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Blade Online

《Blade Online》-Event- 58

『큐빅』 2016. 1. 3. 23:35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Event-


58


“태도를 사용하는 사람하고 한 번 싸워보고 싶었어. 나는 가론. 잘 부탁한다.”


나를 본 가론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사람 좋아 보이는, 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좋았다. 같이 있으면서 즐겁기도 했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래서 이 게임 안에서도 같이 파티를 맺자고 생각했다.

귀여운 여자애한테 바보 취급당하면 평범한 여자애한테 바보 취급당한 것보다 더 상처를 입는 것처럼, 믿음직스럽고 상냥한 녀석한테 버려지는 것도 몇 배나 상처 입는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말이다.


“태도를 쓰는 사람하고 한 번 싸워보고 싶었어”? 웃기지 마라. 너는 그 태도를 쓰는 나를 파티에서 쫓아냈잖아.

머리에 피가 솟구치는 게 느껴진다. 숨이 거칠어졌다. 빠득빠득 하고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악문다.

《블러디 포레스트》 안에서는 나를 버린 카론이라도 좋으니까 누구랑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때의 나라면 가론한테 화내지 않고 의지를 했겠지.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역시 안 된다. 가론이 나를 버리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그딴 숲에서 1년 넘게 혼자서 생활하지 않고 끝난 것이다. 그딴 고렙 몬스터 무리하고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동굴 안에서 자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누구랑 만나고 싶다는 고독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한 번 머리에 떠오른 가론에 대한 분노가 증식해 간다.

지금 당장 녀석한테 달려들고 싶지만 아직 승부는 시작되지 않았다. 나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복면 너머로 가론을 노려본다.


―――――――――


“나는 가론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괜찮다면 같이 파티를 짜지 않겠어?”


넷게임과 달리 블레이드 온라인은 자기가 상대한테 말을 걸어서 의사소통을 취해야 한다. 오랫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던 나는 마음대로 동료를 만들지 못했다.

거기서 카론이 나한테 말을 걸어주고, 나하고 파티를 짜 준 것이다. 기뻤다. 태도로 내가 방해를 해도 웃으면서 커버해 주었다. 다음번에 다른 게임의 동료를 소개해 주겠다고 말해 주었다. 베타판 말고도 정식판에서도 같이 플레이하자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그런데.

게시판에서 정한 약속 장소에 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걸리적거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파티는 짜지 않겠어』라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게임에서 알게 돼서 현실에서도 정모를 열거나 했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니 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베타판에서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신용할 수 없다.


그 뒤로 나는 파티를 짤 수가 없어서 혼자 행동할 수밖에 없게 돼서, 그 버그 탓에 《블러디 포레스트》로 떨어져서 고렙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숲 안에서 혼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돼서, 짓눌릴 것만 같은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태도를 휘두르고, 죽을 뻔하면서도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쓰러트리고, 쓰러트리고,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가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죽으면서, 겨우 쓰러트려서, 《블러디 포레스트》에서 나올 수 있었을 때는 이미 1년이나 넘게 시간이 지나 있었고.

어째서 내가 그딴 꼴을 당해야 하는 거냐. 이상해, 이상하다고. 왜. 어째서.

가론이, 동료를 설득만 해 줬더라면.

아카츠키는 신용할 수 있는 녀석이라고 해 줬다면.

나는 그딴 상황에 처하지 않고 끝났었다.


―――――――


그리고 시합이 시작됐다.

개시와 동시에 대검을 들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속도로 다가온 가론이, 위에서 대검을 내리쳤다. 나는 태도를 위로 겨눴다. 붉은 뭔가의 껍질로 만들어진 대검이 무거운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태도를 향해 대검을 때려 박는다. 불꽃을 튀기면서, 엄청난 충격음이 주변에 울려 퍼진다. 위에서 내리쳐진 공격으로 전신에 충격이 내달렸지만, 나는 그걸 전부 버텨냈다. HP바가 약간 감소했지만 이 정도는 문제없다.

대검을 공격력이 뒤지는 태도로 막아냈다. 그 사실에 놀란 것인지, 가론은 눈을 치켜떴고, 관객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걸 신경 쓰지 않고 힘을 넣어 대검의 칼날을 힘껏 밀어낸다. 키키킹, 하고 불꽃을 튀기면서 대검이 뒤로 튕겨나간다. 허점투성이가 된 가론한테 나는 태도를 쓰지 않고 있는 힘껏 발차기를 먹였다. 배를 가드하고 있는 갑옷에 부딪쳤지만, 신경 쓰지 않고 힘을 넣어 검을 뒤로 밀어버렸다.

베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가론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은 뒤, 대검을 다시 쥐었다.


“……어째서 지금 베지 않은 거지? 그 상태라면 나를 간단히 벨 수 있었을 텐데.”


깔보였다고 느낀 건지, 살짝 표정을 험악하게 짓고 가론이 그렇게 말했다.


“이봐, 알고 있어? 이 게임의 정식판에선 태도의 공격 판정이 이상하단 걸 말이야.”

“……………그 정도는 알고 있다만.”

“그래서 태도를 고른 녀석들은 동료를 잘 만난 일부 녀석들을 제외하고, 무기 변경을 할 수 있는 도시까지 솔로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

“……그게 어쨌다는 거지?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

“나는 동료르 잘못 만났었다고. 그래서 파티를 짤 예정이었던 녀석한테 버려지고, 혼자서 고독하게 행동해야만 했었어.”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고!”

“아직도 모르겠는 거냐? 그게 아니면 나를 이미 기억하지 않는 거냐?”

“너…….”

“나야. 나라고, 가론. 게임이 시작된 날에 네 파티에 들어가지 못했던.”

“아카츠키……냐?”


나는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태도를 겨눴다.

가론은 멍하니 나를 보고 있다.


“보여 주마, 가론. 혼자서 살아온 내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