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2장 제 1화『속편・마술에 대해 배우자』

『큐빅』 2015. 12. 12. 00:00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2장 제 1화 『속편・마법에 대해 배우자』


“자네한테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네.”


그건 퇴마사가 되기 위한 수업에서, 교사인 쥬젯페가 맨 처음으로 입에 담은 말이었다.

강의를 듣고 있는 건 오직 타츠미 한 명. 사치스럽게도, 그는 최고 사제인 쥬젯페한테 맨 투 맨으로 퇴마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아니, “배우고 있는” 이 아니라, “배우려고 하고 있었다.”가 올바르다. 왜냐하면, 그 수업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그런데.

교사인 쥬젯페의 입에서 날아든 말은 “자네한테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네.” 라는 말.

이 말을 들으면 이거니 저거니 여러모로 마음을 준비하고 있던 타츠미도, 아니 타츠미가 아니더라도 멍~하니 얼빠진 표정을 보여주고 말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법에 대해 자네한테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네』일세. 사실을 말하자면, 사위의 마법은 뭔가 너무 규격에서 벗어나 있단 말일세.”


역사상 두 번째 <하늘> 계통 마력의 소유자이자,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력――내소가 아닌 세계에 흘러넘치는 마력――외소를 다루는 외소술사.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규격 외라고 할 수 있는데, 타츠미는 아직 그 외에도 평범한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게 있었다.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네는『마법사』가 아니라 『마력술사』라고 하는 존재일세.”

“마, 마력술사……?”

“그렇네.  자네나 칼세한테서 들어본 한, 자네가 사용한 건 마법이 아니네. 마법과 아주 비슷한 대용품인 걸세.”


타츠미한테는 마법사와 마력술사가 어떻게 다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쥬젯페가 다르다고 하는 이상 뭔가가 다를 것이다.


“전에도 설명했던 것 같네만, 마법이라는 건 마력과 주문 영창, 이 두 개가 있어서야 처음으로 마법으로서 기능하네. 그건 기억하고 있는가?”

“네. 분명……이 세계에 온 첫날에 쥬젯페 씨하고 치코한테서 들었어요.”


잊어버릴 턱이 없다. 칼세드니아가 이쪽 세계로 타츠미를 불러들인 그 날에, 쥬젯페와 칼세드니아한테서 마법과 관련된 지식을 조금 들었다. 그리고, 그때는 쥬젯페와 칼세드니아한테서 자신한테 마력이 전혀 없다는 말을 듣고, 매우 낙담했던 걸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허나……칼세한테 들어보니, 사위는 주문 영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 그보다, 자네는 주문을 전혀 모르지 않는가?”

“드, 듣고 보니…….”


타츠미는 마법을 사용할 때 필요한 주문이라는 걸 외운 적이 없다. 그보다, 서적에 뭐라뭐라 적힌 주문조차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쪽 세계의 문자 공부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라서 만약 찾아냈다 하더라도 아직 읽을 수 없지만.

다시 말해, 타츠미는 주문을 영창하려고 해도 주문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허나, 사위는 확실히 마법을 사용했다. 아니, 마력을 직접 사용해서 마법과 매우 비슷한 현상을 일으켰다, 라고 해야 하겠군. 그리고, 자네처럼 마력을 직접 다루는 사람을 『마법사』가 아니라 『마력술사』라고 부르는 걸세.”


만약 마력을 가솔린, 주문을 엔진이라고 해 보자. 가솔린을 엔진에 집어넣어 연소시키는 걸로써 처음으로 자동차가 달리듯이, 마력이라는 가솔린을 주문이라는 엔진에 집어넣어서 마법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는 겨우 달릴 수 있다.

즉, 타츠미는 엔진을 넣지 않은 자동차에 가솔린만 넣어두고 있는 상황 같은 것. 이래선 원래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타츠미는 실제로 자동차를 달리게 만들어버렸다. 이게 얼마나 이상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자네처럼 마력술사라고 불린 사람들은 적게나마 존재했네. 아니, 지금도 약간이긴 하네만 자네 외에도 존재하고 있군. 그리고 뭐, 확실히 희귀한 존재인 마력술사긴 하네만, 이건 우리들 같은 인간이나 아인들에 한정된 얘기일세. 그 외의 생물은 의외로 마력술사가 있단 말일세.”


라고, 쥬젯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침, 수업을 듣기 위해 신전으로 나간 타츠미를 배웅한 칼세드니아는 새로운 집 안 정리를 시작했다.

그녀 자신은 오늘 신전 근무가 없다. 때문에, 오늘 하루에 걸쳐서 집 안 정리를 할 예정이다.

새로운 이 집에 이사한 건 어제 있었던 일. 어제는 이사를 마친 뒤, 이사를 도와준 보가드나 바스 같은 새로운 친구들과 소소하면서도 칼세드니아가 직접 만든 요리로 집들이를 했다.


그 집들이가 끝난 뒤, 보가드하고 바스는 자기 집이나 신전 숙소로 돌아갔――그때, 바스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타츠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지만, 이사의 피로와 집들이를 할 때 마셨던 술 탓인지, 타츠미는 의외로 빨리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타츠미는 술을 마시는데 별로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다.


타츠미가 의외로 빨리 잠들어 버렸기 때문에, 살짝 쓸쓸하다고 생각한 칼세드니아였지만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된 타츠미한테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없다.

잠들어 있는 타츠미의 얼굴을 혼자서 싱글싱글 바라보면서도 그 날은 칼세드니아도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밤이 지난 오늘. 칼세드니는 남몰래 마음을 불태우고 있었다. 사실 그녀한테는 오랜 기간 꿈꿔왔던 야망이 있는 것이다.


“지난밤엔 주인님이 일찍 주무셨지만……오늘은……오늘이야말로 주인님하고…….”


그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뇌리에 떠올리면서, 칼세드니아는 뺨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면서도 집 안 정리를 마친 칼세드니아는 뜰 쪽도 가볍게 청소해 두려고 빗자루를 한 손에 쥐고 현관에서 밖으로 나갔다.


“어라……?”


그리고, 현관에서 보이는 문 너머에서 이 근처에 사는 주민으로 보이는 몇 명의 주부로 보이는 부인들이, 집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뭔가 속닥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유명한 <<성녀>>가 이사를 한 걸로 인해 근처에 사는 주부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소문 얘기를 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 주부들 중 한 사람이 밖으로 나온 칼세드니아를 눈치 채고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걸 계기로 다른 부인들도 <<성녀>>가 있다는 걸 눈치 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근처 분들한테 이사했다고 인사를 안 했어.


그 사실을 떠올린 칼세드니아는 미소를 짓고 부인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 집으로 이사하게 된 칼세드니아 크리소……아니, 칼세드니아 야마가타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주인님(남편) 하고 같이 잘 부탁드려요.”


라고, 칼세드니아는 부인들한테 고개를 숙였다.

지금, 매우 중요한 정보 조작이 일어났지만, 당연하게도 그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를 들면 마수. 마수 안에는 확실히 마법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키는 게 있네. 화염을 뿜어내거나, 눈보라를 몰아치게 하거나 하는 경우에 말일세. 허나, 당연하게도 그 녀석들은 주문 같은 걸 영창할 수 없네. 즉, 사위가 사용한 마법――아니, 마법과 매우 비슷한 현상은 마수들과 같은 이론인 걸세.”


그렇군, 듣고 보니 그 말대로일지도 모른다.

타츠미는 아직 진짜 마수를 본 적은 없지만, 마수가 사람의 말을 할 것 같진 않다. 어쩌면 말을 할 수 있는 마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건 상당히 독특한 마수일 것이다.


“그럼, 저는 앞으로 주문을 외워야 하는 건가요?”


이 세계의 문자 공부에 힘쓰고, 마법 주문도 외워야만 한다. 과연 자신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불안을 느끼는 타츠미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한다. 자신은 결심한 것이다. 그의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 반드시 강해지겠다고.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해 보이겠다고.

내심 결의를 새롭게 다지는 타츠미였지만, 다음 쥬젯페읨 말을 듣고 그 결심도 간단히 사라지고 만다.


“아니, 그게 말일세……자네의 계통인 <하늘> 말이네만……과거에 사용자가 딱 한 명밖에 없었다는 얘기는 했지 않은가? 그것도 그 사용자가 있던 건 상당히 오래된 얘기라서 말이네. <하늘> 계통에 어떤 마법이 있었는가에 대한 구전은 남아 있어도, 중요한 주문 쪽은……사실 현재엔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는 걸세.”


오래된 문헌 같은 곳을 뒤져보면 어쩌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걸 찾아내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칼세드니아가 발견한 타츠미를 소환한 의식 마법도 그걸 발견할 때까지 상당한 세월을 소비했다.


“네……? 그, 그러면…….”

“음. 사위는 마법사가 아니라 마력술사로써, 독자적 방법을 찾아가면서 할 수밖에 없겠군. 그래서 말한 걸세. 『자네한테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네』라고 말일세.”




“그나저나, 서바이브 신전의 <<성녀>> 님이 근처로 이사온다고 하니까, 뭔가 든든하네.”

“정말. 급한 환자가 생겼을 땐 잘 부탁할게.”

“네. 되도록 제가 힘이 되어 드릴게요. 하지만, 제가 너무 마음대로 치유 마술을 사용하면 신전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니까……가끔씩은 신전 쪽에도 의뢰해 주세요.”


싱긋 미소 지으면서 칼세드니아가 농담 섞인 말투로 말하자, 모여있던 부인들이 웃는다.


“그나저나 뭘까. <<성녀>> 님 같은 말로 불리고 있어서 우리들은 분명 좀 더 딱딱한 사람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실제로 얘기를 나눠보니까 엄청 평범한 아가씨구나?”

“음……계속 신전에서 살아서 이런 이웃 분들하고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라서……사실대로 말하자면 조금 당황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이웃 분들하고 사이 좋게 안 지내면, 주인님(남편)이 창피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뺨에 손을 대고 온화하게, 그리고 기쁘다는 듯이 미소짓는 칼세드니아.

실제로 그녀는 사람과 사귀는 걸 별로 잘하지 못한다.

그녀는 고향 마을에서도 부모님이나 마을 사람들한테서 정신이 약간 이상하다고 여겨져 계속 차가운 시선을 받아 왔고, 이 도시에 있는 서바이브 신전에 오고 나서도 쥬젯페의 양녀가 된 걸로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 못해서 그녀와 친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집에서 살게 되는 이상, 이웃들하고 잘 지내야만 한다. 만약 자기 때문에 이웃들한테서 고립되면 타츠미한테도 체면 문제가 생기고 말 것이다.

타츠미가 칼세드니아를 위해 노력할 결심을 한 것처럼, 그녀도 또한 타츠미를 위해 노력할 생각인 것이다.




“그렇지만, 전혀 조언할 수 없다는 것도 아니네만.”


누가 봐도 낙담한 표정을 짓는 타츠미를 보고 쥬젯페는 장난에 성공한 아이 같은 미소로 말했다.


“일단 외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걸 목표로 삼는 게 좋을 테지. 현재, 사위는 의식해서 외소를 모으는 것조차 못하지 않는가?”

“그렇네요……그 말씀대로에요.”


이때까지 타츠미가 <하늘>의 마력을 발휘한 건 딱 한 번. 그것도 반쯤 무의식 중에 한 것이다. 마력을 약간 사용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도 의식해서 마력을 조작한 건 아니다.

의식해서 마력을 조작할 수 있도록 될 것. 그게 타츠미한테 있어서 맨 처음에 마쳐야 과제일 것이다.


“우리들하고 사위는 꽤 다를 테지만, 참고 삼아 우리들이 마버을 사용할 때의 방법을 설명하겠네. 일단――”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필요한 기술을 확실히 익혀가면 된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다독이면서, 타츠미는 쥬젯페의 강의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다녀왔어―.”


칠의 각――오후 6시쯤――을 크게 지나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드디어 타츠미는 새롭게 자신의 집이 된 곳으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현관 자물쇠――칼세드니아가 설치한 현관 자물쇠로, 암호로 열린다――를 열고 집으로 들어간 타츠미를 타박타박 집 안에서 종종걸음으로 나타난 칼세드니아가 마중을 했다.


“수고하셨어요. 첫 공부는 어떠셨나요?”

“으음, 뭐라고 할까, 전도다난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여태까지 의식해 본 적도 없는 주변에 넘치는 마력을 갑자기 의식해 보라고 해도 간단히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타츠미는 오늘 하루동안 쥬젯페의 지도를 받으며 주변에 가득 차 있는 마력을 느끼는 훈련을 했다.

하지만, 전혀 마력을 느낄 수 없는 상태로 하루가 지났다.


“아무도 갑자기 마력을 느낄 수는 없는 걸요? 저도 마력을 느낄 수 있게 될 때까지 맨 처음에는 상당히 고생했으니까요.”

“그래……그렇겠지. 맨 처음부터 잘 될 리가 없겠지?”


예전에 쥬젯페가 칼세드니아를 천재라고 평가했던 적이 있다. 그 칼세드니아도 맨 처음에는 고생했다고 한다면 자기가 고생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혹시 나는 재능이 없는 걸지도, 하고 추욱 낙담하고 있던 타츠미였지만, 칼세드니아가 격려해 줘서 의욕을 되찾았다.

단순하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역시 남자한테 있어서 미녀의 격려는 어떤 약보다도 효과가 잘 드는 법이다.


“지금 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주인님은 먼저 목욕을 해 주세요. 이미 물은 덥혀 놨으니까요.”


욕탕에 물을 채우는 것도 덥히는 것도, 칼세드니아라고 하는 마법사가 있어 준 덕분에 간단히 마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는 밤에는 초 같은 미약한 등불밖에 없지만, 칼세드니아가 <<등불>> 마법을 사용해 준 덕분에 집 안은 어느 곳이나 낮처럼 밝다.


“고마워, 치코. 치코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 아뇨……주인님한테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것만 가지고도…….”

“하지만, 치코한테만 가사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달라고? 그때는 장작패기든지 뭐든지 할 테니까 말야.”


짝, 하고 팔 근육을 두드리면서 타츠미가 말하자, 칼세드니아는 갑자기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우물쭈물 거렸다.


“그렇다면……그렇다면, 주인님한테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나한테? 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말해 줘.”

“그, 그럼………………오늘밤, 같은 침대에서 자도 될까요……?”


쩌적, 하고.

타츠미의 몸이 소리를 내면서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