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2장 제 13화『마무리 일격』

『큐빅』 2016. 1. 13. 01:06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2장 제 13화『마무리 일격』


짝짝짝짝짝짝.

박수를 치면서 갑자기 방 안으로 들어온, 좋은 복장을 입은 노부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기쁘다는 듯이 타츠미한테 달라붙어 있는 칼세드니아한테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미안하구나. 그래도 좋은 말이었어. 실제로 귀족을 앞에 두고 그렇게 배짱 있는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새삼스레 그 말을 듣고 타츠미도 자신이 말한 내용이 얼마나 무거운 내용이었는지를 자각했다.

확실히 분노와 그곳의 기세에 휩쓸린 부분은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나라가 상대라도 내 마음을 관철한다」라는 건 역시 너무 크게 나왔다, 라며 얼굴을 붉혔다.


“조, 조금 말을 과하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그, 그래도 저는 이 사람을 내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것만큼은 사실이에요.”

“주, 주인님…….”


황홀하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행복이 가득찬 모습의 칼세드니아. 분명 지금 그녀는 주변 상황이 보이지 않겠지. 노부인――엘리시아 크와로트 전 공작부인은 그런 칼세드니아를 보고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어머. 저 칼세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빼앗아 버리다니. 역시, 너는 상당히 솜씨 좋은 난봉꾼인 것 같구나.”

“네? 네에에에에에에에!? 제, 제가 난봉꾼이요!? 그, 그럴 리가요!! 저, 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여자는 치코밖에 없어요!!”

“치코?”

“아, 그게……치코라는 건 칼세의 지난 생애의 이름……이 아니라, 그, 그게……뭐, 뭐라 하면 좋을지……그,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시죠……?”


칼세드니아를 치코라고 부르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무심코 허둥지둥 대는 타츠미. 그러면서도 타츠미는 눈앞에 있는 노부인이 누구인지, 겨우 그게 신경 쓰였다.

그 노부인은 지금 어쩌고 있냐면, 허둥대는 타츠미가 어지간히 재밌었던 건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쿡쿡 하고 소리를 흘리면서 웃고 있었다.


“어머, 이거 내 이름도 안 대고 있었다니, 실례했어. 전, 엘리시아라고 합니다. 쥬젯페나 칼세랑은 오래된 지인이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아, 네. 저는 타츠미 야마가타라고 합니다. 그런데, 쥬젯페 씨나 치코……가 아니라, 칼세의 지인 분이신가요? 그러면 엘리시아 씨는 왜 이곳에……?”


엘리시아한테 물으면서도 타츠미의 시선은 칼세드니아나 쥬젯페한테 향해져 있다.

오늘 이곳은 타인을 불러들일 만한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쥬젯페나 칼세드니아의 지인이라면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쥬젯페나 칼세드니아가 부른 거겠지.

이리저리 몇 번이나 쥬젯페와 엘리시아를 번갈아보는 타츠미를 보고 다시 엘리시아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우후후후후후후. 정말, 쥬젯페가 했던 말이랑 똑같네. 실제로 이렇게 만나 보니, 너라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아주 잘 이해가 됐어.”

“네, 네에……?”


엘리시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이해를 못하고 타츠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은 말이네, 사위여. 이번 건에는 엘리시아한테도 도움을 받은 걸세. 이 암여우한테는 솜씨 좋은 밀정이 있어서 말이네.”

“어머, 어디 사는 능구렁이가 울면서 부탁을 하길래, 어쩔 수 없이 힘을 빌려준 거라고?”


입으로는 독설을 꺼내면서도 즐겁다는 듯한 분위기의 쥬젯페와 엘리시아. 타츠미는 이 두 사람이 무척이나 친한 관계라는 걸 바로 이해했다.




“크, 크로와트 전 공작부인!!”


그때까지 입을 놀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눈앞에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가르가돈 모자. 

타츠미의 “나라가 상대라도 내 마음을 관철한다.” 라는 선언에 놀라고, 갑작스런 거물의 등장에 놀라고, 그리고 그 거물과 타츠미가 매우 친하다는 듯이 대화하고 있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지만, 겨우 제정신을 차린 쉐나퀄리어는 매우 허둥대며 그 거물――엘리시아의 옆까지 다가오더니 그곳에서 넙죽 엎드렸다.


“부인께서도 들으셨겠지요!? 이 자는 불손하게도 귀족인 저희들……아니, 랄고필리 왕국 그 자체에 반항한 어리석은 자! 게다가, 제 귀여운 아들을 묶는 등등, 얼마나 많은 폭행을 저질러 왔는지! 부디, 부인님의 힘으로 이 어리석은 자에게 벌을 내려 주시지요!!”

“그, 그렇습니다! 이 자는 제 부인이 될 터인 칼세드니아를 협박해서 온갖 걸 강요하고, 게다가 자신의 첩으로 삼으려고 한 괘씸한 자! 부인님은 칼세드니아하고도 친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선 칼세드니아를 위해서라도, 이자들을 당장 처벌해 주시지요!!”


밧줄로 묶여있는 채로 라라이크도 어머니를 따라 엘리시아의 발밑으로 기어가 웅크렸다.

그런 가르가돈 모자를 차갑게 내려다보는 엘리시아. 한편, 타츠미는 엘리시아가 공작이라고 하는, 귀족 중에서도 최고위에 가까운 존재라는 걸 깨닫고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칼세드니아를 협박했다……란 말이지. 정말이니?”


힐끔 하고 엘리시아가 타츠미를 봤다. 그 시선에는 강력한 힘 비슷한 게 깃들어 있었고, 타츠미는 고개를 휙휙 저으면서 무심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런 타츠미를 감싸는 것처럼 칼세드니아가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로 엘리시아의 앞에 섰다.


“부인한테는 전에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저는 제 의사로 주인님……타츠미 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결코 협박 같은 건 당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지금 저는 정말로 행복해요. 타츠미 님이 그렇게까지 확실하게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방금 전 타츠미가 꺼낸 “나라가 상대로 자신의 마음을 관철한다.” 라는 선언을 떠올린 건지, 칼세드니아는 보고 있는 사람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한 극상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타츠미가 너를 협박했다는 둥 그런 헛소문은 안 믿어. 만약 너를 속이려고 했다거나, 협박하려고 했다면, 그렇게 거창한 말은 늘어놓지 않았겠지. 그런데――――”


손녀딸과도 마찬가지인 귀여운 사람의 성장과 행복을 기뻐하며, 눈을 좁히고 있던 엘리시아. 그 엘리시아의 시선의 다시 날카로운 게 감돌더니, 발밑을 기어다니고 있는 두 사람을 내려다봤다.


“협박하고 있던 건……아니, 협박하려고 했던 건 누구일까?”


푸슉, 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라라이크를 꿰뚫는다.


“무, 무슨 소리이신지요……? 저, 저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에서, 다른 사람을 협박하려고 했던 적은 한 번도…….”

“어머, 그러니? 그런데 라라이크……라고 했던가? 당신, 이게 뭔지 알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엘리시아가 꺼내든 건, 성인의 주먹 크기 정도 되는 수정이었다.

불순물이 안 섞인 무색투명한 구형 수정이, 엘리시아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 그건 혹……『모상의 수정(姿写しの水晶)』이 아닌지……?”

“그래, 맞아. 이건 어디 사는 능구렁이의 수집품 중 하난데……여기에 재밌는 게 찍혀있어. 한 번 봐 볼래?”


엘리시아 모상의 수정이라고 부르는 것에 손을 겹치더니, 뭔가 키워드 같은 걸 영창했다.

그러자 그 수정 표면에 어떠한 화면 같은 게 떠올랐고, 동시에 소리도 들려왔다.

이 모상의 수정이라는 마봉구는 영상과 음성을 기록해서 원할 때에 재생할 수 있는, 이른바 비디오 카메라 같은 기능을 가진 마봉구인 것이다.


<――――아직도 타츠미인지 뭔지 하는 젊은 신관을 괴롭힐 수 없었던 것이냐!? 내 주인인 분도 지금 화를 내고 계시단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나도 너희들도 어떻게 될지――――>


모상의 수정에서 나온 영상은 타츠미를 협박하려고 했었던 건달들하고 어딘가 유복한 가문의 하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뭔가 뒤숭숭한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장소는 변두리의 술집인 모양인지, 주변에는 소음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이 대화만큼은 분명하게 대화까지 녹음되어 있다는 건, 꽤나 가까이서 이 마봉구를 사용한 거겠지.

이윽고 영상이 바뀌더니, 다음으로 나온 건 호화찬란한 가구 같은 게 비참하게 박살난 방 안에서, 두 남자가 뭐라뭐라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무래도 천장 쪽에서 촬영한 모양인지, 약간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부감 영상이다. 그래도 방 안에 있는 남자 중 한 사람이, 방금 전 어딘가 하인 같은 남자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남자야말로, 이곳에 있는 라라이크 가르가돈인 게 틀림없었다.


<이놈!! 아직도 그 타츠미인가 하는 신관의 약점을 붙잡지 못한 거냐!? 고용한 남자들은, 언제가 돼야 타츠미라는 녀석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냐!?>

“예, 예에……아무래도 도망치는 것만큼은 엄청난 속도인 모양인지라, 고용한 남자들이 아무리 주변을 뒤져봐도, 가볍게 빠져나와 버리는……>

<변명은 이제 질렸다! 그것보다 얼른 성과를 내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상 안의 라라이크가 눈을 좁히고 부하 같은 하인한테 말을 쏘아댄다.


<우리 가르가돈 가문의 힘을 사용하면, 네놈 따위의 인간 정도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고?>

<아, 알겠습니다, 라라이크 님……!!! 지금 당장 타츠미라고 하는 남자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습니다…!!>


거기서 엘리시아가 영상을 정지시켰다.

지금까지 타츠미가 건달들한테서 계속 도망쳐 왔던 건, 엘리시아의 부하 밀정이 쥬젯페한테서 빌린 마봉구에 이 영상을 기록하고, 라라이크가 한 짓의 확실한 증거로 삼기 위한 시건 벌기였던 것이다.


“분명 당신은……방금 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다른 사람을 협박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는데……내가 잘못 들은 걸까?”

“모, 모릅니다!! 이러한 영상에는 짐작 가는 부분이 없습니다!!”

“마, 맞아요!! 분명 이건 저기 있는 타츠미라고 하는 천박한 남자가, 제 라라 짱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 위해 조작한 게 틀림없어요!!”

“이제 좀 그만두지 못하겠나, 자네들. 마봉구에 수작을 부리는 건, 그 분야의 전문가 정도가 아니면 매우 어려운 건 알고 있을 터인데. 애초에 그 마봉구에 찍혀 있던  건달들은 이 신전의 신관 전사들이 이미 붙잡아 놨네. 어찌됐건 그 건달들은 우리 신전의 신관에 난폭한 짓을 하려고 했으니 말이네. 신전과 그 신봉자를 지키는 건 신관 전사의 책무이기 때문에, 우리 신전의 신관 전사들이 한 짓은 매우 당연한 일일세. 자, 그 불량배들한테서 어떠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 그려.”

“당신들, 자기들이 대체 무슨 짓을 꾸몄던 건지……정말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네.”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엘리시아가 말을 내뱉었다.




“왕국과 신전은 항상 운명공동체. 당신들이 한 짓은, 그 둘의 신뢰 관계를 부술 수도 있던 거야. 그걸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네.”


신전은 왕국에 소속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왕국은 신전한테 어떠한 명령권도 가지지 않는다.

신전도 또한 왕국의 운영에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는다.

표면적인 부분이 많다고는 해도, 그게 두 조직의 입장이다. 하지만 두 조직 사이에는 당연하게도 깊은 연관이 있다.

신전은 나라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는 해도, 전혀 보호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많은 국민들한테 있어서 신을 향한 신봉은 정신적인 지지대이다.


왕국과 신전 두 조직 사이에 깊은 균열이 생기면, 그건 국민들의 나라에 대한 불만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가령 왕국이 신전을 화내게 만들어 버리면, 신전은 그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말겠지. 그리고 그건 단순히 국민들이 기도할 장소를 빼앗는다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전은 기도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의료 시설이나 그 외의 훈련 시설으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다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의 간호나 치료, 신전에서 호신술이나, 계산 같은 이런저런 학문을 가르치는 면도 있다.

만약 신전이 문을 닫아 버리게 된다면, 국민들은 그걸 버텨낼 수 없게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국민들의 분노는 왕국으로 향하게 되겠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나라의 행방 같은 건, 밝을 턱이 없다.

따라서 나라와 신전은 서로한테 양호한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신들이 한 짓은, 그 두 조직의 노력을 짓밟는 것과 마찬가지. 만약 저기 있는 능구렁이……아니, 최고사제님을 진짜로 화내게 만들어 보라고. 신전하고 나라의 관계는 악화되고, 당연히 나라는 그 책임을 당신들한테 물겠지. 그렇게 되면……어떻게 될지 알겠지?”


빙 에둘러 백작가의 소멸을 암시하는 엘리시아.

여기에 이르러서야, 가르가돈 모자는 자신들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사실을 겨우 이해한 것이었다.




“왕국과 신전의 사이에 깊은 균열이 생길 수 있었던 당신들이 한 행위는, 원래대로라면 나라의 법으로 처벌해야 하겠지. 하지만 이 이상 소동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단 말이야.”


랄고필리 왕국에 있어서, 현재 가르가돈 백작령에서 생산되는 각종 금속 제품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고 있다.

자국의 군사에 대한 무구 공급 말고도, 가르가돈산 금속제품은 특산품으로서 국외에도 수출되고 있다.

여기까지 그 산업을 확장시킨 현 가르가돈 백작의 수완은 크게 인정받고 있으며, 간단하게 가르가돈 가문을 멸망시킬 수는 없다.

가령 가르가돈 가문을 멸망시키고, 백작령을 왕가의 직할지로 넣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가르가돈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보증은 없다.

그 정도로 현재 당주의 수완은 뛰어나며, 그걸 그렇게 간단히 잃어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들의 처우는 백작가의 당주인, 아르몬드 가르가돈한테 일임하겠어요. 알겠죠?”


엘리시아가 계속 열어두고 있던 문으로 말을 던지니, 거기서 한 사람의 중년 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이 인물의 라라이크의 아버지인 아르몬드 가르가돈인 거겠지, 하고 타츠미는 추측했다.


“알겠습니다, 부인. 이 자들은 제가 책임을 가지고 처벌하겠습니다. 부인님의 관대하신 처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엘리시아를 향해 크게 고개를 숙이는 아르몬드. 그리고 그는 쥬젯페를 향해 방향을 돌리더니, 다시 한 번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크리소프레즈 예하께도, 이번엔 매우 큰 폐를……이미, 뭐라 사과드려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나도 사과 같은 건 원하지 않네. 그 대신, 확실히 저 녀석들을 처벌하게나. 아무쪼록 육친의 정 같은 걸로 흘려보내면 안 되네?” 

“예!! 이 이상, 예하나 칼세드니아 님, 그리고 그 혼약자 분한테도 불쾌한 기억을 남겨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왕 폐하한테만큼은 전해 들어갔어요. 그리고 폐하께서 어떠한 소식을 보냈을 경우엔, 그걸 달게 받아들이시길. 알겠지요?”

“알겠습니다, 부인.”

“자, 그럼 백작이여. 이 녀석들, 자네는 어떻게 처벌할 겐가?”


평상시의 넉살 좋은 아저씨 같은 분위기가 아닌, 서바이브 신전의 최고사제로서의 위엄을 두른 쥬젯페가 아르몬드한테 물었다.

아르몬드도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여기서 부인이나 아들한테 동정 같은 걸 해 버리면, 정말로 가르가돈 가문은 멸망할 게 틀림없다는 것을.

아르몬드는 이때가 되어서야, 아직까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부인과 아들을 향해 처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 여보……부, 부탁이야……구, 구해줘…….”

“아, 아버님……부탁드립니다……제발, 제발 자비를…….”


쉐나퀄리어도 라라이크도 자신들이 궁지에 몰렸다는 걸 깨닫고, 한 가닥의 희망을 걸고 남편이자 아버지인 아르몬드한테 매달렸다.

하지만 아르몬드가 두 사람을 보는 눈은, 이미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차갑게 식어있었다.


“쉐나퀄리아여. 너한테는 이혼을 신청하겠다. 네 친정에는 부인 쪽에서 얘기를 해 주신다는 모양이다. 아마, 네 친가도 네가 돌아오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테지.”


차갑게 쏘아댄 그 말을 듣고 쉐나퀄리어가 숨을 삼킨다. 그런 부인――이미 전 부인인가――를 무시하고, 아르몬드는 아들한테 선언을 내렸다.


“라라이크. 네놈을 호적에서 파낸 뒤, 오늘부로 우리 가문에서 의절한다. 앞으로는 너하고는 아버지도, 아들도 아니다. 어디가 됐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그, 그럴 수가……아버님은 어머님과 저를 길바닥에서 죽으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그래요!! 외동아들인 라라 짱을 호적에서 파내면, 가르가돈 가문의 후계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너무나 혹독한 가르가돈의 결단――적어도 두 사람은 그렇게 느꼈다――에, 쉐나퀄리어하고 라라이크가 소란을 피운다. 하지만 아르몬드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척도 안 했다.


“어머, 백작가의 후계자라면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책임을 지고 좋은 젊은이를 양자로서 소개해 줄게.”

“뭐얼, 거기 있는 바보 아들에 비하면, 누구든지 어엿하게 보일 테지만 말이네.”


능구렁이와 암여우가 비꼬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의 신랄한 모습에 타츠미는 약간 깨고 있었다.

그런 타츠미를 향해 엘리시아가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마침 좋은 곳에 장래 유망한 젊은이가 있었구나. 어때, 가르가돈 백작. 이렇게 된 거, 이 타츠미라는 젊은이를 네 후계자로 삼아보지 않을래?”

“네, 네에에에에에에!? 하, 하지 마세요!! 저, 저는, 귀족 같은 걸 할 만한 그릇이 아니니까요!! 뼛속부터 서민이니까요!! 귀족의 후계자라니 절대로 무리에요!! 못 맡아요!!”


타츠미는 허둥지둥 기세 좋게 손과 머리를 휙휙 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웃겼던 건지, 쥬젯페나 엘리시아, 그리고 칼세드니아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잘 보아하니, 아르몬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타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진심으로 그를 후계자로 삼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가르가돈 모자가 일으킨 소동으로부터 며칠 뒤.

타츠미는 칼세드니아와 함께 쥬젯페의 집무실로 불려가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번 소동이 대충 정리가 된 모양인지, 전말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요?”


쥬젯페의 집무실에 도착한 뒤, 쥬젯페가 권한 의자에 앉고 나서 타츠미는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를 물었다.


“음. 가르가돈 가문에 무거운 처벌은 내려지지 않았던 모양일세. 다만, 몇 년간은 세금을 좀 더 징수하게 됐다는 모양이네.”


귀족의 가문을 없애버리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때까지 그 귀족 밑에서 일하고 있던 자들도 길거리를 나돌게 될 거고, 그 영지의 운영도 제대로 이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요?”


칼세드니아의 질문에도 쥬젯페는 담담하게 그 결과를 알렸다.


“이혼 당하고, 호적에서 파인 그 두 사람 말이네만……결국, 갈 곳도 없었기에 가르가돈 백작이 영지 안에 자그마한 집과 밭을 줘서, 거기에 살게 하기로 했다는 모양이네. 물론,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서 말이지.”

“그걸로 그 두 사람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글쎄, 거기까지는 모르겠군. 집과 밭을 준 것만으로도 백작의 은정이네. 이걸로 마음을 고쳐먹고 살아간다면 그걸로 좋고, 그렇지 않다면 이대로 굶어죽을 수밖에 없지. 그건 앞으로 그 녀석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네.”


이혼 당하고 호적에서 파인 쉐나퀄리어와 라라이크가, 이대로 굶어죽는다 해도 이미 가르가돈 가문한테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거기서 집과 밭을 준 건 옛 가족에 대한 그의 마지막 은정인 게 틀림없다.

타츠미가 마음속으로 이번 사건에 결말을 내리고 있었을 때, 갑자기 쥬젯페가 말을 걸었다.


“이보게, 사위여. 이번 같은 소동이 다시는 안 일어난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네. 거기서 어떤가? 여기서 자네와 칼세의 입장을 세간에 확실하게 알리려고 생각하고 있네만……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