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2장 제 7화『퍼져가는 소문에 이끌리는 것』

『큐빅』 2015. 12. 26. 18:28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2장 제 7화 『퍼져가는 소문에 이끌리는 것』


“뭐, 뭣이!? <<성녀>>한테……칼세드니아한테 약혼자라고!?”


그 얘기를 그한테 알린 부하한테 향해 그는 경악인지 분노인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이는 20대 초반일까. 살짝 검은색이 섞인 금발에 조심스레 빗질을 한, 상당히 잘생긴 용모를 가진 키가 큰 남자다.

입고 있는 옷도 슬쩍 봐도 비싼 것이라는 게 느껴지는 것들뿐. 그건 즉, 그가 지배 계급――귀족의 일원이라는 걸 얘기하고 있다.


“카, 칼세드니아한테 약혼자……? 트, 틀림없는 것이냐……?”

“예, 예에……. 요즘, 서바이브 신전이나 도시에서 들려오고 있는 소문입니다만……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소문인 것 같습니다.”


주인인 인물의 안색을 살피면서 그 소문을 알린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게, 게다가……이미 칼세드니아 님은 그 약혼자하고 같이 지내고 계신다던가…….”

“뭣――――!?”


남자가 눈을 치켜뜬다.

지금까지 그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구혼을 한 상대――「서바이브 신전의 <<성녀>>」칼세드니아 크리소프레즈.

그 칼세드니아가 자신의 구혼을 받기는커녕 다른 남자하고 약혼을 하고, 게다가 이미 같이 살고 있을 줄이야.

남자는 너무나 엄청난 분노로 인해 잠시라고는 해도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어, 어떤 인물이냐……? 누가 내 칼세드니아를 빼앗은 것이냐……?”

“예……그, 그것이……소문에 따르면, 이국에서 넘어온 평민이라던가…….”

“펴, 평민이라고……? 이 랄고필리 왕국에 대대로 이어져 온, 가르가돈 백작가의 차기 당주인, 이 라라이크 가르가돈의 구혼을 거절해 놨으면서, <<성녀>>가 고른 상대가 평민이라고…….”


쿵, 하고 커다란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진다. 방의 주인인 남자, 라라이크 가르가돈이 근처에 있던 작은 테이블을 힘껏 걷어찬 것이다.

걷어차인 테이블은 기세 좋게 천장에 부딪치더니 가루가 됐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나무 파편을 신경 쓰지도 않고, 라라이크는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저, 저어, 라라이크 님……? 펴, 평민이라 하더라도,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 사제님이 직접 교육하고, 언젠가는 최고 사제의 지위를 그 사람한테 넘기지 않을까 하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겨, 결코 평범한 평민이라는 것은…….”


부하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뻗친 라라이크한테는 들리지 않는다.


“이놈……그 거슬리던 <<자유 기사>>가 신전에서 사라져, 이걸로 <<성녀>>는 확실히 내 것이 될 터였던 것을……평민이라고? 평민이 귀족인 이 나한테서 <<성녀>>를 빼앗았다고……?”


라라이크는 충혈되는 눈을 옆에 있는 부하한테 향했다.


“조사해라!! 지금 당장, 그 평민에 대해 조사하란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성녀>>하고 헤어지도록 손을 써라!! 약점을 붙잡든 폭력으로 위협하든, 돈을 쥐어주든지 방법은 상관없다!!”


주인한테서 명령을 받은 남자는 정말 다행이라는 듯이 쏜살같이 방에서 뛰쳐나갔다. 이대로 방에 머물러 있으면, 라라이크가 어떤 분풀이를 할지 예측할 수 없다.

부하 남자가 사라지자, 라라이크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몸을 맡겨 방 안의 가구를 닥치는 대로 계속 파괴했다.


그의 방은 돈으로 치장한 실로 호화스러운 방이었다.

배치한 가구는 고급품들뿐. 방에 있는 가구들도 모두 다 일류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일품이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예술품들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모아서 나열해 놨을 뿐이기 때문에, 「기품이 넘치다」라는 관점에서는 한없이 멀었지만.


가르가돈 집에서 일하는 하녀나 하인은 날벼락을 맞지 않도록 두려워하며 라라이크 방에 다가가는 걸 망설여 하는 걸 신경 쓰지 않으며 라라이크는 태풍처럼 자신의 방을 파괴했다.

이윽고, 너무할 정도로 호화스러웠던 방은 보기에도 비참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타츠미의 눈앞에 서 있는 건 그들의 교관인 오진 전사장.

지금, 타츠미와 오진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신관 전사들이 매일 단련에 힘쓰는 단련장. 그 단련장 중앙에서 두 사람은 서로 무기를 들고 대치하고 있었다.

타츠미는 신관 전사 견습생의 제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간이적인 가죽제 갑옷과, 완전히 손에 익은 훈련용 검과 방패.

그에 비해 오진은 신관 전사, 그것도 전사장의 지위에 있는 걸 가리키는 성인이 새겨진 판급 갑옷. 그 손에는 손잡이가 긴 전투 도끼를 양손으로 쥐고 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준비는 됐나, 타츠미? 방금 전에도 설명했다만, 맨 처음은 방어에 전념하는 거다?”

“네! 알겠습니다!”


오진의 물음에 기운차게 대답하는 타츠미. 그런 그들을 멀리서 둘러싸는 것처럼 바스나 니즈 삼형제, 선배 신관 전사들까지 침을 꿀꺽 삼키고 타츠미하고 오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칼세드니아의 모습도 있다.

그녀의 진홍 같은 눈동자는 걱정스러워 하는 기색을 띄우며 타츠미를 지긋이 바라보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좋아, 그럼……가마!”


말을 마치자마자 오진이 날아가는 화살처럼 달려가 단숨에 타츠미와의 거리를 좁힌다.

지금, 오진이 사용하고 있는 건 타츠미가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훈련용으로 가검 처리가 된 전투 도끼다. 하지만, 그 무게는 실전용 무기와 다를 바가 없고, 설령 날이 없더라도 제대로 맞으면 그 중량만으로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타츠미는 냉정하게 자신한테 덮쳐드는 전투 도끼의 궤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전투 도끼 궤도 위에 왼손에 장비한 방패를 끼워 넣는다. 타츠미는 방패를 단단히 붙잡으면서 자신한테 내리쳐지는 전투 도끼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지긋이 바라봤다.

다음 순간, 탕, 하는 커달나 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진다. 소리의 원인은 오진의 전투 도끼와 타츠미의 방패가 격돌해서――가 아니라, 오진의 전투 도끼가 타츠미의 발 밑에 있는 땅에 격돌했기 때문이다.


“큭……!”


자신이 날린 공격이 빗나갔다는 걸 이해한 순간, 오진은 뒤쪽으로 크게 물러났다. 그리고 여전히 방패를 쥐고 있는 타츠미를 째릿 하고 노려본다.

확실히 봐주긴 했지만, 그래도 타츠미는 오진의 일격을 피했다.

아니, 방금 전 그건 피한 게 아니다. 흘려보낸 것이다.


방패와 전투 도끼가 접촉하는 순간, 타츠미는 방패를 조작해서 오진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때문에 오진의 전투 도끼는 타츠미의 몸에 닿지 않고 그의 바로 옆에 있는 땅을 도려내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다.


만약 이게 실전이라면 공격을 흘려보낸 순간, 오진은 허점투성이가 된 옆구리에 검이 찔려 있었겠지.

그 사실을 깨닫고, 오진은 남몰래 작게 몸을 떨었다.

무서워 한 게 아니다. 기뻐서 그런 것이다.


――단련 중에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 녀석은 방패를 다루는 게 능숙하군.


아무래도 타츠미는 공격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듯하다.

단단히 방어를 유지하며 적한테서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내고, 그걸로 생겨난 희미한 틈을 놓치지 않고 찌른다. 이른바 반격 노리기가 타츠미의 기본 전술.


지금, 타츠미는 얼굴 밑부분부터 배 언저리까지를 방패로 숨긴 상태로 서 있었다.

몸을 옆으로 두고, 오진하고 상대하는 면적을 조금이라도 더 작게. 왼손 방패를 앞으로 밀어놓고, 그 그림자에 숨는 것처럼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 방패와 몸으로 생긴 더 작은 그림자에 오른손에 쥔 검을 숨기듯이 하고 있다.

오진은 타츠미의 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타츠미의 공격의 초동을 읽기 힘들다.


물론, 반격을 노린 전술도 이 자세도 타츠미한테 가르친 건 오진 자신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대전해 보니, 타츠미의 이 자세와 반격 노리기 전술이 얼마나 성가신지를 통감하게 된다.

게다가, 오진의 특기 무기는 어쩔 수 없이 동작이 커지기 쉬운 긴 손잡이의 전투 도끼다. 동작이 커지게 되면, 어떻게 해도 공격을 읽기 쉬워지게 된다.

게다가, 오진이 공격을 직접 노릴 수 있는 곳은 발하고 정수리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타츠미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곳으로 공격을 날려도 간단히 피해서 틈을 만들어 줄 뿐이다.


――방패를 잘 다루는 녀석이 방어에 치중하게 되면 정말로 성가신 법이군. 하지만 내가 가르쳤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만.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오진은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선생의 마음으로는 제자의 성장은 역시 기쁘다. 게다가, 타츠미는 실로 성실한 제자라서 자신의 지시에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계속해서 단련에 치중했다.


그들――타츠미하고 그 동기가, 신관 전사 견습생으로써 단련을 시작한지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단련 성과는 착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쁜 듯한 미소를 호전적인 미소로 바꾸고, 오진은 회오리 같은 연속 공격을 타츠미한테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 노도 같은 연속 공격도 타츠미는 침착히 막아낸다.

물론, 오진이 봐주고 있다는 걸 타츠미는 알고 있다. 만약 오진이 그럴 마음이 든다면 장비한 방패와 통째로 타츠미의 팔을 파괴하는 건 별 것도 아닐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타츠미는 침착히 오진의 공격에 대처한다.

교관인 오진은 타츠미가 막아낼 수 없을 법한 말도 안 되는 공격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일부러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해 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큰 부상을 다칠만한 공격은 아닐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단련이지, 실전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 단련으로 오진은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타츠미의 그 실력을.

좌우로 덮쳐오는 연속 공격을 방패로 막아낸다.

머리 위로 떨어져 오는 무거운 일격을 방패 각도를 조절해서 옆으로 튕겨낸다.

아래에서 쳐올리는 호쾌한 일격을 뒤로 물러나 넘긴다.

차례차례 덮쳐오는 공격을 막아내면서, 문득 오진의 표정을 살펴 보니 정말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꽤나 실력이 올라갔구나.

아무 말 않고 그렇게 말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타츠미도 마찬가지로 웃었다.

그걸 봐서 그런 것도 아닐 테지만, 그때까지의 맹공을 갑자기 멈추더니 오진이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다음은 네가 덤벼라. 뭣하면, 그 마법이라는 걸 써도 된다고?”


오진의 그 말을 듣고 타츠미는 살짝 움찔했다. 아무래도 오진은 타츠미의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쥬젯페 부근한테서 들은 거겠지.


“알겠습니다. 치코.”

“네, 주인님.”


타츠미한테 불려서 관전하고 있던 칼세드니아가 그한테 다가간다.

지금, 타츠미의 팔에는 쥬젯페한테서 빌린 마력을 봉인하는 마봉구가 장착되어 있다.

이 마봉구는 원래 죄를 범한 마법사한테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용 열쇠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 팔찌는 벗겨지지 않는다. 그 열쇠는 칼세드니아한테 맡겨놨다.


“열심히 하세요!”


열쇠를 사용해 타츠미의 팔에서 마봉구를 벗겨내면서 칼세드니아가 타츠미를 격려한다.


“그래. 하지만, 만약 부상을 당했을 때는 잘 부탁해.”

“네, 맡겨 주세요.”


짧은 대화. 하지만 거기에 담긴 깊은 정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은 이곳에 모인 사람 중에는 없다.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담긴 미소를 지으며 한동안 바라보다가 두 사람은 헤어졌다.

타츠미는 평상시처럼 방패를 앞에 내민 자세를 취했고, 칼세드니아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타츠미를 지켜봤다.


“그럼, 교관님……가겠습니다!”


크게 숨을 들이 삼킨 타츠미가 그렇게 선언한 순간, 그의 모습은 그곳에서 사라졌다.




타츠미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타츠미는 오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우왓!?”


이미 타츠니는 오른손의 검을 쳐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검이 내리쳐지는 것보다 살짝 빨리, 오진이 크게 뒤로 물러났다.


“이, 이게 예하가 말씀하셨던 <<순간이동>>인가……?”


오진이 눈을 깜박거리면서 중얼거렸을 때, 이미 타츠미의 모습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오진이 다시 뒤로 크게 물러난 것과 타츠미가 다시 출현한 건 거의 동시였다.

뒤로 물러난 오진이 있던 공간을 타츠미의 검이 벤다. 그리고, 검을 다 휘두르기 전에 다시 타츠미의 모습이 사라진다.


소멸과 출현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공격을 날리는 타츠미.

때로는 오진의 정면, 때로는 등 뒤에 나타난다. 때로는 바로 옆, 앞쪽 대각선, 뒤쪽 대각선. 사라지고는 나타나 공격을 날리고 또다시 사라진다.

아무리 오진이라 해도 이 마술에는 완전히 방어에 몰리게 됐다.


오진의 무기는 다루기 힘든 대형 양손 도끼다. 그에 비해, 타츠미의 무기는 재빨리 대응하기 쉬운 약간 짧은 검.

오진의 무기의 간격 안쪽으로, 전이를 사용해 간단히 파고들 수 있는 타츠미한테 있어서는 상성이 좋은 상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오진은 전투 도끼를 교묘하게 다뤄 타츠미의 공격을 막아낸다.


타츠미의 기술이 아직 서투르다고는 해도, 연속해서 날아드는 기습 같은 이 공격을 전부 막아내는 오진의 기량도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오진의 표정에서 점점 여유가 사라져 간다.

타츠미가 휘두르는 검격이 점점 그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이 녀석은……?”


타츠미의 이상할 정도로 빠른 그 검속에 오진이 눈을 치켜뜬다.

마법사한테만 보이는 황금빛 마력을 온몸에서 뿜어대면서 타츠미는 더욱 그 속도를 높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