 

마왕군 사천왕 중 한 사람이자 「소실」의 칭호를 갖고 있다.


“흐응, 그러셔. 그래서 그 「비」는 어디 있는 거지? 어디로 보낸 적도 없는데 오늘 아침부터 안 보이더만.”

“……흐음. 나는 보지 못했다만.”


마왕군 사천왕이자 마왕 대리를 맡고 있는 「비」 레피제 그레골리아의 소재에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오늘 아침부터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는 모양이던데요?”


뇌를 녹이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가 대화 도중에 끼어들었다.

목수리의 주인은 안 됐죠, 라고 말하며 쿡쿡 웃었다.


복도 가장 뒤쪽을 걸어오던 그 목소리의 주인은 하이 엘프 여성이었다.

곱슬거리는 금발을 찰랑이며 유쾌하다는 듯이 스텝을 밟는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건 청순함이 느껴지는 순백의 드레스다.

온화한 인상을 주는 커다란 은빛 눈동자에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작은 입술. 도시에서 보게 된다면 동성마저 뒤를 돌아보게 될 법한 아름다운 용모.

「성광신」 멜트의 재현이라 말하더라도 믿어버리게 될 것만 같은, 궁극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녀의 이름은 루시피나 에밀리오르.

「천천(天穿)」의 칭호를 지닌 마왕군 사천왕이다.


“음, 또 도진 건가?”

“아앙? 그 녀석, 어디 몸 안 좋은 구석이라도 있냐?”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가 아파 온다던데요?”

“흐음—.”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얘기하는 세 사람이지만, 그 원인의 절반은 그들에게 있다.

이곳에 레피제가 있었더라면 “당신들 때문이거든요!” 라고 소리 쳤을 게 틀림없다.


“그럼 뭐, 어쩔 수 없구만.”


길다란 복도를 빠져 나가자 그곳엔 야외가 있었다.

세 사람은 마왕성 바깥쪽으로 나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내려다 봤다.


그곳에는 대량의 마물이 서 있었다.

사나운 야수의 울음소리, 귀청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용의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줄과는 별개로 마족이 서 있다.

등에 날개가 나 있는 자, 머리에 뿔이 난 자 등등 제각각이다.


“그럼. ——마왕군(우리들)을 위협하는 「용사」와 「전 마왕」을 사냥하러 가 볼까.”


어두컴컴한 구름에 뒤덮인 하늘 아래, 인간이 아닌 자들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정말로 「용사」 아마츠키 이오리는 기광 미궁으로 가는 걸 테지?”


선정자 로브를 두른 신경질적인 남자가 의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남자의 이름은 해럴드 레벤스.

왕국의 정예 부대, 선정자의 「제 1석」을 맡고 있는 마술사다.


“그래, 틀림없다. 네가 말한 대로 감시를 계속해 봤다만, 그놈들은 미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더군.”


해럴드가 노려보는 도중 갈라진 목소리의 남자가 대답했다.

검붉은 머리칼을 뒤로 넘긴 50대의 남성. 짙은 붉은 눈동자에는 굶주린 맹수 같은 맹렬함이 엿보인다.

궁정 마술사에게 주어지는 검은 로브를 입은 그 남자의 이름은 류자스 길번.

과거 영웅과 함께 마왕과 싸우고, 세계 최강의 마술사라고 불렸던 「대마도」다.


“게다가 지금까지 그놈들의 발자취로 보아 놈들은 명백히 미궁을 토벌하고 있더군.”

“흥, 그렇군. 그럼 류자스 공은 계속해서 그 두 사람을 감시해 주시게.”

“……그래.”


업신여기듯이 콧방귀를 뀌더니 해럴드는 얘기를 끝마쳤다.

아무리 「대마도」라고는 해도 이미 과거의 유물.

현재 왕국을 지탱하고 있는 건 바로 「선정자」, 자신들인 것이다.

그런 자부심에서 해럴드는 류자스를 깔보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실패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건지 류자스는 얌전히 그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훗.”


감시 명령을 따르는 류자스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더니, 해럴드는 다른 선전자들을 쳐다봤다.


“이오리 아마츠키는 용사이면서도 그 역할을 방기했다. 왕국을 배신하고, 국보를 훔쳤으며, 더군다나 마족과 행동을 함께하고 있다. 그 남자는 이미 용사라 부를 수 없도다.”


로브를 펄럭이며, 해럴드가 선언한다.


“따라서! 우리들 선정자가, 아마츠키 이오리에게 천벌을 내리겠다——!!”


아마츠키 이오리는 금방 깨닫게 되리라.

왕국을 적으로 돌린 것에 대한 공포를. 그 역할을 방기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우리들의 선정에서 벗어난 것을 후회하고, 지옥에 떨어져야만 할 배신자.


“자, 종말의 시기가 다가왔다!”


그렇게 말하며 해럴드는 웃었다.


그리고,


“——그래.”’


류자스가 남몰래 그 말에 동의했다.


“——끝내 주겠어. 전부 말이지.”


제각각 다른 사고를 품으면서.

1초, 또 1초. 그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