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de Online》-Free Life- 76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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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Life-
76
전투 태세에 돌입한 센즈키 일행을 보고 카타나가 사나운 미소를 짓는다. 뒤쪽에 있는 시오리 일행은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것 같지만, 저 녀석들이 공격을 해 오면 무기를 뽑아들겠지. 카타나도 센즈도 서로 죽일 생각은 없을 테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여기는 에리어 한복판인 것이다. 언제 몬스터가 덮쳐와도 이상하지 않다.
“기, 기다려 줘! 이 녀석이 먼저 나서긴 했지만, 우리들은 너희들하고 싸울 생각은 없어!”
“이봐, 그런 말을 믿을 것 같아? 무기를 겨눴잖아. 겨눴다고 해서 불평은 안 하겠지만.”
역시라고 해야 하나, 센즈키는 얘기를 들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제 2부대 녀석들도 호전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아무도 저 녀석을 막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명 소유자 몇 명하고 대규모 길드 넘버2 부대. 양쪽 다 상당한 실력자가 모여 있는 모양이고, 서로 적당히 손을 빼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나온다. 카타나 같은 경우엔 죽일 마음이 없더라도 그런 조절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오는 센즈키 일행에 뒤쪽에 있던 멤버들도 이번엔 무기를 빼들었다. 서로한테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 안 된다. 이제 막을 방법이 안 떠오른다. 젠장……이제 싸울 수밖에, 없어.
“……오라버니. 이건 이미 싸울 수밖에 없겠네요. 아이템으로 여기서 탈출하는 수도 생각해 봤지만, 저 카타나 씨는 말을 걸어도 멈출 것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고요. 저 사람 혼자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 그러네.”
“저 센즈키라고 하는 남자를 먼저 해치우죠. 리더가 당하면 저쪽도 멈출 거에요.”
시오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등으로 손을 뻗어 태도를 뽑은 순간, 팽팽한 분위기가 폭발했다. 센즈키 일행이 이쪽으로 달려왔고, 카타나가 그들한테 반격하려고 똑바로 달려들었다. 시오리나 도르아 일행도 그 뒤를 잇는다.
선두에 있던 센즈키와 카타나가 다시 무기를 부딪치려고 한 순간이었다. 그 사이에 푸른빛 섬광이 내달렸다. 드드드득 하고 땅을 도려내고, 섬광은 그 끝에 있던 나무를 두 조각으로 쪼개버렸다. 나무가 땅에 쓰러져 커다란 소리를 냈다.
카타나와 센즈키는 서로 뒤쪽으로 크게 물러나 난입자 방향을 바라봤다. 우리들도 섬광이 날아든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검을 내리친 상태로 우리를 도려보고 있는 남자가 거기 서 있었다. 장비하고 있는 건 《공략 연합》의 검은 갑옷.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아서 남자의 맨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각이 진 머리에, 검처럼 날카로운 눈동자. 나이는 40대 정도 될까. 그 표정에는 무심코 뒤로 물러나게 될 것만 같은 격노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키, 키리기리 씨.”
각이 진 머리의 남자를 본 센즈키가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센즈키 뒤쪽에 있던 녀석들도 몸을 경직시키고 있다. 키리기리라고 불린 남자는 대검을 등에 집어넣더니 우리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가론이나 구룡처럼 키가 큰 건 아니지만, 흐트러짐 없는 자세에서 그 실력이 엿보인다.
“누구야 저거?”
“《공략 연합》 제 1부대 대장, 이라고 해야 하나, 《공략 연합》의 길마에요.”
도르아한테 귓속말로 물어보니 아무래도 저 남자가 리더인 모양이군.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센즈키.”
키리기리가 감정을 억누른 낮은 목소리로 센즈키한테 말을 걸었다. 센즈키는 움찔 하고 몸을 떨더니,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그게 말이죠, 이건, 그게, 마, 맞아! 저 녀석들이 먼저 공격해 온 겁니다! 저희들은 저희의 몸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확실히 센즈키가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먼저 공격을 한 건 카타나였고 말이야.
“그런가. 공격을 당한 거냐. 그건 어째선지 알겠나, 센즈키.”
“아, 아니, 그게…….”
“가르쳐 주마. 너희들이 그들의 뒤를 밟는다고 하는 불손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들한테 내린 지시는 에리어의 탐색이지, 플레이어를 미행하는 게 아니었을 텐데?”
키리기리는 그렇게 말하고 센즈키한테서 시선을 떼고 이번엔 우리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오자 쁘띠 토마토나 마운틴 일행이 살짝 비명을 흘렸다. 나도 꽤 쫄긴 했지만 어렴풋이 미소를 짓고 있는 카타나나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오리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는 없다. 나도 키리기리를 노려보며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카츠키라고 합니다. 저 사람들하고 싸우게 됐던 건 확실히 저희들이 먼저 공격을 한 탓이지만, 저쪽도 입구를 막고 에리어 독점을 하기도 했고, 저희들의 뒤를 밟는 등 불손한 행동을 했다고요. 먼저 공격을 한 건 사과하겠지만, 그쪽이 저희들을 공격할 권리는 없어요.”
몇 번인가 혀를 씹을 뻔 했지만,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키리기리의 눈을 보면서 말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세계에 오기 전의 나였더라면 키리기리가 노려본 것만으로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겠지. 배짱도 좀 붙은 모양이다. 그래도 무섭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 부하가 폐를 끼쳤다. 사과하지.”
그렇게 말하고 키리기리는 우리들한테 고개를 숙였다.
“우리들은 확실히 《Blade Online》에서 플레이어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엔 그걸 이유로 삼아 다른 플레이어한테서 아이템을 삥 뜯거나, 공갈하고 있는 자가 나오고 있지. 에리어 앞에 제 5부대 소속 사람들을 배치한 건, 에리어를 독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네. 과거에 숨겨진 에리어가 발견됐을 때, 공략하기 위해 많은 플레이어가 그곳을 찾아왔는데, 그 안에 PK길드에 속한 사람이 섞여 있어서 말이다. 몇 십 명이나 되는 플레이어가 희생이 됐지. 그걸 막기 위해 아오기리 녀석들을 배치해 둔 거였는데……역시나. 진심으로 사과하지.”
키리기리가 다시 고개를 숙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공략 연합》도 조직 단결력이 좋은 것 같진 않네.
“이봐 센즈키. 오늘은 이제 물러난다. 길드 홈으로 돌아가겠어.”
“어, 하, 하지만 아직.”
“공략은 내일부터 재개한다. 그리고 탐색하는 멤버도 변경한다.
“어, 어.”
“다른 녀석들을 두고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말이다. 그 녀석들도 기다리고 있고, 우리들은 물러나도록 하지. 너희들은 어쩔 거지?”
키리기리가 우리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물어봤다.
“우리들은 좀 더 에리어를 공략하겠어. 보스를 쓰러트리려고 여기 온 거니까 말이야.”
“그런가. 열심히 하게나. ……PK 길드, 《식시종(구울)》을 조심해라.”
그렇게 말하고 키리기리는 우리드한테서 등을 돌리고 워프 아이템을 사용해 숲에서 탈출했다. 마지막에 말한 《식시종 (구울)》이라고 하는 불길한 단어가 기분 나쁘게 귀에 달라붙었다.
그러고 보니, 게시판에서 본 것 같은데. 숨겨진 에리어로 찾아온 공략조 플레이어한테 《식시종》이 기습을 해서 공격을 했다고 했던가. 구조대가 달려왔을 때엔 많은 희생자가 나왔었고, 《식시종》은 모습을 감췄다고 한 모양이다. 《공략 연합》은 그걸 경계하고 있던 건가.
PK길드라는 소리를 듣고 떠오르는 건 《눈 눈 눈(블러디 아이)》긴 하지만, 가끔씩 게시판에 정보가 있을 뿐 그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다.
류를 떠올리고 감정이 혼란스러워졌지만, 지금은 내버려 둬야 한다.
“……자 그럼. 소동도 끝났으니, 나아가 볼까.”
―――――――――――
커다란 돌문 앞에서 나는 시오리 일행한테 마지막 확인을 했다. 보스의 모습, 공격 방법 같은 걸 한 번 더 설명하고, 아이템으로 HP와 스테미너를 완전한 상태로 갖췄다. 한 번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도망칠 수 없다. 파티에 긴장감이 맴돈다.
“좋아, 그럼 갈까 얘들아. 서로 도와주면서 안전 제일로 행동하자고!”
무거운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서 큰 소리로 파티 멤버를 북돋아 주고, 우리들은 보스의 방으로 발을 디뎠다.
신전을 떨게 만들 정도의 거대한 포효와 함께, 신전 중앙에 푸른 화염이 떠오른다. 그게 점점 커지더니, 그 거대한 곰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블러디 포레스트》 보스, 거대한 푸른 곰 굴브아지오.
오랜만에 보는 그 모습은 여전히 무서운 압박감을 뿜어대고 있었다.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킨다. 하지만 이번엔 나 혼자 있는 게 아니다. 동료가 있어. 지난번처럼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간다!”
전투가 시작됐다.
지난번과는 달리 몇 명이나 되는 든든한 동료가 있었고, 전투 패턴도 사전에 전원한테 알려뒀지만, 그래도 역시 괴로운 전투가 됐다.
굴브아지오의 팔 내리치기 공격을 한손검 사용자인 쁘띠 토마토와 마운틴 둘이서 막아낸다. 무거운 공격에 두 사람의 HP가 2할 정도 깎여 나갔지만, 어떻게든 공격을 버텨냈다. 움직임이 멈춘 굴브아지오의 팔에 카즈야와 시오리가 스킬을 때려 박는다. 카즈야는 대검을 크게 위로 쳐올려 베는 동작이 큰 기술을 썼고, 시오리는 연속 계열 스킬을 썼다. 두 사람의 공격에 굴브아지오의 HP가 약간 깎여나간다.
팔을 다시 뒤로 뺀 굴브아지오는 그대로 우리들을 향해 돌진 공격을 날려왔다. 온몸으로 적에게 부딪치는 이 공격은 역시 방패만 가지고는 막아낼 수 없다. 우리들은 다섯 명씩, 두 갈래로 나뉘어 그 공격을 피했다.
그 뒤엔 어느 한 명이 미끼가 되어 굴브아지오를 유인하고, 그 틈에 다른 한쪽이 공격하는 패턴으로 갔다.
내리쳐 오는 양팔 내리치기 공격을 보고 나는 피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단공》을 발동시켜 한쪽 팔에 반격을 날렸다. 거대한 팔과 크게 휘둘러진 태도가 서로 부딪치더니, 서로의 공격을 상쇄시킨다. 다른 팔 쪽은 대응할 수 없었지만, 나한테는 동료가 있다. 마찬가지로 스킬을 발동시킨 시오리가 나를 짓뭉개려고 뻗어온 손과 부딪치더니 위력을 죽였다.
움직임이 멈춘 양팔을 향해 남은 세 명이 공격을 날린다. 아스트로가 빛을 두르고 찌르기 계열 스킬로 팔을 찌르고, 마운틴과 에그원이 연속 계열 스킬로 공격한다. 그 공격에 비명을 내지르며 양팔을 뒤로 물린 굴브아지오는, 그 푸른 눈동자를 충혈시키며 우리들을 향해 돌진 공격을 날리려고 한다.
거대한 몸이 자세를 낮췄을 때, 굴브아지오가 갑자기 자세를 무너트리고 땅에 쓰러졌다. 등 뒤에서 카타나 일행이 공격한 거겠지. 일정한 데미지를 주면 일어나는 공황 상태 때에, 우리들은 HP와 스테미너를 회복시키고 자세를 고쳤다. 다급해 하지 않고 안전제일로 쓰러트리는 게 목적이다. 틈이 생겨도 너무 다가갈 필요는 없다.
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회복 아이템이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겨우 승부가 났다.
양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다가오는 공격에 마운틴과 아스트로가 커다란 데미지를 입었지만, 사망에는 이르지 않았다.
카타나 일행이 굴브아지오한테 공격을 해서 겁먹게 만들었을 때, 나하고 시오리가 둘이서 굴브아지오한테 파고들어 둘이서 《오버레이 슬래쉬》 스킬을 먹인 걸로 인해, 겨우 그 HP바를 0으로 만들 수 있었다.
비명을 지르면서 빛의 입자가 되더니 무너져 가는 굴브아지오를 보고, 우리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