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3장 제 14화『미루일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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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제 13화 『미루일의 마법』
“작전을 변경하겠어요.”
<마>가 빙의한 거대 눈도마뱀의 속셈에 곧이곧대로 걸려든 타츠미 일행.
처음에 세운 작전이 실패한 지금, 다른 작전으로 바꾸려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서방님…….”
칼세드니아는 아주 잠깐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결의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타츠미한테 말을 걸었다.
“이렇게 눈이 쌓인 지형 속에서, 저 거대 눈도마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건 <하늘>의 마법사인 서방님뿐이에요. 서방님한테 커다란 부담을 드리게 되겠지만…….”
“알겠어. 할 수 있는 만큼 해 볼게.”
“서방님이 거대 눈도마뱀이랑 직접 대치하고 있는 동안, 저희들은 다른 눈도마뱀을 상대하고 있을게요. 아시겠죠?”
칼세드니아의 말을 듣고 동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눈도마뱀을 쓰러트린 다음, 자독 씨와 미루일 씨는 가능한 한 서방님을 도와주세요. 그리고 마물의 움직임이 둔해졌을 때, 저랑 아주머니가 쓸 수 있는 최대 화력의 마법으로 녀석의 숨통을——.”
“아니, 그건 안 돼.”
칼세드니아가 지시를 내리던 도중, 타츠미가 그걸 가로막았다.
“녀석의 숨통을 끊는 건……미루일. 미루일한테 맡길 거야.”
“내, 내가……?”
깜짝 놀라 자신을 가리키는 미루일을 보며 타츠미가 미소 지었다.
“그래. 동료의 원수를 네 손으로 갚아. 그 기회는 내가 만들어 줄게.”
“아, 알겠어.”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고 생각해. 그때 네 전력의 일격을 그 녀석한테 날리는 거야.”
타츠미의 시선이 거대 눈도마뱀한테 향해진다. 지금, 거대 눈도마뱀과 그 부하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타츠미 일행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다.
타츠미한테는 그 붉게 번뜩이는 눈동자가 함정에 걸린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거대 눈도마뱀이 포효한다.
그와 함께, 거대 눈도마뱀의 주변에 있던 여러 마리의 눈도마뱀이 일제히 타츠미 일행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약한 놈들은 일단 맡겨 둘게!”
등 뒤에서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확인하지 않고, 아니, 끄덕이고 있을 걸 확신하고 타츠미의 모습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타츠미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거대 눈도마뱀의 정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보고, 엘과 미루일이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타, 타츠미 씨의 모습이 사라……?”
“거, 거짓말……지, 진짜로 타츠미는 <하늘>의 마법사……였던 거야?”
무심코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들 옆에서 무기를 쥐고 임전 태세를 취한 자독이 달려 나왔다.
“그럼 안 돼, 둘 다. 멍하니 있을 시간 없다니깐? 자, 손님께서 오고 계시잖니?”
말투는 가볍지만, 자독의 시선은 날카롭다. 그런 그의 날카로운 시선 끝에는 몇 마리의 눈도마뱀이 있었다.
마수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발톱을 드륵드륵 긁어대면서 눈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려오고 있다.
“정말……이쪽은 눈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저쪽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니 불공평하다니까.”
자독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건 평소 그가 보여주는 천연덕스러운 미소가 아니라, 사냥감을 찾아낸 맹수가 지을 법한 사나운 미소.
눈도마뱀의 선두 중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자독한테 덮쳐 든다.
“흐흥. 그쪽에서 와 주다니, 나야 고맙지”
눈 때문에 이동하는 데 부담이 걸린다고는 해도, 상대 쪽에서 다가와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독은 전투 망치 한 자루를 크게 벌려진 눈도마뱀의 입을 향해 내지르듯이 날렸다.
마치 카운터 공격을 날리듯이 입 안에 전투 망치가 처박혀, 눈도마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전투 망치와 머리 부분을 지점으로, 눈도마뱀의 상반신만이 자독 쪽으로 진자처럼 흔들렸다.
자독은 또 한 자루의 전투 망치를 수평으로 휘두르곤, 눈도마뱀의 두 다리를 부러트렸다. 그리고 그대로 전투 망치를 머리 위에서 내리치곤, 눈도마뱀의 목을 양단시켰다.
“우훗. 오늘은 소재 조달이 목적이 아니니까, 마음껏 싸울 수 있다니깐.”
숨통이 끊어진 눈도마뱀한테서 시선을 돌리고, 다음 표적을 찾기 시작하는 자독.
“……꽤나 기합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자독 옆에 서 있던 미루일이 창을 겨누면서 물었다.
“당연하잖니? 타츠미 짱이 우리를 신용해서 이 녀석들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거잖니? 그렇다면 그 신용에 부응해 줘야지. 은혜엔 은혜로. 원수엔 원수로. 그리고 신용에는 신용으로 갚는다. 그게 우리들 쉐이드의 조건이야. 게다가…….”
자독이 힐끔 하고 곁눈질로 등 뒤를 살펴본다.
“기합이 들어가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닌 모양이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건 낭랑한 주문 영창 소리. 물론 그 영창의 주인은 칼세드니아다.
자독의 옆을 빠져나간 눈도마뱀 중 한 마리가 주문을 영창하는 칼세드니아한테 달려 든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전투 중에 적이 다가온다는 상황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칼세드니아는 주문 영창을 끊어트리지 않고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눈도마뱀한테 반격했다.
손 안에서 지팡이를 빙글 하고 회전시키곤, 원심력을 이용해 지팡이로 눈도마뱀의 몸통을 때린다.
우득 하는 메마른 소리가 들리곤, 눈 속에 쓰러지는 눈도마뱀. 쓰러진 눈도마뱀이 몸을 일으키기 전에 칼세드니아의 영창이 끝났다.
지팡이의 끝부분을 눈도마뱀한테 내지르니, 거기서 화염 방사기 같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곤 눈도마뱀의 몸을 태웠다.
보통은 이러한 숲 속에서 <화염> 계통 마법을 사용하는 건 피해야 할 것이다. 화염이 숲에 있는 나무들이나 잎을 불태워 숲으로 불길이 번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 눈이 쌓여있다. 이 계절이라면 숲 안에서 <화염> 계통 마법을 사용해도 불이 번질 가능성은 적으리라.
화염에 둘러싸인 눈도마뱀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다.
그 눈도마뱀한테 마무리를 짓는 것처럼 땅에서 석순 같은 창이 튀어나와 눈도마뱀의 몸을 관통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아뇨, 칼세드니아 씨야말로 굉장하세요.”
지팡이를 거둔 칼세드니아와 두더지처럼 생긴 정령을 데린 엘이 서로 미소 짓는다.
“……나도 노력해야지.”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미루일은 손에 쥔 창을 몇 번 내지르곤, 자기 자신을 북돋았다.
“…………괴, 굉장해…….”
눈앞에서 전개되는 고속 전투.
약한 눈도마뱀을 전부 쓰러트린 미루일은 타츠미와 눈도마뱀의 전투가 어떻게 되고 있나 싶어 시선을 돌리곤, 그 광경을 보고 무심코 중얼거렸다.
눈 위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거대 눈도마뱀. 그야말로 주변 나무들을 발판 삼아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거대 눈도마뱀을, 이 눈 속에서 사람이 쫓아가는 건 불가능하리라.
하지만.
하지만, 여기 그 곡예가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눈을 걷어차고, 나무를 걷어차며 고속으로 날아다니는 거대 눈도마뱀. 하지만 타츠미는 그 거대 눈도마뱀을 웃도는 속도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아니, 속도로 웃돌고 있는 게 아니다. 공간 그 자체를 뛰어넘어 거대 눈도마뱀이 이동할 곳으로 먼저 이동해, 손에 쥔 검을 휘둘러 거대 눈도마뱀한테 상처를 입혀가는 것이다.
자잘한 상처를 온몸에 입으며, 분노와 짜증이 섞인 포효를 내지르면서 거대 눈도마뱀이 뒷다리의 발톱을 치켜든다.
하지만 다음 순간엔 거대 눈도마뱀의 적일 인간의 모습은 사라졌고, 거대 눈도마뱀의 등 뒤에 나타났다.
“————흡!!”
무언의 기합과 함께, 타츠미가 검을 휘두른다. 그 칼날에는 황금빛 마력이 깃들어 잇고, 거대 눈도마뱀의 몸에 닿는 것과 동시에 격하게 작렬한다.
타츠미가 쓸 수 있는 몇 종류의 마법. ≪순간이동≫과 ≪가속≫과 ≪자기 치유≫, 그리고이 ≪마력격(魔力撃)≫.
마법이라기보다는 검술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마력격≫은 도신에 깃든 마력을 상대한테 주입시켜 폭발하게 만드는 것으로, 마력을 내뿜어서 원격으로 공격하는 그런 게 아니다.
하지만 ≪순간이동≫과 ≪가속≫을 사용할 수 있는 타츠미한테 있어선 상대방과의 거리는 별로 상관이 없다.
지금도 도신에 깃든 황금빛 마력이 작렬하더니, 거대 눈도마뱀의 몸이 휘청 하고 흔들린다.
하지만 거대 눈도마뱀의 전신을 뒤덮은 비늘은 매우 튼튼했고, 생명력도 인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질기다.
타츠미가 날리는 검격으로는 아주 약간의 상처밖에 입힐 수 없었고, ≪마력격≫을 이용한 마력 작렬도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다.
전이를 되풀이하지 않고, ≪마력격≫에만 마력을 쏟아 넣을 수 있다면 거대 눈도마뱀의 튼튼한 비늘을 깨부술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순간이동≫을 사용하지 않고 거대 눈도마뱀의 기동력을 쫓아가는 게 불가능한 이상, 어중간한 마력을 주입한 ≪마력격≫ 공격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마력격≫으로 거대 눈도마뱀한테 공격한 다음, 타츠미는 ≪순간전이≫로 칼세드니아의 옆으로 이동했다.
“……카, 칼세, 부탁해……!”
타츠미의 호흡이 거칠다. 격하게 숨을 내쉬며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이 온몸에 흥건하게 배어 있다.
마력은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타츠미지만, 체력 쪽은 그렇지 않다.
마법의 연속 공격을 이용한 격렬한 기동 전투를 되풀이하면, 당연히 체력 소모도 상당해진다.
심하게 들썩이는 타츠미의 어깨를 만지면서 칼세드니아는 ≪체력 부활≫ 마법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타츠미의 체력을 회복시켰다.
“……괜찮으세요?”
“그래, 좋아졌어. 이걸로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크게 숨을 들이 삼킨 타츠미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리고 거대 눈도마뱀의 등 뒤에 나타나더니, 마력을 두른 검을 휘둘러 거대 눈도마뱀을 공격한다.
하지만, 칼세드니아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의 마법으로 체력을 회복시킨다고는 해도,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대로 가다간 타츠미의 체력은 점점 깎여나가, 언젠가 끝을 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사이에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칼세드니아는 타츠미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요점은, 이 일대의 눈이 적어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녀의 ≪화염≫ 마법으로는 이 주변 일대의 눈을 녹이는 건 불가능하고, 타츠미의 전이라도 이렇게 광범위한 눈을 전이시키는 건 어렵다.
타츠미의 전이는 그가 확실히 인식한 것밖에 이동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이 일대의 눈.” 이라는 애매한 건 전이시킬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뭔가 증표가 될 만한 게 있으면…….”
예전에 약초를 채집하러 갔을 때 타츠미는 눈 위에 원을 그리고 그걸 증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때와 똑같은 짓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눈 때문에 이동하기 힘든 상태에선 주변 일대에 원을 그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뭔가……마법이든 뭐든 좋으니까, 눈 위에……표시를 남길 수 있으면……마, 마법……?”
그때, 칼세드니아의 뇌리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아, 아주머니!!”
칼세드니아가 자신의 옆에 있는 엘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녀한테 상담한 것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팔이 무겁다.
그래도 체력을 쥐어짜내, 타츠미는 계속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어중간한 검격으로는 튼튼한 거대 눈도마뱀의 비늘에 튕겨나갈 뿐이다.
타츠미는 ≪순간이동≫으로 거대 눈도마뱀한테서 거리를 두고, 격한 호흡을 몰아쉬었다.
“서방님!!”
거친 호흡을 자아내고 있던 타츠미의 귀에 그가 사랑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면에 있는 거대 눈도마뱀한테서 계속 주의를 기울이며, 곁눈질로 칼세드니아 쪽을 살펴 보니, 그녀가 뭔가를 필사적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뭐지……? 칼세가 뭘 가리키고 있는 거지……?
의문을 느낀 타츠미의 시야 구석에 붉게 반짝이는 빛이 비쳐 들어왔다.
——붉은……빛……?
무심코 타츠미는 그 붉은 빛을 눈으로 쫓고 말았다. 그건 타츠미한테 커다란 틈을 만들게 하고 말았지만, 아무래도 거대 눈도마뱀도 그 붉은 빛을 보고 당황하고 있던 모양이라, 몇 번이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타츠미가 본 붉은 빛은 이 주변 일대를 빙 하고 둘러싸듯이 번쩍이고 있었다. 마치 눈 위에 붉게 번뜩이는 물감으로 색칠한 것처럼.
“서방님!! 아주머니한테 눈에 표식을 남겨달라고 했어요! 눈을……이 눈을 전부 다 이동시켜 주세요!!:
다시 들려온 칼세드니아의 목소리.
그걸로 타츠미는 모든 걸 이해했다.
——그건가! 이 빛은 엘 시의 환각 마법인가!
엘한테 눈길을 돌려보니, 그녀는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읊고 있었다. 아마 이 붉은 빛을 광범위하게 계속 전개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리라.
타츠미는 검을 내던지곤, 힘차게 양 손바닥을 발 밑에 쌓인 눈에 붙였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타츠미의 입에서 힘찬 기합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남아있던 최후의 체력과 있는 모든 마력을 전부 다 사용해서 타츠미는 「표식」으로 그려진 내면의 눈을 단단히 뇌리에 새기고, 대부분을 단숨에 이동시켰다.
타츠미 일행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대량의 눈이 떨어지고, 몇 그루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타츠미 일행과 거대 눈도마뱀이 있던 곳 주변에서 눈이 거의 사라졌고, 어떤 곳은 까맣게 변한 흙이 노출되어 있었다.
눈이 사라져서 땅은 축축했지만, 그래도 눈이 쌓여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다.
“…………미루일!! 나머진……맡겼……다……!!”
타츠미가 축축한 땅 위에 쓰러진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 보더니, 괴로운 듯이 숨을 토해냈다.
서둘러 칼세드니아가 타츠미한테 달려갔다. 자독도 또한 칼세드니아와 함께 타츠미를 향해 달려갔다.
광범위하게 환각 마법을 전개시켜 두고 있던 엘도 근처에 있던 나무로 다가가 기댄 뒤 숨을 몰아 쉬고 있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는 작은 형체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뺨을 만지고 있었다.
“……아—진짜—!!”
그런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타츠미한테서 뒤를 맡긴다는 소리를 들은 미루일은 손에 쥐고 있던 창을 내던지면서 천천히 거대 눈도마뱀을 향해 다가갔다.
“……이렇게 다들 노력해주면, 내가 자독은 아니지만 너희들의 기대에 부응해 줘야 하잖아!”
입으로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그녀의 눈동자에는 확실한 결의와 신념이 번뜩이고 있었다.
“굳이 비장의 수를 남겨둘 필요는 없지! 순식간에 내 동료들의 원수를 갚아 주겠어!”
미루일의 몸에서 푸른 마력빛이 뿜어져 나온다.
마력빛은 미루일의 몸을 감싸더니, 더욱 그 광채를 늘렸다.
푸른 빛이 한층 더 빛난 그 다음 순간, 미루일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그곳에 존재한 것은 한 이형의 존재.
미끈미끈한 비늘에 둘러싸인, 머리가 커다란 살짝 땅딸막한 체형.
그 통통한 몸에서는 가느다란 손발이 뻗어 나와 있고, 그 손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존재했다.
번들거리는 커다란 눈동자. 뻐끔뻐끔하고 움직이는 입과 아가미. 등에 달린 거대한 지느러미.
손목에는 팔꿈치 전체에 달린 거대한 지느러미가 있었고, 그 끝부분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험악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바, 반인어……?"
≪인어화≫.
그것이야말로, 미루일이 쓸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