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1장 제 10화『정체를 간파하는 혜안』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재림(再臨)
제 10화 『정체를 간파하는 혜안』
깊은 바다 속에 잠겨있는 듯한 감각.
그걸 지각한 순간, 의식이 위로 떠올라갔다.
이윽고 천천히 눈을 뜬다.
“……아야!”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몽롱하다.
오랜만에 그동안 느낀 적 없던 근육통과 마력 결핍의 증상이다.
“여긴…….”
위를 올려다보니, 딱딱한 암석으로 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미궁의 풍경이다.
아무래도 나는 미궁에서 누워있었던 듯하다.
아아, 그런가.
흙의 마장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마력이 다 떨어져 의식을 잃은 건가.
그런 생각이 미쳤을 때, 바닥에서 자고 있던 것 치고는 머리 부분이 괜히 부드럽다는 걸 깨달았다.
부드럽고, 탄력이 있고, 따뜻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엘피스자크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일어났나.”
“우와앗……!?”
아무래도 나는 이 녀석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던 것 같다.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
“……아니, 무릎베개를 해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말이야.”
“설마, 내팽개치고 갈 수도 없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아니, 고마워. 살았어.”
전이진으로 가는 길을 막는 방해물은 이미 사라졌는데도 엘피스자크는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녀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음. 내가 무릎베개를 해 줬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자랑으로 삼아도 좋다.”
그리고, 엘피스자크는 여전했다.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듣고 몸의 상태를 확인한다.
몸은 무겁지만, 움직일 수 없을 정도까진 아니다.
마력도 자고 있는 동안에 어느 정도 회복한 모양이다.
“………….”
여전히 용사의 증표 대부분의 기능은 잃어버린 채다.
하지만, 미궁핵을 흡수한 건 완전히 쓸모없던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마력은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이거라면 마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하급 마술은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뭐가 어쨌든, 그 용을 쓰러트려서 무엇보다 다행이다. 나 혼자로는 녀석의 숨통을 끊지 못했을 테지.”
고맙다, 라고 엘피스자크가 말했다.
“……아니, 도움을 받은 건 나야.”
사실은 그렇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권리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 한 번, 엘피스자크를 배신하려고 했었으니까.
“흙의 마장의 마술을 막았던 방패, 그건 나도 놀랐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엘피스자크는 유쾌하게 행동하고 있다.
마 훼 봉 살(이르・아타락시아)
다시 되새겨봐도 어떻게 그 마술을 사용할 수 있던 건지 모르겠다.
한 번 더 꺼내보라도 해도 이젠 무리다.
대체 그건 뭐였던 걸까.
“맞다. 그걸로 생각난 건데 말이다.”
가벼운 말투로 엘피스자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날아든 말에 나는 얼어붙게 된다.
“――너, 아마츠로군?”
◆
“너…….”
허를 찌른 그녀의 말에 몸이 경직됐다.
아마츠, 라고 한 건가.
내가?“
“역시나.”
……아뿔싸.
내 반응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는 엘피스자크를 보고 실패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변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큭……!”
앉은 채로 엘피스자크한테서 거리를 뒀다.
마족한테서 보자면 “아마츠”는 우리들이 말하는 “마왕”하고 똑같은 존재다.
정체가 들통 나면 그냥 끝나진 않을 것이다.
“깜짝 놀랐군……. 꽤나 갑작스럽구나, 너.”
라고, 생각했지만.
엘피스자크는 움직이지 않고 멀리 물러난 나를 보고 눈을 둥글게 뜨고 있었다.
“내가 공격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건……그런데. 반대로 왜 공격해 오지 않는 거야.”
“일단 말이다, 공격하려고 해도 너한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려서 설 수 없다.”
“………….”
뭘까.
뒤로 물러난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지금의 나한테는 너하고 싸울 이유가 없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마왕군에서 빠져나와 있으니까 말이다.”
“………….”
정말로 그녀한테 적의는 없는 것 같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적의가 있었다면 기절하고 있는 동안에 죽였을 것이다.
무릎베개 같은 건 절대 해 주지 않겠지.
“……언제부터 눈치채고 있던 거야?”
“흙의 마장의 일격을 박아냈을 때로군. 네 마력은 아마츠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나 정도 되면 마력으로도 알 수 있지.” 라며 엘피스자크가 기세등등하게 말한다.
“꽤나 모습이 바뀌어 있어서 눈치 채지 못했다. 정말이지, 너하고 나 사이니까 만났을 때에 말을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서로 죽이려고 했던 상대한테 너하고 나 사이가 있겠냐.
“하지만, 오랜만이구나 아마츠. 마지막에 만났던 게 30년 전인가?”
“네가 입힌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 라며 엘피스자크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아마츠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꽤나 친근하다.
“설마, 그 상태에서 살아남았을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랐지.”
“……뭐 그렇지.”
살아남았다, 라기보다는 정신을 차려보니 살아 남아 있었다, 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려나.
“나도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마츠도 꽤나 약해져 있는 모양이구나. 옛날의 너였다면 저런 용 따위 순식간에 쓰러트릴 수 있었겠지?”
“약간 사정이 있어서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됐어. 이 미궁에는 마력을 되찾으러 온 거야.”
“아아, 그렇군. 미궁핵을 사용했던 건 그런 연유에서였나.”
“결국 부족했지만 말이야.”
미궁핵 하나로 부족하다는 건 상당히 귀찮다.
대체, 어느 정도의 마력을 필요로 하는 건지.
“그 뒤로 상당히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용사로써 싸우고 있는 것이냐?”
“……아니.”
용사의 증표는 여전히 팔에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용사가 아니다.
“엘피스자크. 가능하다면 아마츠가 아니라 이오리라고 불러 줘. 그 이름은 이미 버렸어.”
“영웅 아마츠”는 이미 죽었다.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고 싶다는 무른 이상은 이미 없어졌으니까.
“……그런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이오리라고 부르마.”
내 태도를 봐서 별로 옛날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건가.
엘피스자크는 과거에 대해 이것저것 건드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아아, 그런가.
이 녀석은 내가 동료한테 배신당한 걸 보고 있었지.
뭐가 어쨌든, 적의가 없다면 그걸로 좋다.
“이봐, 이오리. 너는 이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앉아 있는 채로 엘피스자크가 물어본다.
“……이 앞으로, 인가.”
이번 목적은 미궁핵이었다.
손에 넣는 건 성공했지만, 결국 마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감각으로 봐서 미궁핵을 손에 얻는 건 방법으로써는 정답이었다.
문제가 되는 건 필요한 마력의 양.
완전히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마도 앞으로 2, 3개의 미궁핵이 필요할 것이다.
내 목적은 배신한 녀석들에 대한 복수.
우선 류자스의 말의 진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걸 위해서 마력 부여품을 보물 창고에서 훔쳐온 것이지만, 그곳에서 류자스한테 사용하지 못했던 건 분했다.
“……다른 나라로 가서 여기랑 마찬가지로 미궁을 공략하려나.”
복수에 대한 건 덮어두고, 그녀한테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흙의 마장 바르길드는 전에 싸웠던 흙의 마장보다 훨씬 성가신 적이었다.
다음 미궁을 공략하려고 갈 때는 장비를 갖추는 것 외에도 뭔가 계책을 세울 필요가 있겠군.
“호오….”
“……뭐야.”
내 말을 듣고 엘피스자크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우연이구나, 이오리여. 실은 나도 미궁에 볼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냐, 잘 됐네. 그럼 나는 저 흙의 마장한테서 비늘이나 채취할 테니까.”
“기다리거라.”
도망치려고 하던 걸 엘피스자크가 팍 하고 붙잡았다.
제기랄, 이 무슨 괴력이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오리여. 방금 전 싸움의 활약을 평가해서, 하루 세 번 식사를 만들어주는 걸로 나하고 동행하는 걸 허가하마.”
“거절한다.”
“에!?”
예상도 하지 못했다, 같은 말을 꺼내고 싶은 표정으로 엘피스자크는 경악의 목소리를 질렀다.
아니, 같이 싸우기는 했지만 미궁 밖에서까지 따라오는 건 역시 귀찮다.
“그, 그럼 하루에 두 번 식사하고, 손톱을 깎아주는 걸로 동행을”
“됐어.”
“그렇다면, 하루에 한 번 식사하고 손톱을”
“필요 없어.”
상당히 끈질기군, 이 녀석…….
“내가 좋다고 말하고 있는 거란 말이다!?”
“대체 누가 말하는 건데.”
“마왕님이다, 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녀석.
전투 중에는 엄청나게 위압감 있는데, 평소에는 왜 이렇게 안타까운 걸까.
같이 싸워준 일에는 감사하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어울려 줄 수는 없다.
떼를 쓰는 엘피스자크를 내팽개치고 나는 흙의 마장의 사체 쪽으로 향했다.
“앗, 기다려라 이오리!”
대형 마물한테서는 좋은 재료가 손에 들어온다.
그대로 팔아도 비싸게 팔리고, 가공하면 튼튼한 무기나 갑옷을 만들 수도 있다.
이 정도로 거대한 용이니까 상당히 좋은 소재가 손에 들어올 것이다.
깊은 상처가 있으니까 그 부분부터 잘라내면 채취하는 게 가능하다.
비늘이나 이빨, 등등 좋은 무기가 될 것 같은 부위는 통째로 가져간다.
그 중에서도 마물의 심장부라고 하는『마결정』은 무척 좋은 게 손에 들어왔다.
이걸 사용하면 저 보검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마결정을 손에 들고 가방에 넣으려고 했을 때였다.
“타악!”
자기가 효과음을 내면서 엘피스자크가 마결정을 빼앗았다.
그대로 벽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는가 싶더니 경이적인 도약력으로 도약했다.
내가 닿지 않는 높이에서 팔을 벽에 꽂아버리고 벽에 매달렸다.
“흐흥, 흙의 마장인 만큼 꽤나 좋은 마결정인 것 같구나! 이오리! 이걸 돌려받고 싶으면 나와 함께 가자!”
“시끄러워 돌려 줘.”
“싫다!”
“아아 진짜, 너 꼬맹이냐!”
뭐냐고 대체!
“난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궁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단 말이다! 너도 미궁에 용무가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같이 가도 되지 않느냐!?”
엘피스자크가 아이가 떼를 쓰는 것처럼 벽에 매린 채로 이리저리 손발을 휘두른다.
이 모습으로 봐서 말하는 대로 해 주지 않으면 마결정은 돌려줄 것 같지 않다.
절대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약해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가능하면 장비는 최고급으로 갖춰두고 싶다.
저걸 가져가는 건 역시 분하다.
“……알겠어. 일단, 얘기를 듣지.”
“진짜냐!?”
“그래.”
얘기는, 말이지.
얘기를 듣고 적당히 빠져나가자.
“그러니까 일단 내려와 줘.”
“음, 알겠다.”
엘피스자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
“아니, 얼른 내려 오라고.”
뭘 벽에 매달린 채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이오리. 하나, 너한테 말해야만 할 일이 있다.”
“……뭔데.”
“음, 사실은 말이다. 내려갈 수 없게 됐다.”
진지한 표정으로 엘피스자크가 말했다.
“……내려줘, 이오리.”
머리를 감싸쥐고 한숨을 쉬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