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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3장 제 4화『내 연인은 고블린』

『큐빅』 2016. 2. 13. 00:32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3장 제 4화 『연인은 고블린』


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둘 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야, 야, 바스……너, 너, 지금, 뭐라고 했었냐……?”


어떻게든 그 말만 입에 담는 타츠미. 곁눈질로 힐끔 하고 옆에 앉아있는 칼세드니아를 살펴보니, 아직까지 멍한 표정으로 바스를 바라보고 있다.

그 정도로 방금 전 바스가 꺼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슬슬 나도 결혼하려고 해서 말이야.”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확실히, 방금 전에도 그는 똑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장소는 평상시에 사용하는 신전의 정원. 거기서 평상시처럼 점심을 먹고 있던 타츠미 일행은, 바스의 갑작스런 결혼 선언에 무심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그게……너……연인 같은 거……있었냐……?”


듣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이었지만, 지금 타츠미한테는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당사자인 바스도, 딱히 기분이 상한 듯한 기색도 없이 술술 말을 이었다.


“어라? 말 안 했던가? 나랑 그 녀석은 소꿉친구인데 말이야. 내가 고향 마을을 나왔을 때, 그 녀석도 같이 이 왕도에 왔었거든. 그래서, 나는 신전에서 하급 신관으로써 아슬아슬하게 채용됐고, 그 녀석은 왕도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어.”


바스가 하는 얘기에 팔불출의 기색은 없다. 그저, 담담히 사실을 알리고 있을 뿐.

하지만, 팔불출의 기색은 없더라도 기뻐하는 기색은 있다. 그가 얼마나 그 소꿉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그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너랑 똑같이 상급 신관도 됐고, 정식으로 신관 기사도 됐으니까. 이제 슬슬 가정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거기서 부탁이 있는데, 하고 말을 이어나가면서 바스는 칼세드니아를 보았다.


“괜찮다면, 칼세드니아 님한테 우리들의 결혼 의식의 입회인을 부탁할 수 없을까요?”

“제, 제가……말인가요?”

“네. 일개 신관에 불과한 제 결혼 의식에,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한테 입회인을 부탁하는 제 억지라는 건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녀석……제 소꿉친구가 칼세드니아 님의 엄청난 신봉자라서요. 지난번에도 『<<성녀>> 님이 우연히 가게에 오셔서, 근처에서 <<성녀>>님 봐 버렸어』라면서 엄청 기뻐했고요. 저희들의 결혼 의식 입회인을, <<성녀>>님한테 부탁하고 싶다는 게 오래전부터 그 녀석이 품어왔던 꿈이거든요.”


바스는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꾸벅 하고 기세 좋게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그 녀석의……나나우의 꿈을 이뤄 주세요!!”


칼세드니아는 무심코 옆에 있던 타츠미를 보았다. 타츠미도 또한, 칼세드니아를 보고 있었다.

서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알겠어요.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두 분의 입회인을 맡을게요.”

“저, 정말인가요!?”

“네, 물론이죠. 그러니까……바스 씨가 사랑하시는 분인 나나우 씨를, 한 번 만나게 해 주실래요?”


이때, 타츠미는 확실히 보았다.

칼세드니아의 루비 같은 눈동자에, 반짝반짝 하고 호기심의 빛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역시, 그녀도 한창 때의 여자. 다른 사람의 연애담에는 흥미가 있는 것 같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다 같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뭐?”


무심코 얼빠진 목소리가 타츠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정도로, 바스가 꺼낸 말은 예상외였다.


“내 소꿉친구……나나우는……사실, 그, 그게……고블린이야.”


어딘가 쑥스럽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바스. 하지만, 타츠미는 그것보다도 다른 게 훨씬 더 신경 쓰였다.

고블린.

틀림없다. 바스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타츠미도 고블린은 알고 있다.

판타지 계열 소설이나 게임에는 반드시 나온다고 해도 좋을, 정석 중의 정석의 몬스터. 게다가, 대부분은 초반에 등장하는 잡몬스터 취급.

피부 색은 녹색이거나 잿빛이거나 갈색이거나, 제각각 다르지만, 번들거리는 커다란 눈과 아이 정도 되는 키를 가진 요괴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외견도 추악하며 머리도 매우 커다랗다. 강자한테는 설설 기고 약자한테는 세게 나오는 비겁한 성격.

줄줄이 튀어나와서는, 서걱서걱 하고 썰려나가는 킹 오브 잔챙이.

그게 타츠미의 지식에 있는 고블린이었다.

그런 고블린을 좋아한다고, 바스가 확실히 말한 것이었다.


“그, 그게…….”


뭐라고 말을 꺼내면 좋을까. 타츠미는 고민했다.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뭐,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말이야, 하고 말하면 좋은 걸까. 아니면, 여기선 확실히 별난 취향이구나, 하고 말하는 편이 좋은 걸까.

머리를 끙끙 싸매던 타츠미는 옆에 있던 칼세드니아를 향해 조원을 요청하는 것처럼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도 또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타츠미를 보고 있었다.


“그, 그게요……바스 씨? 정말로 그 나나우 씨라는 분은……고블린인 건가요……?”

“네, 맞아요. 제 고향 마을 근처에는 고블린들의 촌락이 있었거든요. 옛날부터 저희 마을은 그 마을이랑 이것저것 연이 있었죠.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어느새인가 알게 되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거에요.”


칼세드니아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바스도 눈치 챈 거겠지.

그는 다시 신전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더니, 말을 수습하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뭐, 저도 이종족과 하는 결혼이 별로 좋은 시선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녀석이랑……나나우랑 하나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신가요……알겠어요. 두 분이 서로 사랑하신다면야, 반드시 서바이브 신님의 가호와 축복이 깃들겠죠.”


성인을 꼭 쥐면서, 칼세드니아는 서바이브 신에게 바치는 기도의 말을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나중에 타츠미가 칼세드니아한테서 물어보니, 이 나라에서는 이종족 결혼은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같다. 그녀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건, 그게 원인이었다던가.

종족이 다르면 수명에 많은 차이가 나거나, 생활 방식이 크게 다르거나, 아이가 생기지 않는 등, 실로 많은 문제를 껴안게 된다.

특히 왕후 귀족 사이에서 이종족 결혼은 완전한 금기로, 아인 애인이나 첩으로 삼는 경우는 있어도, 정실로 삼는 경우는 일단 없다.

그래도, 서민 사이에서는 아주 가끔씩 이종족 사이에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한테서는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걸 이해하고 난 뒤에 하나가 된다는 소리니 그만큼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래. 그럼, 나도 바스랑 그 나나우 씨를 응원할게.”


타츠미는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하필이면 고블린과 결혼한다고 하는 바스한테 마음속으로 남몰래 <<용사>>의 호칭을 바친 타츠미였다.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둘 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바스는 그 뒤에 곧바로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를 나나우라고 하는 고블린 여자와 만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고블린이라는 존재에 흥미가 이끌린 타츠미와, 바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이 자극당한 칼세드니아는 바스를 따라 왕도 안을 걸어갔다.

그리고 바스가 어느 술집 앞에 도착했을 때.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 술집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던 것이다.


“어……그 나나우 씨가 일하고 있다는 음식점이라는 게……정말로 여기……냐?”


간판을 올려다보면서 타츠미는 바스한테 물었다.


“어, 그런데? 말 안했던가?”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올려다보는 그 간판. 그곳에는 틀림없이 〔엘프의 쉼터〕라고 적혀 있었다.

익숙한 모습으로 문을 밀고 들어가는 바스를 따라,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요즘엔 완전히 익숙해진〔엘프의 쉼터〕의 안. 2,3층에 있는 숙박 시설에는 아직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1층에 있는 술집에는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도 종종 드나들고 있다.

가게 안 카운터에 있던 엘이, 타츠미 일행이 왔다는 걸 눈치 채고 미소를 지었다.


“어서오세요, 타츠미 씨, 칼세 씨. 오늘은 바스 씨도 같이 오셨네요.”


아무래도 엘은 바스가 타츠미와 칼세드니아랑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던 모양이다. 어쩌면 여기서 일하고 있다는 나나우라고 하는 고블린한테서 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타츠미는 문득 의문을 느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들락거렸던 〔엘프의 쉼터〕이긴 하지만, 거기서 고블린 같은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가게 주인인 엘이 엘프인 탓인지, 이 가게에는 아인 종업원이 약간이긴 하지만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고블린은 본 적이 없다.

그 사실에 타츠미가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술점 한구석에서 기운찬 목소리가 드려왔다.


“아앗! 바스 군!! 저, 정말로 <<성녀>>님을 데려와 준 거야!?”

“여어, 나나우! 그러니까 말했잖아? 칼세드니아 님은 내 친구의 부인이라고 말이야.”


작은 체구의 그림자가 폴짝 하고 기세 좋게 바스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고, 그걸 바스가 단단히 받아냈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타츠미. 그 옆에서는 칼세드니아가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짓고 있다.

그녀가 기뻐 보이는 이유는, 바스가 연인한테 자신을 “친구의 부인” 이라고 소개해 줘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그런 칼세드니아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타츠미는 바스의 품 안에 있는 인물을 빤히 바라봤다.

키는 바스의 가슴 언저리까지. 갈색 피부에 어깨 길이까지 잘라낸 살짝 곱슬이 섞인 은색 머리카락.

동글동글한 커다란 눈동자는 신비한 느낌이 나는 금색. 그리고 이마에는 작은 두 개의 뿔이 돋아나 있다.

외견으로 보이는 나이는 인간으로 치자면 13, 14살 정도일까. 타츠미의 감각으로 따지자면, 중학생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성인 여자의 몸매를 갖고 있다는 건, 종업원의 제복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도 일목요연했다.

칼세드니아나 엘과는 또 다른, 말괄량이 미소녀 같은 인상의 그 소녀.

확실히 그녀는 이 가게에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외견을 보고 아인의 한 종류라는 것도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종족이, 판타지의 나오는 정석 중의 정석인 그것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저, 저게 이 세계의 고블린……?”


멍하니 중얼거리는 타츠미. 그런 타츠미를 보고, 엘이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지금 타츠미 씨의 그 심경. 저도 이쪽 세계의 고블린을 처음 봤을 땐, 그야 엄청나게 깜짝 놀랐다니까요. 특히 제 고향 세계의 고블린은 일본 사람들이 상상할 법한 고블린 그 자체였으니까요.”


게다가, 엘의 얘기에 따르면 나나우는 이미 고블린 종족에서는 어엿한 성인이라고 한다.

이 세계의 고블린은 남자도 대부분 나나우 같은 외견으로, 이마에 난 뿔은 있거나 없거나. 뿔이 있는 경우에도 하나이거나 두 개이거나 등등, 개인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던가.


“고블린이라고 하면, 남자도 여자도 모두 아름답기로 소문난 종족이에요. 그 외견 탓에 나라에 따라서는 노예로써 심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살짝 슬프다는 듯한 칼세드니아의 목소리. 확실히 성인이 돼도 소년 소녀의 모습에 아름다운 외견을 가졌다면,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한테 있어선 매우 탐나는 보석 같은 존재겠지.

고블린들이 노예로써 “고급픔” 취급을 받을 것은 타츠미라도 간단히 상상할 수 있었다.

랄고필리 왕국에도 노예는 있지만, 이 나라의 노예는 죄를 범했거나, 빚을 갚지 못했을 경우나, 먹을 게 궁해 스스로 몸을 팔았다, 같은 이유 때문에 노예가 된 것이지, 억지로 납치당해서 노예가 된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뒤쪽 사회에서는 비합법적인 노예를 다루는 노예 상인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의 노예 밀수업자가 암약하고 있을 가능성도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눈앞에서 바스와 즐겁게 장난치고 있는 나나우라고 하는 고블린 소녀.

그녀한테는 그런 슬픈 운명이 영원히 찾아오는 일 없이, 바스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 줬으면 좋겠다고 바란 타츠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