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Blade Online

《Blade Online》-Free Life- 71

『큐빅』 2016. 1. 28. 19:18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Free Life-


71


“《블러디 포레스트》…….”



잊어버릴 수 있을 리도 없다. 이 세계에 와서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숲에서 지낸 것이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있어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우거진 나무가 태양빛을 가로막고 있는 탓에 어두컴컴한 숲 속. 축축한 땅에서 노출되어 있는 나무의 뿌리끝. 그리고 피부를 찌르는 듯한 찌릿찌릿한 감각. 이 숲에 떨어졌을 때엔 이 분위기가 엄청나게 무서웠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립다.


“우와―들어와 버렸는데, 우리들 괜찮으려나.”


《블러디 포레스트》의 풍경을 보고 그리워하고 있자, 새된 여자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보다 먼저 구멍으로 뛰어든 다섯 명의 플레이어가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자 세 명, 여자 두 명으로 구성된 파티로, 방패를 장비한 한손검 플레이어가 두 사람에 쌍검 한 사람, 대검이 한 사람 있다. 뒤에서 말하고 있던 여자는 창을 장비하고 있었다.


파티를 관찰하고 있자 저쪽도 우리 쪽을 힐끔 봐 왔다.

우리들이 몬스터를 끌고 온 탓에 반쯤 강제적으로 구멍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말았으니, 뭔가 사과라도 해야 한다. 뭐라고 말을 걸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 옆에 서 있던 카타나가 말을 걸어왔다.


“이거……『사고』 때문에 숲을 달리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네. 설마 우리가 찾던 곳에 도착할 줄이야!”


먼저 그 머리에 힘껏 꿀밤을 때려 박는다. 때려 박는다 해도 카타나 쪽이 키가 더 크니까, 나는 까치발을 서서 팔을 뻗어야만 했지만.


“카타나, 장난이 지나치잖아. 이번엔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우리들은 레벨이 높았으니까 도망칠 수 있었던 거야. 부주의하게 함정을 밟다간, 너도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좀 더 조심해.”


그렇게 말하자 카타나는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은 뒤, “내가 잘못했어.” 라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분명 뭔가 억지라도 늘어놓을 줄 알았기 때문에 살짝 의외였지만, 이해해 준다면 그걸로 됐다. “그런 식으로 혼난 건 처음이야.” 라며 카타나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제대로 뭐라 했는지 듣지 못했다.


“저기요…….”


우리들이 얘기하고 있자 뒤에서 방금 그 파티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아―……죄송해요. 살짝 함정을 밟아버린 탓에 몬스터한테 도망치고 있던 거에요. 죄송했습니다.”

“죄송했습니다.”


카타나랑 같이 그 파티한테 고개를 숙인다. 그 파티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아니 괜찮은데요…….” 라며 뭔가 달리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였다.

이쪽이 몬스터를 끌고 와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으니, 무슨 소리를 들어도 뭐라 할 수는 없지……라고 그 남자의 다음 대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그 말을 마지막까지 들을 여유는 없었다.

이 에리어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계속 발동시키고 있던 《탐지》에 몬스터 반응이 있었다. 그건 우리들이 있는 쪽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다. 카타나가 나한테 눈짓을 해 오길래 그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반응이 오고 있는 반향으로 둘이서 태도를 뽑아들고 자세를 취했다.


“어이쿠야. 갑자기 너냐.”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불타는 듯한 붉은 털을 가진 거대한 곰이었다. 이 숲에 출몰하는 몬스터 중에서도 인연이 질긴 녀석이다.

블러디 베어는 우리들을 노려보더니,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엄청난 소리에 주변 나무가 흔들리고, 뒤쪽 파티가 겁먹은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사람들은 대체 몇 레벨인 걸까? 뭐 그건 나중에 듣기로 하고, 지금은 이 그리운 곰을 어떻게든 하기로 할까.


“카타나, 너는 이 사람들하고 같이 보고 있어 줘. 저 녀석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방금 전부터 네 반응을 보고 있자니, 마치 너는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뭐, 맡길게.”


평소엔 엉뚱한 말만 해대는 카타나지만, 묘하게 감이 좋다. 나중에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카타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파티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서 “으음, 일단 저 곰은 저 사람한테 맡겨 주지 않을래?” 하고 말을 걸었다.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경험치가 들어오고,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 사냥감을 빼앗는 건 미안하지만, 오랜만에 이 녀석하고 싸워보고 싶다.


교섭은 카타나가 잘 해 줄 거라고 믿고, 나는 블러디 베어를 향해 갔다. 그걸로 인해 블러디 베어도 나를 표적으로 인식하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덮쳐들었다.

블러디 베어가 날카롭고 긴 손톱이 난 팔을 나한테 내리친다. 후웅,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팔이 떨어져 온다.


나는 그걸 피하지 않고 태도로 그대로 막아냈다. 손톱이 칼날과 부딪쳐 불똥이 튀긴다. 하지만 내 몸은 꼼짝하지 않는다. 블러디 베어는 작은 인간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사실에 눈을 치켜뜨고 경악한 뒤, 분노한 것처럼 맹렬한 포효를 내지르며 다른 한쪽 팔도 내리쳐 왔다.


“느려.”


나는 태도를 휘두르는 팔에 힘을 넣고, 막아내고 있는 곰의 팔을 튕겨내서 또 다른 팔이 오기 전에 블러디 베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태도를 높이 치켜들고, 허점투성이가 된 복부에 《단공》을 때려 박았다. 태도가 빛을 머금고, 시스템 어시스트를 받아 고속으로 블러디 베어를 베어낸다.


블러디 베어가 비명을 지른다. 그 거체가 《단공》의 위력을 받고 크게 뒤로 휘청거렸다. 그 HP바가 40% 정도 줄어든다.


나는 한 번 더 거리를 좁히고, 복부를 연속해서 베어냈다. 태도가 붉은 털에 뒤덮인 배를 베어낼 때마다 블러디 베어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블러디 베어의 HP가 레드 존까지 감소한 순간, 그 몸에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블러디 베어가 절규하고, 더욱 날카롭고 길어진 손톱을 품에 파고드는 나를 향해 내지른다. 《스텝》을 사용해 뒤로 물러나고, 여유롭게 그걸 피한다.

그르으으응, 하고 분노 섞인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방금 전보다 빠르게 팔을 휘두른다.


“윽!”


태도로 막아냈지만,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땅에 신발 자국을 남기면서 뒤로 물러난다. 내 HP가 조금 줄어들어 있다. 역시 이걸 아무것도 안 사용하고 막아내는 건 아직 무리인가.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으니 스킬 《흘려보내기》를 쓸 필요가 있겠군.


성장한 나와 블러디 베어의 힘의 차이를 분석하면서 다시 휘둘러지는 팔을 피한다. 기세 좋게 휘둘러진 팔이 땅을 도려낸다.

뒤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는데, 그 파티에 있던 여자의 목소리겠지. 내가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붉은 문장】을 발동시킨 블러디 베어는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는 아닌 모양이다. 이 숲에 있던 시기에도 급소를 공격해서 발동시키기 전에 쓰러트렸으니까 말이다.

블러디 베어의 두 팔이 연속으로 휘둘러진다. 두 방향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피할 곳은 없다.


“읏차.”


그래서 나는 도약했다. 《공중 주행(스카이 워크)》를 발동시키고, 블러디 베어의 머리 위까지 올라갔다. 당연히 사라진 먹잇감에 당황해 하는 블러디 베어의 머리를 향해 태도를 휘두른다.

일도양단.

머리부터 아래 끝까지 태도로 베어진 블러디 베어는 빛의 구슬이 되어 사라졌다.


“뭐 대충 이 정돈가.”


그때보다는 틀림없이 강해져 있다. 그저 계속해서 피하고 공격하는 그 테크닉은 조금 녹슬었으려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자 카타나와 방금 그 파티 사람들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수고했어.”


카타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뒤이어 파티에 있던 여자가 흥분한 듯이 말했다.


“봐! 역시 이 사람들 게시판 같은 곳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명 소유자들이라니까! 여기 계신 분이 《남제》 씨!”

“태도로 바꿨으니까 전, 이지만 말야.”


카타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다. 그 뒤로 이 녀석은 《남제》라는 이명을 버리고 태도 사용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태도 기술을 상승시켜서, 어느 정도 썼더니 태도를 평범하게 쓸 수 있게 됐다는 것. 역시 태도는 숙련도를 올리면 평범하게 쓸 수 있게 되는 모양이군. 운영진의 미스인지 뭔지인 것 같은데, 일정한 숙련도 이하의 경우는 공격 판정이 이상하게 나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라며 여자가 나를 보며 반짝거리는 시선을 보내왔다.


“여기 계신 분은 지난 이벤트에서 3위를 하신 분!”


아아……우리들을 알고 있던 건가.


“이명은 게시판 쪽에서 의논되고 있는데, 《붉은 섬광(피어스 레드)》 《가장 난무(仮装乱舞)(실버 마스커레이드)》 《용성(龍星)》 《복면(블러디 이매지네이션)》 《은영(銀影)(디스어피어)》 같은 여러 가지 후보가 나오고 있다구요!”


그만 둬, 하고 무심코 소리칠 뻔 했다. 다른 사람이 이명으로 불리는 걸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걸로 불려보니 엄청나게 부끄럽다. 베개에 이름을 파묻고 이불킥 하고 싶다.


그보다……게시판 녀석들, 너무 중2병스럽잖아……. 부탁이니까 무난한 걸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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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서 올라오고 있는 이명의 영어는 쓰임이나 문법보다도 발음이 얼마나 멋진지가 중요합니다. 시오리는 이명 후보 중에 《은희(銀 姫)(발키리)》 가 있다던가 뭐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