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de Online》-Free Life- 69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Free Life-
69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꽤나 마음에 담아두는 타입이다. 아니 다들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말해 봤다. 이 세계에 와서 어느 정도, 정말 약간은 성장할 수 있었던 기분이 들긴 하지만,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은 별로 바뀐 것 같지 않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소리를 꺼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벤트》가 끝나고 난 뒤 나하고 가론의 관계는 회복됐다. 아니, 전보다 더 사이가 깊어졌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거나, 둘이서 공략 에리어로 들어가서 희귀한 아이템을 찾아다니거나, 린의 가게에서 저녁을 먹거나. 어쨌든 둘이서 자주 달라붙게 됐던 것이다. 마치 현실의 친구처럼. 뭐 가론은 공략조에 소속되어 있고 길드 마스터를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매일 논다는 건 아니지만. 뭐 그래도 며칠에 하루 정도는 만나는 관계가 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나하고 가론의 관계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는 듯했다.
블레이드 온라인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론이랑 같이 행동을 했던 녀석들이다. 만났을 때에 나를 신용할 수 없다며 파티에 끼워줄 것을 거부했던 녀석들이다. 뭐 그래도 그에 관해서는 확실히 기분 상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미 끝난 얘기고, 그에 관해서 그들한테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정말로.
나하고 가론은 어떤 에리어에 있는 어떤 바다 에리어에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오징어채를 정말 좋아해서, 잘 익은 오징어채에 조미료가 들어간 마요네즈를 뿌려서 맛있게 먹기 위해 가론과 같이 오징어채를 잔뜩 만들 재료로 삼을 오징어를 낚아왔다.
“그건 그렇고 아저씨 같은데. 오징어채를 좋아하다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닥터 페퍼+오징어채의 콤포는 최고라고.”
곧잘 집에서 구워 먹었었지. 그때마다 시오리가 냄새가 밴다며 화를 냈었다. 아무것도 모르네, 그 냄새가 좋은 거잖아. 그 오징어 냄새가 말야. 아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뭐 확실히 나도 오징어채는 좋아하고, 치즈 스틱이나 소고기 육포 같은 건 좋아하는데. 그 닥터 페퍼라는 건 진짜 아냐. 그건 인간이 마실 게 아니라고. 그 코가 삐어버릴 것 같은 약품 냄새도 그렇고, 형용하기 힘든 맛도 그렇고, 그건 아냐.”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뭐라고……? 이 자식 닥터 페퍼를 모욕하는 거냐! 그 궁극이자 지고의 지적 음료인 닥터 페퍼를!”
“아니아니 그건 오히려 마시면 바보가 되는 듯한 맛이라고.”
“바보가 될 것 같은 맛이라고……? 이 자식! 100번 더 말해 봐라!”
“아니 몇 번 말하게 할 생각이야.”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을 안을 걸어 다니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우리들 앞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아니 낯설다고 해야 하나,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없는 것 같은 그런 남자였다.
“카이바…….”
그 남자는 가론이 세운 길드 《열화(烈火)》의 간부를 맡고, 나한테 “너는 신용할 수 없어.” 라고 했던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노카이바라고 하는 모양이다. 가론 일행은 카이바라고 부르고 있는 모양이라서 나도 카이바라고 부르기로 했다.
카이바는 나를 찌릿 하고 노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적당히 좀 하라고, 가론. 이런 정체도 모르겠는 녀석이랑 같이 놀고 있을 틈이 있으면 길드의 신참들의 레벨 올리는 것 좀 도와달라고.”
“……카이바. 오늘은 내가 자유로운 날일 텐데.”
“길마가 그런 무책임한 소리 하지 말라고.”
“……있잖아, 우리들이 《열화》를 세우기로 했을 때, 길마니까, 라던지 간부니까, 같은 건 없는 자유로운 길드로 만들자고 정했잖아. 확실히 우리들은 공략조의 한 축이긴 하지만, 그걸 위한 스케줄은 이미 다 정해놨잖아? 게다가 너도 가끔씩은 쉴 필요가 있어, 라고 했었잖아.”
그렇게 가론이 말했지만 카이바는 납득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가론한테 계속 불평을 늘어놓는다.
“아―카이바 씨였나? 나는 《열화》에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 규칙 같은 건 모르지만, 지금 대화를 듣자하니 오늘 가론은 자유롭게 해도 되는 날인 거 아냐? 그럼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어딘가 잘못되지 않았어?”
“하아아. 이봐, 외부자는 입 좀 다물어 있어 주지 않겠어? 애초에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좀 죄송하다는 듯이 있어.”
아아, 이거 이제 짜증이 나기 시작했네요.
“야, 너 이제 슬슬――――”
가론이 그렇게 말하며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나는 카이바의 이기적인 말투에 화가 뻗치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거지―, 카이바인지 뭔지 하는 녀석. 그런 소리 할 거라면 나랑 결투하자고. 내가 지면 이제 가론이랑 별로 안 만나기로 할게. 그 대신 내가 이기면 가론이랑은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내겠어.”
그렇게 말하자 카이바는 겁 먹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어찌 됐건 나는 《이벤트》에 입상했고, 그 도중에 가론한테 이겼으니까 말이다. 겁을 먹는 게 당연하겠지.
“궁상맞게 입으로 떠들어 대는 것보다도 결투로 단칼에 정해버리는 편이 편하잖아? 나는 얼른 낚아온 오징어로 린한테 오징어채 좀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게 아니면 나랑 결투하는 건 싫어? 뭐 어쩔 수 없으려나. 왜냐면 나는 《이벤트》에서 3위니까 말이야. 쫄아버려도 어쩔 수 없지, 창피해 할 필요는 없어.”
이런 말을 하니 아니나 다를까, 카이바는 내 도발을 받아들였다. 이런 녀석들은 현실에서도 잔뜩 봐 왔다. 교실이나 내가 속해있던 검도부, 곳곳에서 봐 왔다. 이런 녀석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바로 화를 내고, 정론을 내세우면 화를 내고, 깔보는 상대한테 무슨 소리를 들으면 화를 낸다. 그런 녀석들이다.
현실에서는 가능한 한 반발하지 않으려고 온화하게 흘러가듯이 지내왔다. 어떻게 하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지, 그런 걸 관찰하고 파악해 왔다. 그래서 부추기는 방법도 터득하고 있다.
뭐, 이 녀석의 경우에는 매우 단순하니까 내가 아니라도 상대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테지만 말야.
“너무 우쭐대지 말라고. 입상했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딴 말 하지 말라고.”
“그럼 결투한다는 걸로, 됐지?”
“당연하지.”
이렇게 돼서 나하고 카이바 군은 결투를 하게 됐습니다.
――――――――――――――――
결투는 도시 한복판에서 하게 됐다. 결투를 보러 온 플레이어가 우리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아직 결투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뭐야 이 숫자는…….
관중들 속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가론 말고도, 결투한다는 소리를 듣고 가게를 내팽개치고 온 린,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찾아온 카타나 등등, 낯익은 플레이어가 몇 명이나 있었다. 《밝히는 빛》의 간부인 도르아조차 있다. 대체 어떻게 결투한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도르아는 옆에 있는 뭔가 복면을 뒤집어 쓴 흑발 여자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저 여자도 길드 멤버인 걸까? 복면을 쓴 여자는 뭐라고 할까 엄청나게 낯익은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카이바가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사고를 전환시켰다.
“이봐, 결투 모드는 HP제로 괜찮겠지?”
HP가 0이 될 때까지 싸우는 모드다. 0이 되도 당연히 죽지는 않는다.
“그래, 그걸로 좋아.”
카이바의 무기는……창이다. 기분 나쁘게도 공허랑 결투했을 때가 떠오르는데. 그때는 패배했지만, 이번엔 짓뭉개 줄 마음으로 가보도록 할까.
그리고 결투가 시작됐다.
카이바는 뭐, 공략조의 길드 간부인 만큼 그럭저럭 실력을 갖고 있었다. 공허는 상대의 틈을 찔러서 단숨에 공격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카이바는 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격렬하게 공격해 대는 스타일이다.
전투가 개시되는 것과 동시에 카이바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맹렬한 기세로 창을 내질러 왔다. 뒤로 물러나 그걸 피하자 카이바는 그걸 허용하지 않고 곧바로 간격을 좁혀 공격을 해 왔다.
흠……역시 상대한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공격할 수 있는 창은 성가시네. 하지만 뭐, 성가실 뿐이지 아예 상대를 못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나아갔다. 카이바가 내지른 창이 머리카락을 스치는 걸 느끼면서 품으로 파고들고, 허점투성이가 된 배를 향해 발차기를 때려 박았다. 장벽이 있으니까 고통은 없을 테지만, 카이바는 신음 소리를 내질렀다. 거기서 다시 발을 걸어 땅으로 넘어트렸다.
이런 짓을 안 하더라도 평범하게 공격하면 되지만, 나는 마음에 담아두는 타입이라서 괴롭혀 줬다.
“왜 그러지?”
쓰러진 카이바를 내려다보면서 바보 취급하듯이 그렇게 말하자, 카이바가 내 다리를 향해 창을 내질러 왔기에 뒤로 물러나 가볍게 피했다.
그 틈에 카이바가 일어났다.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오오!!”
어떤 스킬을 발동시켜서 달려든다. 아무래도 단발 찌르기 스킬인 듯하군. 으음. 역시 공허 쪽이 이 녀석보다 상대하기 힘들었어. 실력으로 봐선 확실히 이 녀석도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략조 멤버라서 강한 거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몬스터를 상대로 했을 경우의 얘기다. 몬스터하고 플레이어하고는 전투 방식이 달라진다. 《이벤트》 전에서 실력자 몇 명하고 싸워 봤는데 몬스터랑 하는 전투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힘들었지.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지만 말이야. 이 녀석은 전투가 시작됐을 때부터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분노가 플러스로 작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마이너스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한테 관찰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승부는 이미 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카이바가 마음을 가다듬고 냉정한 상태로 나랑 전투에 임했더라면 이것저것 변했겠지. 뭐, 도발한 건 나지만 말야.
자 그럼. 짜증나는 감정은 아까 쓰러트렸을 때 개운해졌다.
그러니까,
“이제 질렸어.”
창이 나를 찌르기 전에 《단공》으로 카이바를 머리부터 양단시켰다.
“으, 아.”
다시 땅에 엎어지는 카이바.
《단공》이 제대로 들어간 걸로 인해 카이바의 HP가 일격에 0이 된 모양이었다. 뭔가 즐길 맛이 없는 승부였다. 주변 관중들이 승부가 난 걸 보고 환호성을 내지른다.
“……미안했다.”
놀랍게도 전투가 끝난 뒤에 카이바가 사과를 해 왔다. 분명 화를 내면서 욕을 퍼붓던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떠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짜증이 나서 너무 이기적인 말만 했다. 정체를 모를 수 없는, 같은 말을 해서 미안했다.”
그렇게 말하더니 카이바가 고개를 숙여왔다. 한 순간 어쩌면 좋을지 몰랐지만, 나한테도 일단 죄가 있었기에 사과하기로 했다.
“아뇨……저도 도발하는 듯한 말을 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도 고개를 숙여뒀다.
“그럼 이번 사건은 이걸로 해결이지? 카이바, 나도 되도록 길드를 위해 일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가론이 마무리를 지었다.
그 뒤로 나하고 가론하고 카이바는 린의 가게에 가서 오징어채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셋이서 맛있게 먹었다. 카이바는 방금 전 그 사건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야 하나, 전혀 다른 태도로 친근하게 나를 대했다. 그 태도는 나한테 복수하기 위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강하네……. 순식간에 당해버렸다고.”
“그거야 아카츠키는 나를 쓰러트렸으니까 말야. 젠장, 다음번에 나랑 결투하자고! 다음엔 내가 이길 거야.”
“나도 진 상태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강해져서 나도 다음엔 이기겠어!”
…….
그 뒤로 세 명이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한 건데, 아무래도 카이바는 진심으로 길드를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길드를 강하게 만들고, 자신의 동료가 죽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고 보니, 분명 가론의 동료가 잔뜩 죽었다는 얘기를 이벤트 때 들었었지…….
이기적인 기분 나쁜 녀석, 이라는 인식은 바꿔야 할 모양이다. 너무 성을 내긴 했지만 동료를 잘 생각하는 경박한 사람. 그 정도 느낌이려나. 게다가 나하고 결투가 끝난 뒤엔 간단히 자신의 죄를 인정한 부분도 내가 알고 있는 이기적인 녀석들과는 달랐다. 뭐라고 할까, 어른스러운 느낌이었다. 뭐 그 폭주는 어른스럽다고 할 수 없지만, 냉정해지고 난 뒤에 그런 빠른 태도 변환은 그 녀석들과는 다르다.
참고로 카이바는 23살이라는 듯하다. 나보다도 연상이다. 경박한 느낌이 들지만.
내가 봐 온 이기적인 녀석들도 어른이 되면 카이바처럼 되는 걸까? 그게 아니면 카이바는 원래부터 이렇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던 걸까?
뭔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오징어채는 가상 세계에서도 맛있다는 거로군.
그날 밤 시오리와 나눈 메시지.
『오늘, 결투한 모양이던데요』
『그래, 잠깐 말야』
『그런가요』
『응』
매번 뭔가 이런 어색한 메시지가 되는 건 어째서 그런 걸까…….
―――――――――――――――――――――――――――――――――――
일상편이라는 걸로, 한동안은 이런 식으로 여러 캐릭터들과의 교류를 적어가고 싶습니다. 이번엔 가론편이라기보다는 카이바 편이었네요. 폭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료를 신경 쓰는 면도 있는,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카타나 군이랑 놀거나, 린하고 는실난실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