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1장 제 17화『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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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1장 제 17화 『원군』
<마>의 실력은 일정하지 않다. <마>에 따라 각각의 개체 차이――실체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개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가 있고, 그에 따라 빙의한 생물의 욕망의 크기에 따라 그 힘이 더욱 좌우된다.
원래라면 확실히 <마>를 퇴치시킬 칼세드니아의 <<퇴마술>>. 그 <<퇴마술>>이라도 발디오한테 빙의해 있는 <마>를 퇴치할 순 없었다.
그건 <<성녀>>로 불리며, 지금까지 몇 마리의 <마>를 퇴치해 왔던 칼세드니아한테 있어서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마> 자체의 힘이 어지간히 강한 건가, 발디오가 끌어안고 있는 욕망이 그 정도로 커다란 건가. 어쩌면 그 둘 다일지도 모른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마>는 아직 발디오의 몸 안에 깃들어 있다.
칼세드니아의 고군분투는 아직 이어지게 될 것 같았다.
발디오의 목소리에 칼세드니아는 곧바로 몸을 도약시켰다.
하지만 그건 아주 약간 늦었다. 그녀가 몸을 비트는 것보다 빨리 발디오의 손이 칼세드니아의 가슴 부근으로 뻗어, 홱 하고 신관복의 옷깃을 붙잡았다.
옷깃이 붙잡혀 있는 채로 몸을 비틀면 어떻게 되는가.
찌지직, 하는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신관복의 가슴 부근이 찢어져, 그녀의 풍만한 두 가슴의 윗부분과 깊은 골짜기가 드러나게 된다.
여성으로서 나오는 본능인지, 반사적으로 밖으로 드러난 가슴 부근을 양손으로 가리려고 하는 칼세드니아.
하지만, 그건 눈앞에 적대적인 존재가 있는 지금 상황으로선 방심 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방금 전과 달리 반대쪽에 있던 발디오의 손이 다가와, 부자연스럽게 울퉁불퉁해진 손가락이 칼세드니아의 가녀린 목덜미를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에 느껴지는 격통에 칼세드니아의 몸이 한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 한 순간 동안 발디오는 칼세드니아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 안으로 껴안고 말았다.
<마>에 빙의됐다는 증거인 붉은 눈동자. 다시 붉게 빛난 그 눈동자를 가까이서 보고, 칼세드니아는 슬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상냥하게 미소지어 줬던 발디오. 어렸을 적에는 마치 오빠처럼 따르고, 그도 자신을 여동생처럼 항상 챙겨줬다.
물론, 지금도 타츠미나 쥬젯페하고는 좀 다르지만 그를 가족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 발디오의 표정에 떠오른 건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미소. 평소에는 조용하고 온화한 그가, 지금은 다른 사람처럼 호색한 표정으로 밖으로 드러난 칼세드니아의 깊은 골짜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가족과는 같다고 해도, 이성이 자신의 가슴 부근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혐오감을 느끼고――만약 바라보고 있는 게 타츠미라면 얘기는 다르지만――, 칼세드니아는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팔에 힘을 넣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여자의 가녀린 팔. <마>에 빙의당해 근력이 올라가 있는 성인 남자의 팔을 떨쳐낼 수는 없다.
그걸 깨달은 칼세드니아는 마음속으로 발디오한테 사과하면서 재빨리 주문을 영창했다.
그녀가 선택한 마법은 <전기> 계통의 <<뇌장(雷掌)>>. 접촉한 상대한테 약한 전기 충격을 주는 <전기> 계통의 초급 공격 주문이다.
초급 마법인 만큼, 일격에 상대의 의식을 잃게 만들 정도의 위력은 없다. 하지만 전기 충격을 받게 된다면 팔의 힘을 느슨하게 만들 정도의 효과는 있다. 그 틈에 포박에서 벗어나면 필요 이상으로 발디오를 다치게 만들 일도 없을 것이다.
칼세드니아의 손바닥이 밀착해 있는 발디오의 배를 살짝 만졌다.
그리고 그 접촉 부분에서 아주 잠깐 선명한 엿보랏빛 섬광이 번뜩이자, 발디오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칼세드니아를 풀어 주고 그대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 틈에 거리를 둔 칼세드니아는 오른손으로 가슴 부근을 감추면서 새로운 주문 영창에 들어간다.
영창하는 주문은 방금 전과 마찬가지 주문인 <<수목 포박>>. 발디오의 움직임을 다시 봉하고, <<퇴마술>>로 재도전 할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작전은 발디오――아니, 그한테 빙의한 <마>도 예측한 모양이었다.
발디오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도 없을 법한 속도로 칼세드니아가 벌려둔 거리를 단숨에 좁히더니 손가락을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영창 타이밍이 늦는다.
곧장 그걸 깨달은 칼세드니아는 영창을 중단하고 회피에 전념하기로 선택했다.
확실히 그녀 정도로 숙련된 마법사라면 영창을 이어가면서 회피 행동을 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회피에만 전념하는 쪽이 당연하게도 회피율이 높아진다.
발디오가 보여주는 의외의 속도를 본 칼세드니아는 좀 더 확실성을 높이려고 회피에 전념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발디오의 속도는 한층 더 올라가 회피에 전념한 칼세드니아를 능가했다.
실전으로 단련된 칼세드니아의 체술을 웃도는 속도로 발디오가 달려든다. 그 발디오의 양손이 칼세드니아의 가슴 언저리로 슬금슬금 뻗어온다.
찢어진 신관복을 더욱 벌려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태양빛 아래에 완전히 드러내게 할 속셈인 것인가.
눈이 충혈되고, 입가에서 군침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지금의 발디오는 완전히 남자의 야성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회피는 늦는다. 그래도 칼세드니아는 그 눈동자에 꺾이지 않는 투지를 보이면서 달려드는 양손을 노려봤다.
그 칼세드니아의 시선 끝에.
달려드는 발디오의 양손의 진로 위를 유성 같은 은빛 줄기가 달려들어, 양손이 달려드는 걸 막았다.
은빛 줄기의 정체는 검의 도신이었다.
칼세드니아와 발디오가 동시에 은빛 유성이 날아온 쪽으로 돌아봤다. 그곳에는 칼세드니아가 예상한 대로, 칼집의 검을 뽑아낸 자세의 <<자유 기사>>의 모습이 있었다.
“몰가!”
칼세드니아가 얼굴을 환하게 빛낸다. 그 칼세드니아한테 상냥하게 미소 짓던 몰가나이크는 곧장 표정을 굳히고 마물로 변한 발디오를 바라봤다.
“발디오 님……당신 정도 되는 경건한 신자라 하더라도, <마> 의 속삭임에는 저항할 수 없었던 겁니까…….”
비통한 표정을 짓는 몰가나이크. 그도 또한, 쥬젯페의 보좌관인 발디오를 잘 알고 있으며, 여러모로 신세를 졌던 적도 있다.
몰가나이크는 다시 검을 겨누고, 발디오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칼세드니아한테 말했다.
“떨어져 있어라, 칼세. 발디오 님은 내가 막으마. 그 틈에 <<퇴마술>> 마법을 써라.”
몰가나이크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칼세드니아는 재빨리 발디오한테서 거리를 두고 몰가나이크의 뒤로 돌아갔다.
거기서, 숨을 헐떡거리는 타츠미가 겨우 도착했다.
“치, 치……코……괘, 괜……찮……아……?”
타츠미와 몰가나이크가 얘기하고 있던 장소에서 여기까지는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가족을 잃고 난 뒤 아파트 방에 틀어박혀만 있던 타츠미의 체력은 운동 부족 때문에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주, 주인님!? 어, 어째서 주인님이 여기에!?”
타츠미가 이곳에 나타난 걸 보고 놀라는 칼세드니아. 게다가, 그 타츠미가 어울리지 않게 단창까지 손에 쥐고 있는만큼, 그녀의 경악은 배로 늘어나고 있는 참이었다.
“여기는 위험해요!! 얼른 여기서 나가 주세요!!”
“하, 하……만……! 치코……두고……나…혼……도망……수는……!!”
아직까지도 숨을 헐떡거리면서 가끔씩 말을 뱉어내는 타츠미. 칼세드니아는 엄한 목소리로 딱 잘라 단언했다.
“분명히 말씀 드려서, 주인님이 여기 계셔도 걸리적거릴 뿐이에요!”얼른 떠나 주세요!“
“치, 치코…….”
자신한테 엄하게 대하는 칼세드니아를 보고 무심코 아연실색해 버리는 타츠미. 거기서 이번에는 몰가나이크의 말이 날아들었다.
“칼세가 말하는 대로다, 타츠미 공. 자네가 여기 있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없어. 적어도 우리들의 방해가 되지 않는 곳으로 떨어져 있게나.”
칼세드니아처럼 떨어지라고 하지 않는만큼, 몰가나이크 쪽이 좀 더 나았다. 하지만 그건 상냥함에서 나온 게 아니라, 떠나라고 해도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칼세! 타츠미 공은 일단 내버려 두고, 발디오 님의 구출을 우선해라!”
칼세드니아한테 지시를 내리면서 몰가나이크는 재빠른 검격을 몇 번이나 휘둘렀다.
지금, 그는 검의 도신을 반대로 뒤집은 상태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나라, 랄고필리 왕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지는 검은 날이 한쪽만 있고 폭이 넓은 직검이다.
하지만, 사실 이 나라에서 검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랄고필리 왕국에서 제일 즐겨쓰는 무기는 창이나 지팡이류 무기인 것이다.
이건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는 환경 때문이었다.
이 나라의 초승달의 계절――즉, 겨울은 무척이나 혹독하다. 겨울에 야외에서 오랫동안 금속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면 금속 부분이 엄청나게 차가워져, 자칫 그 부분에 닿으면 피부가 벗겨질 수 있다.
때문에, 목제 부분이 많고 금속 부분이 적은 창이나 지팡이류 무기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갑옷도 금속제보다 가죽 갑옷 쪽을 선호한다. 개중에는 마수의 털이나 송곳니 같은 소재로 만들어낸 무구를 애용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몰가나이크가 입고 있는 판금제 갑옷은 이른바 신관 기사의 「제복」같은 것으로, 신관 기사는 신전 안에서는 성인이 새겨진 금속 갑옷을 장비하는 게 의무화 되어 있는 것이다.
몰가나이크도 퇴마사로써 신전 외에서 활동할 때는 군데군데를 금속으로 보강한 마수의 가죽제 갑옷을 애용하고 있으며, 무기도 검과 장창을 상황에 맞게 나눠 쓰고 있다.
몰가나이크가 지금, 검을 사용하고 있는 건 애용하는 장창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도신의 등 부분, 이른바 「칼등치기」를 사용해서 발디오를 필요 이상으로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한 배려다.
그의 날카로운 검격은 싸움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으로선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마>에 빙의된 발디오는 믿기지 않는 반응 속도로 이걸 회피하고 있다.
물론, 몰가나이크도 어느 정도는 봐주고 있다. 아무리 칼등치기라고는 해도 금속제 무기인 건 틀림없는 것이다. 그런 걸로 몸을 한 번 때리면 뼈 하나나 두 개쯤은 간단히 부러지고 만다.
하지만, 피한다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다.
몰가나이크의 목적은 발디오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다. 그의 움직임을 제한시켜서 칼세드니아한테 주문을 영창할 시간을 벌고, 발디오가 그녀의 주문에 통하게 만드는 게 목적인 것이니까.
<마>에 빙의된 발디오한테 이기면 이겼지 지지는 않는다――아니, 몰가나이크는 분명히 발디오보다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를 수 있다.
검격으로 공간을 점점 좁혀가고, 발디오가 도망칠 장소를 빼앗는다.
그 강하고,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조차 느껴지는 검 실력을 타츠미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자유 기사>>라고 불리는 남자의 실력인 건가?
싸움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는 타츠미조차 몰가나이크의 기량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유 기사>>의 등 뒤에 서서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면서 노래하듯이 주문을 영창하고 있는 건 <<성녀>> 였다.
<<성녀>>는 대치 상황에 있는 두 사람한테서 전혀 눈을 떼지 않고 가장 적절한 장소를 상황에 맞춰 유지하면서도 주문 영창을 하고 있다.
<<자유 기사>>도 또한, 마치 등 뒤에 눈이 있는 것처럼 항상 <<성녀>>와 발디오의 사이에 자신의 몸을 끼워 넣는다. 그렇게 해서 등 뒤에 있는 <<성녀>>를 지키면서, <<성녀>>의 검이 되고 방패가 되어 발디오를 계속 견제한다.
정말 호흡이 딱딱 떨어지는 두 사람의 움직임에 타츠미는 다시 눈을 빼앗겼다.
멍하니 정신이 팔려 가만히 서서, <<자유 기사>>와 <<성녀>>의 전투를 타츠미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칼세드니아의 <<퇴마술>> 주문이 완성됐다.
영창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발디오의 발밑에서 선명한 정화의 빛이 솟아오른다. 타츠미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빛은 방금 전 사용했던 것보다도 훨씬 강력하다.
몰가나이크라는 「벽」이 나타남으로서 칼세드니아는 영창에 집중하고 방금 전보다도 마력을 많이 넣은 강력한 <<퇴마술>>을 사용할 수 있던 것이다.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몰가나이크는 발디오한테서 떨어져 칼세드니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녀를 등 뒤로 감싸듯이 서면서, 검의 칼끝을 빛 안에 있는 발디오한테 계속 겨누고 있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흐려져서 결국엔 사라졌을 때. 그곳에는 땅에 쓰러진 발디오의 모습이 있었다.
“……어떻지?”
“상당히 마력을 많이 집어넣은 <<퇴마술>>이에요. 그 마술에 저항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쓰러진 발디오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몰가나이크와 칼세드니아는 쓰러진 발디오를 관찰했다.
특히 방금 전, 한 번 자신의 마법에 저항한 걸 본 칼세드니아는 결코 방심하지 않고 쓰러진 발디오를 찬찬히 바라보며 이상한 낌새가 없는지 확인한다.
한동안 그렇게 관찰한 뒤, 아무래도 괜찮다고 판단한 두 사람이 쓰러진 발디오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을 때.
그들보다 더 뒤에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타츠미가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아직 다가가지 마! 그 사람 근처에 뭔가 있어!”
그 목소리에 재빨리 반응해 칼세드니아와 몰가나이크는 우뚝 하고 발을 멈췄다.
“주, 주인님!? 주인님한테는 뭔가가 보이시는 건가요!?”
“설마……설마, 그는 『감지자』인 건가!?”
실체를 가지지 않는 <마>는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때문에, <마>는 어느새 몰래 숨어들어 빙의 표적이 된 사람의 귓가에 유혹의 말을 속삭인다.
하지만, 개중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마>의 모습을 볼 수 있거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 능력은 마법이나 마력에 의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천적인 이능이라고 해야 할 능력이자,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수는 마법사보다도 훨씬 적다. 하지만, 그 이능을 가진 사람들은 <마>하고 싸우는데 매우 귀중하면서 중요한 존재로 치부된다.
그게 『감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타츠미가 감지자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것이다.
몰가나이크는 그렇게 판단하고, 다시 쓰러져 있는 발디오한테서 거리를 뒀다. 칼세드니아는 타츠미의 말을 의심하지도 않고 몰가나이크보다도 빨리 뒤로 물러나 있다.
몰가나이크와 칼세드니아 두 사람이 주변의 기척을 탐색하듯이 경계하던 중, 타츠미의 눈에는 그게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쓰러진 발디오의 몸 바로 위. 그곳에 검은 아지랑이처럼 생긴 게 맴돌고 있었다.
집중해서 바라보니, 그 안에 뭔가 생물 같은 모습이 보인다.
“……아귀(餓鬼)……?”
툭, 하고 중얼거리는 타츠미. 그 말대로 그한테는 그게 아귀처럼 보였다.
초등학생 저학년의 어린애처럼 작은 신체에, 균형이 맞지 않은 거대한 머리. 눈은 형형히 간사스럽게 붉게 빛나고, 손발은 시계바늘처럼 가는데, 배는 이상할 정도로 부풀어 있다.
그리고 이마에는 도깨비처럼 나 있는 뿔 하나. 그건 확실히 어딘가 삽화에 실렸던 아귀와 꼭 닮아 있었다.
타츠미가 바라보고 있는 걸 눈치 챈 건가 못 챈 건가. 아귀――아니 <마>는 씨익 하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짓더니 스윽 하고 공기에서 미끄러져 이동했다.
――크크크. 여기에도 커다란 욕망을 끌어안고 있는 녀석이 있군.
목소리 아닌 목소리. 그게 타츠미한테는 확실하게 들렸다.
“몰가 씨!! 도망쳐요!!”
타츠미의 눈에만 보이는 <마>는 천천히, 하지만 곧장 <<자유 기사>>쪽으로 움직였다.
몰가나이크도 검을 겨누고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봤지만 <마>를 볼 수 없는 그는 그 접근을 간단히 허락하고 만다.
그리고.
몰래 <<자유 기사>> 한테 다가가는 데 성공한 <마>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면서 스며들 듯이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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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불교의 세계관에서 아귀도(餓鬼道)에 산다고 되어 있는 괴물의 일종. 죽은 인간이 다시 부활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배가 엄청나게 부풀어 있고 그 외의 부분은 바짝 말라 있다. 아귀도는 탐욕스럽게 산 인간이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나는 세계로, 지옥만큼은 아니지만 각종 형벌이 있다. 이 형벌은 기본적으로 굶주림과 갈증으로, 아귀들은 언제나 물과 음식을 찾아서 헤매다닌다. 가끔씩 인간 세상에 나타나 물과 음식을 구할 때가 있다고 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