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3장 제 15화『그 계통, <물고기>』

『큐빅』 2016. 4. 27. 23:53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3장 제 15화 『그 계통, <물고기>』


주변에 흘러넘치는 푸른 마력.

그 마력빛 속에서 미루일의 그림자가 이형의 그것으로 일그러진다.

이윽고 마력빛이 튕겨져 사라졌을 때, 거기엔 한 마리의 어인이 있었다.


“…………그, 그러니까…………바, 반인어……?”


칼세드니아한테 응급 처치를 받은 타츠미가 그 모습을 보고 그런 말을 했다.


“저, 저건 《짐승화》 마법의 일종……굳이 말하자면, 《어인화》라고 해야 할까요……?”


칼세드니아도 또한 잘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계통은 아마, <물> 계통의 하위 파생의 일종으로, <물고기> 계통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상위 파생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하위 파생 같은 것도 있는 건가……게다가 <물고기>라니…….”


과연 그걸 계통이라 불러도 되는 건가, 하고 칼세드니아한테 부축을 받으며 상반신을 일으킨 타츠미가 고민한다.

잘 보아하니, 어인으로 변한 미루일의 주변에는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의 잔해가 흩뿌려져 있다.


어인으로 변신했을 때 의복 같은 건 사이즈가 맞지 않아져 찢겨나가 버린 것이리라.

어쩌면 사이즈 같은 게 안 맞아서 찢어진 게 아니라, 어인으로 변할 때 방출된 마력의 영향으로 인해 찢어진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일은 사전에 짐을 내던지고, 동료들의 유품을 칼세드니아한테 맡겨뒀던 것이리라.


타츠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어인의 표정 없는 얼굴이 그를 바라봤다.

어인이 어울리지 않게 그 커다란 머리를 까딱인다. 이 상황을 마련해 준 타츠미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할 생각이었던 걸까.

다시 어인이 거대 눈도마뱀을 바라봤을 때, 어인이――아니, 미루일은 쏘아진 화살처럼 거대 눈도마뱀을 향해 달려 나갔다.




기회는 단 한 번.

그건 타츠미가 그녀한테 한 말이었지만, 미루일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거대 눈도마뱀을 처리하지 못하고, 도망치게 내버려 두게 된다면 다시 이 마물을 붙잡는 건 어렵겠지. 인간을 경계한 마물은 이곳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잠복한 다음, 더욱 교활하게 인간을 덮칠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여기서 단숨에 승부를 정한다.


그렇게 결심한 미루일은 땅을 박차 맹렬하게 거대 눈도마뱀을 향해 달려갔다.

그건 마치 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인간을 초월한 그 속도는 《가속》한 타츠미 정도는 아니지만, 거대 눈도매뱀의 속도를 능가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거대 눈도마뱀과의 거리를 죽인 미루일. 거대 눈도마뱀의 품으로 뛰쳐 들어간 그녀는 좌우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나 있는 튼튼하고 예리한 지느러미를 휘둘렀다. 이 지느러미야말로 어인으로 변한 미루일의 무기인 것이다.


타츠미가 얼마나 검을 휘둘러도 아주 약간의 찰과상밖에 입힐 수 없었던 거대 눈도마뱀의 비늘. 그 튼튼한 비늘을, 미루일의 지느러미가 너무나 간단히 찢어냈다.

거대 눈도마뱀의 몸에서 거무튀튀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주변에 남아있던 눈을 물들인다.


기이, 하고 거대 눈도마뱀이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뒤로 크게 도약. 거대 눈도마뱀의 발달된 뒷다리는 한 번의 도약으로 그 거체를 약 10미터나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거대 눈도마뱀과 미루일의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


거대 눈도마뱀이 뒤로 물러난 만큼, 미루일이 그 이상의 속도로 쫓아간 것이다.

다시 거대 눈도마뱀의 입에서 기이 하고 비명이 흘러나온다.

그 목소리는 거리를 벌일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분함인 건가, 아니면 자신을 상처 입히려고 하는 적에 대한 원한인가.

거대 눈도마뱀을 향해 달려든 미루일이 다시 양손의 지느러미를 휘두른다.

오른손의 지느러미는 거대 눈도마뱀의 가슴 부분을 깊숙이 베어냈고, 왼손의 지느러미는 마물의 오른쪽 뒷발을 상처 입혔다.




“……괴, 굉장해…….”


압도적인 어인의 스피드와 파워.

확실히 타츠미의 《순간이동》이나 《가속》에는 못 미치지만, 어인으로 변한 미루일의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위협도는,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자독조차 여유롭게 막아낼 수 있을 만큼이다.


“저, 저렇게 굉장한데……왜 미루일은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던 거지?”

“그야 그렇지.”


타츠미의 의문에 대답한 건 그들한테서 등을 돌리고 있던 자독이다.


“한창 자라나는 여자애가 저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어할 것 같니?”

“아, 아―, 그것도 그렇구나…….”


그 말을 듣고 새삼스레 타츠미는 납득했다.

땅딸막한 몸에 가냘픈 손발, 무표정한 물고기 얼굴에 전신을 뒤덮은 비늘.

그 모습은 확실히 “멋지다.” 라던가 “아름답다.” 라는 표현과는 연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미묘.” 라던가 “기묘.” 에 가깝다.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다니, 젊은 아가씨가 직접 나서서 할 만한 짓은 아니리라.


게다가 이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알몸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또한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인으로 변한 미루일은 정말로 굉장했다.

쌓인 눈이 사라져서 움직이기 편해졌다고는 해도, 너무나 간단히 거대 눈도마뱀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 있는 민첩성, 그리고 튼튼한 거대 눈도마뱀의 비늘도 찢어 벨 수 있는 압도적인 힘.

그야말로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무시무시한 전사. 그게 지금의 미루일이다.


“자, 타츠미 짱. 너도 미루일 짱한테 질 수는 없지 않겠니?”


그렇게 말하며 자독이 내민 건, 방금 전 타츠미가 내던졌던 그의 검이었다.


“타츠미 짱, 너한테는 마지막 임무가 하나 남아 있잖아?”

“……그래. 그러네.”


자독한테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타츠미. 그리고 그는 그를 지탱하고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칼세. 약간이라도 좋아. 체력을 회복시켜 줘. 마지막으로……<마>를 소멸시킬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알겠어요, 서방님.”


타츠미의 요청에 따라 칼세드니아가 주문 영창을 개시한다.

그리고 그 영창이 끝났을 때, 타츠미의 체력은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회복된 것이었다.




거대 눈도마뱀의 고통스러운 듯한 포효가 주변에 있던 나무들을 뒤흔들었다.

오른쪽 뒷다리에 상처를 입고, 그 민첩성이 대폭으로 감소한 마물은 이미 미루일의 적이 아니었다.

채찍 같은 튼튼한 꼬리를 흔들어 봐도, 미루일은 간단히 그 꼬리를 절단한다.

꼬리의 절단면에서 폭포처럼 피를 흘리면서도 거대 눈도마뱀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어인의 몸을 씹어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송곳니가 돋아난 부리처럼 뾰족한 입부리는 어인의 지느러미로 베여 나갔다.

거대 눈도마뱀의 깨물기 공격을 미루일은 등에 달린 지느러미를 세워 반격한 것이었다. 그 결과 마물의 송곳니는 어인의 등지느러미에 패배해, 그 부리 같은 입이 찢겨나가는 결과를 맞이했다.


가슴, 오른 뒷다리, 꼬리, 그리고 입. 신체 곳곳에서 엄청난 피를 흘리게 된 거대 눈도마뱀이 그 거체를 휘청 하고 흔든다.

그때, 어인의 표정 없는 둥근 눈이 번뜩 하고 빛난다.

미루일은 자세를 낮추고 거대 눈도마뱀의 거체 밑으로 파고 들더니, 양손을 교차시키듯이 휘두렀다.

휘익하는 공기를 베는 소리와 함께, 거대 눈도마뱀의 오른 다리가 서걱 하고 날아갔다.


아무리 거대 눈도마뱀이라 해도 다리를 하나 잃어서는 서 있을 수 없다.

결국 소리를 내며 땅에 엎어지는 거대 눈도마뱀. 마물이 그 목만을 치켜 세워 주변 모습을 둘러봤을 때, 그 광경이 붉은 눈에 비춰 든다.

공중을 맴도는 어인의 신체. 어인은 공중에서 몸을 둥글게 말더니, 힘차게 앞으로 회전을 시작했다.

날카롭게 세워진 등지느러미가 마치 회전 톱처럼 바뀌더니, 쓰러진 거대 눈도마뱀의 몸을 향해 낙하한다.


쿵, 하는 낙하음은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뭔가가 절단되는 듯한 드르르륵 하는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살짝 뒤늦게 털썩 하는 낮은 낙하음. 그 정체는 베어 날려진 거대 눈도마뱀의 머리가 조금 떨어진 눈 위에 떨어진 소리였다.




“타츠미!! 마무리는 맡길게!!”


마력이 다 떨어져,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미루일이 소리친다. 당연하게도 지금 그녀는 전라였지만, 그걸 감추거나 부끄러워하고 있을 틈은 없다.

그 미루일의 목소리에 응해, 칼세드니아한테 부축을 받고 있던 타츠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의 눈――감지자인 타츠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쓰러진 거대 눈도마뱀의 몸에서 벗어나는 이형의 도깨비 같은 모습이.


그 모습은 예전에 봤던 아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전신이 30cm도 되지 않는 작은 귀신의 모습이었다.

머리가 커다랗고 뿔은 없으며, 몸이나 손발은 몸에 비해 매우 작다. 아마 예전에 타츠미가 싸웠던 <마>와 비교해 봤을 때, 이 <마>는 「레벨이 낮은」 것이리라.


갑작스레 코앞에 나타난 타츠미 때문인지, 모습 없는 작은 요괴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인간들한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이용해 <마>는 이대로 도망갈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눈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인간은 분명히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틀림없이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작은 요괴가 초조해진 것처럼 아등바등 작은 손발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걸로 이동하는 속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흡!!”


타츠미가 아무 말 없이 황금색 빛이 깃든 검을 휘두른다. 황금빛 검은 아무런 저항도 느끼는 일 없이 작은 요괴의 작은 몸을 간단히 베어냈다.

타츠미한테만 들리는 날카로운 비명을 남기며, 작은 요괴가 공기에 녹아드는 것처럼 사라진다.

그걸 확인한 타츠미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동료들이 있는 곳을 향해 돌아봤다.

동료들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타츠미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타츠미는 동료들의 불안을 없애려는 것처럼 싱긋 미소 짓더니, 오른손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리고 그걸 본 동료들이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는 타츠미의 공격을 받고 사라진 것이었다.




동료들의 표정이 밝아진 걸 확인하자마자 타츠미의 몸이 휘청 하고 흔들렸다.

마력은 둘째 치고 한계까지 체력을 사용한 지금의 그한테 있어선 이미 서 있을 여유조차 없다.

땅에 엎어지는 타츠미. 하지만 그가 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일은 없었다.

어떤 인물이 재빨리 그한테 달려가, 그 몸을 지탱한 것이었다.

그건 물론, 그가 사랑하는 여성――이 아니라.

단순히 칼세드니아보다도 타츠미와 가까운 곳에 있던 그 인물이 쓰러지는 그를 보고 허둥지둥 달려가 지탱해 준 것이었다.


“――――고마워, 타츠미. 네 덕분에 내 동료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었어. 게다가……좀 멋졌어.”


부축한 그의 귓가를 향해, 그 인물――미루일이 타츠미한테만 들릴 법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전설이라 불리는 <하늘> 마법을 사용하고, 거대 눈도마뱀과 싸우는 타츠미의 모습을 보고 미루일은 무심코 시선을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타츠미한테 들렸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극도의 체력 소모로 인해 그의 의식은 이 시점에서 날아가 있었으니까.


“―――――――윽!!”


그런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소리로 나오지 않는 비명이 인다.

정신을 잃은 타츠미를 부축한 채로 미루일이 등 뒤를 돌아보니, 칼세드니아가 매애애우 아름다운, 싱글싱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본 미루일은 등골에 무언가 차가운 게 흘러지나가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어째선지.

미소를 지은 칼세드니아는 그 표정을 무너트리지 않고 성큼성큼 정신을 잃은 타츠미와 그를 부축하고 있는 미루일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타츠미와 미루일이 있는 곳까지 다가오곤, 미루일한테서 살짝 타츠미를 받아 들었다.


“……젊은 여성분이, 그런 차림으로 남자를 껴안아선 안 된다구요? 우후훗.”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로 말하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거기에 풍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박력 같은 것을 미루일은 느꼈다.


“그, 그런 차림이라니……아, 그, 그러고 보니……!”


수수께끼의 압력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미루일은 칼세드니아의 그 말을 듣고 새삼스레 지금 자신이 어떤 차림인지를 떠올렸다.

마법을 사용한 영향으로 인해, 실 한 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 전라 상태. 그런 차림으로 동년배 남자와 부둥켜안고 있었을――정확히는 부축해 주고 있었다, 지만 ――줄은.

상황을 떠올리고 미루일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 그랬지……!! 지금 나, 전라였지……!!”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보니 엘은 아직까지 나무에 기대어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자독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미루일은 새빨간 표정 그대로, 몸을 감추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본다.


“오, 오오오오오옷!! 내, 내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미루일은 허둥지둥 눈 속을 달려갔다. 그 목적지는 여기 오기 전에 길가에 던져놨던 그의 짐이 있는 곳이리라.


“――――서방님을 껴안는 것도, 서방님한테 껴안길 수 있는 것도 저 혼자니까요……!!”


그래서, 볼을 부풀리면서 작은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은 칼세드니아의 목소리는 어느 누구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