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3장 제 13화『흉악한 물의 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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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죽음의 늪』
제 13화 『흉악한 물의 마장』
1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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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스 하베루크.
귀신족 중에서도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물 마술에 특화된 물귀신.
귀신족을 대표해서 용사 파티로 들어왔던 과거의 동료.
그래.
나를 배신한, 과거의 동료.
내가 가장 복수하고 싶어한 상대 중 한 명이다.
――이 이상, 동족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아마츠, 나랑 너하고 같이 싸우자.
맨 처음 만났을 때, 디오니스는 동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나한테 말했다.
휩쓸리기만 했을 뿐이었던 나는 그런 확고한 의사를 가진 디오니스한테 동경심을 품고 있었다.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고 싶다고 하는 이상에도 디오니스는 찬성해 주었다.
그런 멋진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하겠다고.
그렇게 말해줬다.
같은 목표를 위해서 같이 싸운 소중한 동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신뢰는 어이없이 박살났다.
마왕성에서의 전투.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동료들의 배신.
디오니스는 기습으로 내 가슴을 꿰뚫었다.
그리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마왕을 약하게 만들고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시점에서 네 역할은 끝난 거라고.
――용사의 힘이 없더라도 이 뒤에는 류자스한테 마력을 나눠주면 마왕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야.
――이걸로 네 역할은 끝이라는 거지, 이해가 가?
그때 있던 일은 지금도 꿈으로 꾼다.
그때까지 등을 맡기며 싸워왔던 동료가 악의를 드러내면서 나를 비웃었으니까.
같은 목표를 가지고 싸웠던 게 아닌가, 하는 내 말을 듣고 디오니스가 말했다.
――꿈은 자면서 꾸는 편이 낫지 않으려나아?
이게 디오니스의 본심.
그때까지 내 의견에 동의하고 네 힘이 되어 주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던 건, 전부 날 속이고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상을 부정한 건 상관없다.
지금 나는 그때의 자신이 얼마나 어설펐는지 이해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기회로 삼고, 이용하고, 볼일이 끝났다며 비웃으면서 날 내버린 건 용서할 수 없다.
마왕군의 스파이든, 아인이든, 상관없다.
비웃으면서 날 살해한 이 빚은 반드시 갚는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
“잠깐 물러가 있어.”
디오니스가 그렇게 말하자 주변에 있던 마물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이렇게 해서 마물을 다룰 수 있다는 건 전에 엘피한테 들었던, 마왕한테 인정받고 있다는 소리겠지.
“……큭!”
30년 전하고 거의 변하지 않는 미남을 가장한 그 표정을 보고 머리가 분노로 새하얘진다.
검을 휘두를 것 같은 자신을,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꽉 쥐어 분노를 죽인다.
그래.
분노에 몸을 맡겨 움직인다 하더라도 저 녀석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
그리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건 나 혼자만 그런 게 안디ㅏ.
엘피의 부하는 디오니스한테 살해당했다.
분노를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
“……오랜만이구나, 물귀신. 용사 파티였던 남자가 물의 마장이라니, 웃겨 주시는군.”
“안녕, 엘피스자크. 나한테도 여러 사정이 있어서 말야. 그것보다, 놀랐어. 루시피나의 봉인에서 빠져나왔구나. 축하해.”
공중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디오니스가 짝짝 하고 박수를 친다.
즐거운 듯한 표정의 음색이지만, 바보 취급하는 게 여실히 전해진다.
“흥. 그 정도의 봉인으로 나를 계속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냐? 꽤나 얕보이고 있었군 그래.”
“아아, 미안? 마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소중한 부하의 목숨도 빼앗기고, 그 끝에는 몸이 뿔뿔이 흩어진 패자한테는 그 정도의 봉인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공중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면서 디오니스가 엘피를 도발한다.
하지만, 엘피는 살짝 눈을 좁혔을 뿐으로 그 도발은 흘려들었다.
그에 비해, 디오니스는 살짝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엘피한테서 시선을 뗐다.
가짜 같은 기분 나쁜 미소가 나한테 향해졌다.
“너도 말이야. 오랜만인 건.”
“……뭐라고?”
“시치미 안 떼도 돼. 그 지하실에서 있던 일은 전부 알고 있어.”
오래된 친구한테 보내는 듯한 미소로 디오니스가 말했다.
“――오랜만, 아마츠.”
……그런 그가.
지하실이라는 건 올리비아의 저택을 말하는 거겠지.
그 물의 안구는 디오니스가 날린 마술이었던 것이다.
“그 여자(올리비아)가 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일단 감시해 봤는데 말이야. 거기서 너희들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
올리비아는 마물을 다뤄서 미궁을 토벌하려고 했었다.
그걸 알고 관찰하고 있던 디오니스의 마술에 우리들이 비춰져 버렸다는 소리인가.
“내가 입힌 상처는 전혀 안 보이고, 모습도 옛날이랑 다르다, 인가. 응응, 그렇구나, 오르테기아의 계책이 뒷면으로 나온 것 같네.”
“……오르테기아의 계책이라고?”
“아차. 아니야, 신경 안 써도 돼.”
실언했다는 듯이 입을 막고는 디오니스가 미소 짓는다.
그 동작이나 태도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의외의 인물하고 재회했다는 정도의 반응이다.
이상하게 여기는 나를 보고 디오니스가 양팔을 벌리면서 말했다.
“너도 다시 한 번 만나서 기뻐, 아마츠.”
“……그래.”
그에 대한 대답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나도 마찬가지야, 디오니스. 나도 너를 만나고 싶었어.”
어떻게, 괴롭혀 줄까.
어떻게, 배신한 걸 진심으로 후회하게 만들어 줄까.
어떻게, 자신이 틀렸다는 걸 사죄하게 만들까.
그리고,
“어떻게, 너를 죽여줄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복수 대상이 어슬렁어슬렁 찾아와 줬단 말이지.
이렇게 고마운 얘기는 또 없다.
“무슨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수고가 줄었다. 여기서 부하의 원수를 갚도록 할까.”
그렇게 말하면서 엘피도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온몸에서 마력을 뿜어내고, 이미 전투태세에 들어가 있다.
“복수하고 원수를 갚는다고? 미안한데, 그런 건 흥미 없어. 나는 그냥 오해를 수정하려고 왔을 뿐이야.”
철없는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말투.
“『아마츠는 최강의 용사』라던가 그런 말이 있지, 인간 주제에 말이야. 정말이지, 웃을 수 없는 오해란 말이지. 너 같은 게 최강이라니 말야. 그래서, 그 오해를 계속 수정해 주고 싶었거든. 너를 짓뭉개고, 내가 최강이라는 걸 말야!”
거기서 태도를 확 바꾸고, 가짜 같던 미소를 지우고 악의가 여실히 전해져 오는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디오니스가 소리쳤다.
그리고, 디오니스도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디오니스의 신호에 따라 주변의 마물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물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디오니스랑 싸우는 건 조금 성가시지만, 요령에 따라서는 싸울 수 있다.
저 녀석의 전투력은 30년 전의 것이긴 하지만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다.
서로 마주보고, 당장에라도 전투가 시작되려고 할 때였다.
“아빠……아빠…….”
“――――윽!”
그 타이밍에, 등 뒤에서 아빠의 사체에 달라붙어 있는 소녀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존재를 깨닫고 그때까지의 고양감이 흩어진다.
디오니스의 등장에 완전히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신경 쓰이는 거야?”
동시에, 디오니스의 얼굴이 비웃음으로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하하하!!”
공중에 뜬 상태에서 디오니스가 팔을 치켜든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 주변에 엄청난 숫자의 물의 구체가 형성됐다.
그리고 그 직후, 미소를 지우지 않고 디오니스가 팔을 기세 좋게 내리쳤다.
“――――큭!”
엄청난 수의 물 탄환이 비처럼 쏟아진다.
그 물 탄환의 궤도가 우리들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소녀한테 향해져 있었다.
판단할 틈조차 없다.
소녀를 끌어안고 그곳에서 달려나갔다.
“……칫.”
뭘 하고 있는 거냐, 나는.
디오니스는 누군가를 감싸면서 싸울만한 상대가 아니다.
“으아아아아…….”
내 품 안에서 소녀가 울고 있다.
싸우는 데 방해가 된다.
버려야 한다.
――울고 있는 이 소녀를?
“……큭!”
그 이전에, 나는 어째서 이 소녀를 구했지?
복수할 때 도움이라도 되는 건가.
디오니스를 죽이는 데 필요한 전력이라도 된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버려야 할 텐데.
“……어째서냐.”
나는 이를 악물었다.
무의식 중의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소녀를 지키는 이유 따윈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비참하게 죽는다 하더라도 버려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여전히 상냥하네. 근데 말야, 그럴 여유, 있긴 한 거야?”
“큭!”
의식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조소 섞인 디오니스의 목소리.
바로 뒤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하――크악!”
폭발의 충격으로 등을 얻어맞고, 의식이 날아갈 뻔 했다.
혀를 깨물고 어떻게든 의식을 유지했다.
“자! 얼른 안 달리면 그 애가 죽어버린다구?”
나를 막아서는 마물들의 옆으로 빠져나가 계속해서 거리를 둔다.
나를 쫓아오는 파괴는, 마물들도 가차없이 집어삼킨다.
연속해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마물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그걸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디오니스의 거슬리는 폭소가 등 뒤에서 들린다.
“아아……!”
소녀의 비명.
남자의 사체가 있던 곳에도 폭발이 쏟아져 내린다.
볼 필요도 없이, 남자의 몸은 이미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겠지.
“아……빠, 아빠, 아아아아악!!”
소녀는 내 품에 안겨 있으면서 그 광경을 보고 말았다.
품 안에서 소녀가 울부짖으며 날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물 탄환을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아.”
소녀의 머리에 마력을 흘려넣어 의식을 날렸다.
소녀는 힘을 잃고 품 안에서 잠에 들었다.
……의식을 잃게 만드는 게 아니라 버려야 할 텐데.
“정말로 약해졌구나, 아마츠. 이 정도의 공격에서 소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니 말야.”
그렇게 디오니스가 비웃으며 다시 물 탄환을 날리려고 한 타이밍에서,
“――『마안・회신폭』”
마찬가지로 물 탄환을 버텨내면서 마력을 모으고 있던 엘피의 마안이 작렬했다.
우리들하고는 다른 쪽으로 이동하고 있던 엘피의 공격이 웃고 있던 디오니스를 집어삼킨다.
위장의 마력 부여품을 장착한 상황에서 날릴 수 있는 최대급 일격이다.
진홍빛 섬광이 시야를 뒤덮는다.
폭풍이 거칠게 몰아치고 대지가 흔들린다.
“어떠냐……!?”
엘피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하아…….”
연기가 사라지더니 상처 하나 없는 디오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몸을 물의 방벽이 둘러싸고 있는 게 보인다.
저걸로 엘피의 마안을 완전히 상쇄시킨 건가.
“있잖아, 엘피스자크. 엘피스자크 기르데갈드. 그 정도의 폭격으로 나한테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러면 어지간히 나를 얼간이로 보고 있었다는 거구나. 그 마안, 썩은 거 아냐?”
“……화력 부족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엘피가 디오니스한테서 거리를 둔다.
그리고 『위장의 팔찌』를 벗으려고 했을 때였다.
약간 짜증난 표정을 지은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겼다.
“큭, 무슨……!?”
“엘피……?”
그 직후, 갑자기 엘피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꿇었다.
잘 살펴보니,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에 깊숙이 한 자루의 검이 꽂혀 있는 게 보인다.
거리는 충분히 있었고, 애초에 디오니스는 아무런 무기도 쥐지 않고 있었을 텐데.
디오니스가 뭘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봐, 아마츠. 동료가 위험한데 안 구해도 되는 거야? 아니면 마족이라고 버릴 생각이야?”
무릎을 꿇고 멈춰있는 엘피를 향해서 디오니스가 물 탄환을 날리려고 한다.
“……큭!”
소녀를 껴안은 채로 한손을 가방으로 집어넣어 마석을 쥐었다.
『파괴 마술(브레이크 매직)』을 사용해 디오니스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을 때였다.
“아니다! 노리는 건 너다, 이오리!”
엘피의 고함소리.
동시에, 디오니스가 손가락을 퉁겼다.
나한테 등을 돌리고 있는데, 공중을 떠 있던 물 탄환이 내 등 뒤를 향해서 발사된다.
“――――”
쓰러지듯이 뒤로 도약하면서 마석을 던진다.
달려드는 물의 탄환과 마석이 닿는 것과 동시에, 『파괴 마술』을 발동시켰다.
도약만으로는 폭발 범위에서 다 벗어나지 못하고, 불타는 듯한 바람에 얻어맞았다.
“크, 헉……!”
땅에 처박혀 호흡이 멈춘다.
불탄 피부가 따끔따끔 하고 아프다.
소녀를 감싼 탓에 제대로 낙법을 취할 수 없었다.
흐릿한 시선으로 어떻게든 디오니스의 모습을 찾아냈다.
“안타깝지만, 자고 있을 틈은 없다구?”
고통으로 인해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디오니스가 마술을 행사하는 게 보였다.
이 타이밍에서는 피할 수도 없다.
――성능을 낮춘 마 훼 봉 살(이르 아타락시아)로 막아낼 수밖에 없나.
그 위력 가지고는 상쇄시키는 건 무리겠지만.
데미지를 입을 각오를 했을 때였다.
“――하아아아앗!!”
허벅지에서 검을 뽑아낸 엘피가 디오니스한테 달려들었다.
――『마완・괴열단(壊裂断)』
다섯 개의 마력의 손톱이 디오니스한테 달려든다.
물의 탄환의 표적이 나한테서 엘피로 바뀌었다.
손톱과 물의 탄환이 격돌하더니,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칫…….”
“크, 윽……!”
서로 폭풍으로 인해 떠밀린다.
엘피는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우리들 쪽으로 물러났다.
“……무사하냐, 엘피.”
“어떻게든 말이다.”
다리의 상처는 이미 아물어있다.
팔하고 머리 외에는 분신체이기 때문에 마력을 넣으면 재구성할 수 있다고 전에 말했다.
“저 물귀신, 지금까지 싸웠던 마장들하고는 격이 다르군. 썩어도 전 용사 파티라는 건가.”
“……전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냐.”
엘피가 『위장의 팔찌』를 벗고, 내가 껴안고 있는 이 소녀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승산은 없다.
하지만…….
그걸 알아챈 건지,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있잖아, 아마츠. 그 애를 버리면 어때? 계속 감싸고 있으면 제대로 싸울 수도 없잖아?”
“……필요 없어. 너 따위는 이 상태라도 충분히 싸울 수 있어.”
억지다.
전력을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있잖아.”
자신의 갈색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만져대면서 디오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눈썹을 찌푸리며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너는 대체, 얼마나 바보인 걸까?”
“……뭐라고?”
“그렇게 잔인하게 배신당했는데 아직도 사람을 구하려는 거냐? 30년이나 지났는데, 전혀 성장하지 않았잖아.”
“……아냐.”
아니다.
단언컨대 아니다.
나는 사람을 구하고 있는 게 아냐.
그런 물러터진 생각은 이미 버렸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이용할 거라고 마음 먹었다고.
“그럼, 왜 그 애를 안 버리는 건데?”
“……그, 건.”
그래.
어째서 나는 이때가 되어도 이 소녀를 버리지 않는 거지?
방해만 될 뿐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오리, 귀를 기울이지 마라.”
사고가 중단됐다.
엘피의 손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배신자의 허언 따위, 들을 가치도 없다. 뭘 진지하게 상대하고 있는 거냐, 멍청한 놈.”
“……어, 어어.”
“냉정함을 잃지 마라. 적을 똑바로 봐라. 앞을 봐라.”
머리를 흔들고 쓸데없는 생각을 버린다.
전장에서 하는 망설임 따위, 자살 행위 그 자체다.
“너는 그 애를 끌어안고 최대한 대처를 해라. 내가 저 녀석의 공격을 막으마. 그 틈에――”
“아, 미안. 그・거・는, 무리야!”
얘기 사이로 끼어들면서 디오니스가 손을 내리쳤다.
다시 날아드는 대량의 물의 탄환.
“――――큭!”
엘피의 마안으로 탄환을 떨어트리면서, 마 훼 봉 살(이르 아타락시아)로 방어한다.
하지만, 디오니스는 전혀 공격을 늦추지 않는다.
이쪽이 도망칠 수 없는 걸 알고, 소녀를 껴안은 나를 중점적으로 노리고 있다.
강제적으로, 방어로 몰리고 말았다.
포션을 마실 틈조차 없어서 그저 마력과 체력이 갉아먹힌다.
엘피도 『위장의 팔찌』를 벗을 수가 없다.
이윽고.
“――컥!”
“큭!”
방어가 부서지고 눈앞에서 물의 탄환이 폭발했다.
충격에 휩쓸려 땅을 굴렀다.
엘피도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거짓말이지이? 야야, 아무리 그래도 전 용사랑 전 마왕이 이렇게 약하다니, 대체 뭔 농담 따먹는 소리야? 곤란한데. 여러 준비를 해 왔으니까 말이지.”
디오니스가 팔을 들어 올린다.
“아직 안 죽일게. 일단 그 애를 너희들 앞에서 죽이고 나서, 잔뜩 놀아 줄게.”
그리고, 물의 탄환이 쏘아지고――――.
“――안 늦었다……!”
우리들을 둘러싸듯이 결계가 생겨났다.
◆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어깨를 들썩거리는 여자를 봤다.
그 뒤에는 무장을 한 여러 명의 병사들이 모여있다.
결계를 펼치고 우리들의 목숨을 구한 건――――
“……카렌, 씨.”
언젠가 있던 일을 떠올렸다.
옛날, 궁지에 몰렸던 우리들을 구해준 남자가 있었다.
붉은 머리칼의 상냥한 남자가.
“오는 게 늦어졌어요. 죄송해요.”
갓슈의 모습이 남아있는 그 여자한테, 나는 또 도움을 받은 건가.
“………….”
불쾌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린 디오니스가 물 탄환을 쏘았다.
눈앞에 전개된 결계에 부딪쳐 연속해서 폭발이 일어났다.
결계가 삐걱이고, 이윽고 금이 퍼져간다.
하지만.
“――――”
파괴가 퍼지는 것보다 빨리 카렌이 새로운 결계를 전개했다.
금이 간 결계 위에서 또 한 층의 결계가 나타나고 물의 탄환을 튕겨낸다.
거친 숨을 몰아내쉬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한 카렌은 결계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응수가 몇 분 동안 이어지고, 이윽고 디오니스의 공격이 멈췄다.
“……아아, 너 알고 있어. 옆 영주한테 아버지를 살해당한 여자지? 마물한테 으적으적 하고 말이야. 네 아빠랑은 면식이 있어서 말야. 그 정이야. 결계를 해제하고 지금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준다면 봐 줘도 되는데?”
결계 너머로도 느껴지는 디오니스의 살기.
카렌의 등 뒤에서 겁에 질린 병사들이 떨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직접 그 살기를 쐬고 있는 카렌도 후들후들 몸을 떨고 있었다.
“……거절하겠어요.”
하지만, 카렌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뭐?”
“저는 레이포드 가문 당주――카렌 레이포드. 영지를, 영주민을, 그리고 소중한 손님을 상처 입히는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그 등에 확실히 갓슈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어차피 그거잖아? 부모님이 남긴 걸 지킨다, 그게 내 사명이니까―같은 거 말야. 아―아. 꼴사납다니까. 죽은 사람이 남긴 거에 매달려서 말이야. 나는 너처럼 말야, 주제를 모르는 인간이 제일 싫어. 그러니까, 얼른, 비켜, 인간.”
“안 비켜요. 당신이 뭐라 하든, 저는 이 영지를 지키겠어요.”
“………….”
눈을 감고 디오니스가 입을 다문다.
그 뒤로 “아아, 그래.” 하고 손뼉을 쳤다.
“이 영지하고 영주민을 지키고 싶다, 였지?”
“……윽.”
디오니스의 표정이 추악하게 일그러진다.
그 흉상에 카렌이 숨을 삼킨다.
“그럼, 이렇게 할까?”
공중에 떠 있던 디오니스가 민가의 지붕에 착지하는가 싶더니, 크게 도약했다.
도약한 곳은 미궁 쪽.
그 너머에 커다란 대좌가 설치되어 있었다.
“……설마.”
그 대좌 위에 놓여 있는, 사람 머리 정도 크기의 무지개색 돌.
디오니스는 대좌를 파괴하더니 그 위에 있던 돌을 집었다.
“――이거,『요석』이라는 거였지? 미궁을 봉인하는 데 필요한 마력 부여품이잖아? 이건 내가 몰수할게. 그딴 결계는 언제든지 파괴할 수 있지만, 귀찮으니까 말야.”
휙휙 하고 돌을 핸드볼처럼 던져대면서,
“알고 있으려나? 죽음의 늪 미궁에는 대량의 독늪이 들어있단 말이지. 생물이 죽음을 맞이하고, 식물이 시들어 죽고, 모든 걸 죽이는 독의 늪이.”
과장 섞인 몸짓으로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매우 즐겁다는 듯이, 상냥하게 미소지으면서 디오니스가 선언했다.
“――그 독으로 된 늪을 이 영지에 흘려보내 줄게.”
◆
“그게 싫으면 나를 멈추러 미궁으로 오면 돼. 딱 거기 있는 두 명 정도가 적당하지 않으려나?”
일방적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디오니스는 폭소를 하면서 모습을 없앴다.
남은 건 짐승한테 씹어먹힌 것처럼 심한 상처 자국이 남아있는 대지와,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
“……그럴, 수가.”
시야에 펼쳐져 있던 결계가 스윽 하고 사라졌다.
그것과 동시에, 몸을 떨어대면서도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던 카렌이 무릎을 꿇었다.
병사들이 달려갔지만, 카렌은 그걸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창백하고 구슬 같은 땀이 배어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구조와 피난을 시키도록 하죠.”
휘청휘청 일어서면서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로 카렌은 척척 지시를 내렸다.
그걸 따라 병사들이 움직인다.
그 뒤에 바로 우리들은 치유 마술로 치료를 받았다.
그때, 사정을 설명하고 껴안고 있던 소녀를 병사한테 건넸다.
빠른 걸음으로 떠나가는 병사.
그 등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겨우 몇 분 만에, 가족을 잃어버린 소녀.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 사체가 유린당하는 걸 보고 말았다.
소녀의 정신 상태는 어떻게 되고 말았을까.
“――어이, 이오리.”
거기서 가볍게 머리를 얻어맞고 제정신을 차렸다.
뒤를 돌아보니, 험악한 표정의 엘피가 서 있었다.
“나도 전력을 내지 않았다만, 너는 너무 붕 떠 있었다.”
“……그래, 미안.”
“복수 상대가 그랬던 것도 있을 테지만…………, 그 애 때문이냐?”
“………….”
너무 정확히 알아맞춰서 할 말이 없다.
“전투가 일어나면 그런 희생은 나오고 만다. 너는 그걸 잘 알고 있을 텐데.”
“……그게 아냐. 나는 그때.”
어째서 그 애를 버리지 못했던 건가.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카렌 씨가 있는 곳으로 가자.”
“………….”
엘피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알겠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따라왔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카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카렌을 찾다가, 반파된 민가 뒤쪽에 한 사람이 서성거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등을 향해 말을 걸었다.
“카렌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렌이 뒤를 돌아보더니,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표정은 창백하다.
공허한 눈을 짓고 있다.
“……괜찮으세요? 안색이 나빠요.”
“……네? 아아.”
하늘을 올려다 본 채로, 멍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카렌 씨?”
“제 가문은.”
가냘픈 목소리로 카렌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 미궁의 봉인을 계속 이어왔어요. 아버님은 그걸 명예롭게 여기고, 어머님이 그걸 지탱하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
“그래서……아버님하고 어머님이 사라져서……제가 착실히 미궁을 봉인해야 했었어요.”
카렌이, 머리를 감싸쥔다.
“그런데, 미궁 봉인의 명령은 취소가 되고, 요석은 빼앗기고……! 제, 제가! 제가 제대로 했어야 하는 건데!”
벅벅, 하고 카렌이 머리를 쥐어뜯는다.
“카렌, 씨…….”
남겨진 자신이 영지를 지켜내야만 한다.
그 중책에 카렌은 짓눌릴 것처럼 되어 있었다.
“제가 영지를 지켜야만 하는데…….”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미궁 봉인의 명령은 취소되고, 영주가 됐다.
그 뒤에, 물의 마장한테 습격을 받고.
평범한 정신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가……미궁을 봉인해야, 하는데……!”
억누르고 있던 게 터져나온 건가.
카렌의 눈동자에서, 뚝뚝하고 눈물이 흘러나온다.
“――――”
――엄청난 수의 우는 얼굴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통곡을 내뱉으며 우는 소녀의 모습.
여기 온 이유는 “올리비아의 문제를 해결한 보수를 받는다.” 라고 말하려고 온 걸 텐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머리를 감싸쥐는 카렌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이오리, 씨.”
다른 한 손을 카렌의 어깨에 올려둔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카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이제, 미궁을 봉인할 필요는 없어요.”
“네……?”
뭔가를 생각한 것도 아닌데, 멋대로 말이 튀어나왔다.
“디오니스는――물의 마장은 저희들이 쓰러트릴게요.”
“――――”
“그러니까……이제 괜찮아요.”
안심시키는 듯한 말투로 나는 단언했다.
“하, 하지만……그건, 너무 위험해요!”
“저희들은 모험가에요. 전에 알고 지내던 모험가가 말했던 게 있어요. 여기서 『모험』안 하고 어쩌냐, 라고 말이죠.”
“이오리 씨…….”
“미궁은 저희한테 맡기고, 카렌 씨는 카렌 씨가 할 수 있는 걸 해 주세요.”
“어째서…….”
떨리는 목소리로 카렌이 물어봤다.
“어째서……그렇게까지 해 주시는 건가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 해결의 보수로 미궁에 들어가겠다, 이 한마디만 하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쓸데없이 입을 놀리고 있는 걸까.
“……, 저는 갓슈하고……그리고, 카렌 씨한테도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그 은혜를 갚고 싶다……라는 걸로 해 두세요.”
그 말을 남기고 나는 카렌한테서 등을 돌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간다.
내가 향하는 곳은 죽음의 늪 미궁이다.
“……꽤나 날을 세우고 있군 그래?”
옆을 걸어가던 엘피가 농담하듯이 말했다.
“당연하지. 어찌 됐건, 복수 상대가 바로 앞에 있는 거니까 말이야.”
말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말해 버렸지만,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복수다.
기다려라, 디오니스.
금방 죽이러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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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 부분이 안 보여서 길어져 버렸습니다.
읽기 힘드시다면 재구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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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1시간 20분 걸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