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Blade Online

《Blade Online》-Event- 54

『큐빅』 2016. 1. 3. 23:15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Event-


54


닥터 페퍼로 해 봤습니다.

―――――――――――――――――――――――――――――――――――

모니터에 나오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전투 양상을 지켜보면서 자판기에서 사 온 두 번째 주스 뚜껑을 열었다. 탄산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에서 달콤한 약품 같은 냄새가 나오고 있다.
내가 사온 주스는 닥터 페퍼다. 이 약품 같은 냄새와 아몬드 젤리 같은, 체리 맛 콜라 같은 맛을 옛날부터 좋아했는데, 방금 전 자판기에서 이걸 찾아내 무심코 사 버렸다. 자판기에서 차갑게 식혀진 닥터 페퍼가 목울대를 넘어간다. 여전히 맛있다. 여기다 포테이토칩이나 오징어포라도 있으면 최고인데 말이야.

전에 친구나 시오리한테 마시게 해 봤더니 “인공적인 달콤함이 싫어.” 라던지 “약품 같은 냄새가 기분 나빠.”라던가 “너, 미각 이상한 거 아냐?” 라던가 “……미각 장해인가요?” 라는 심한 말을 들었는데, 어째서 이 맛을 이해할 수 없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맛있는데. 마시는 것만으로도 뭔가 과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놀고 있을 때가 아니었군.

모니터에는 예선 때 마지막으로 싸웠던 그 쌍검 남자가 한손검 플레이어하고 싸우고 있는 참이었다. 계속해서 내질러지는 쌍검에 상대는 그저 방패로 막아낼 수밖에 없다. 방패로 막는데도 한계가 있고, 이 상대가 지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나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고 게시판을 열었다. 다른 플레이어의 경기는 나중에 봐도 된다. 지금은 다음 대전 상대에 집중하자.


검견. 《유리빛 검》의 서브마스터로 《견기사》라는 이명 소유자. 쌍검 사용자. 과거에 《창기사》와 싸워 승리했다.
이명의 유래는 이벤트 안에 텐션이 올라가 “월월어~!” 하고 큰 소리로 소리쳤으니까, 개 같은 자세로 상대를 싸우니까, 그리고 《유리빛 검》의 길드 마스터인 《유리》를 몬스터에서 지키는 모습이 마치 기사 같았으니까, 인 것 같다. 마지막 쪽은 에리어에서 전투를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게시판에서 그걸 적은 모양이다.

라산도 그렇고 이 사람도 그렇고, 《유리빛 검》에는 별난 사람이 많은 걸까……. 길마인 《유리》라는 사람도 어딘가 이상한 사람인 걸까?
뭐, 이명의 유래는 제쳐 두고, 《창기사》나 《해적왕》한테 이겼다는 전적을 보아하니 평범한 실력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창기사》는 썩어 빠졌었지만 실력은 확실히 있었고, 《해적왕》도 얼빠진 패배를 하긴 했지만 꽤 훌륭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창기사》한테는 실력으로 이겼고, 《해적왕》하고 싸워서 질 것 같냐 이길 것 같냐 하면, 아마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견기사》의 실력은 가늠하지 못했지만, 《단공》 외의 스킬을 사용할 각오도 해 둘 편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뭐, 나한테 유리한 점이 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태도는 초반에 공격 판정이 이상한 탓에 많은 사망자가 나왔고, 거의 모든 플레이어가 태도에서 다른 무기로 변경했다고 한다. 나는 레벨을 올린 것 덕분인지, 숙련도가 올라간 덕분인지 평범하게 태도를 사용하고 있지만, 플레이어들은 레벨을 올리기 전에 무기를 변경한 것인지 현재 태도를 사용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나 말고 볼 수 없는 듯하다.
내가 《골렘 마운틴》에서 싸웠던 모습이나, 《창기사》 공허와의 승부는 게시판에서 꽤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이번 시합에서도 태도 사용자에 관한 얘기로 떠들썩해 지겠지.

그러니까 지금 이 세계에 있는 태도의 정보는 적다. 그게 《견기사》한테 갖고 있는 내 이점이다.
쌍검의 특징은 양손에 쥔 두 개의 검.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한 연속 공격이나, 한 자루의 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 난 뒤 또 한 자루의 검으로 공격하는 둥 여러 전투 방식이 있다.
《견기사》는 스피드 공격 말고도, 《쌍아》 같은 공격력 중시의 스킬도 쓸 수 있다. 한때 공격력이 낮다며 쌍검은 약한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공격력 중시 스킬을 쓸 수 있게 된 플레이어가 나오고 난 뒤 그 평가는 사라졌다.

태도와 쌍검이라면 공격력은 태도가 더 높고, 스피드는 쌍검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모든 쪽에 자신이 있다. 어중간한 대검 사용자라면 정면에서 힘으로 밀어낼 자신이 있고, 쌍검이라도 스피드로 이길 자신이 있다. 이번 상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두 개 다 자신이 있는 것 같다.
닥터 페퍼의 냄새와 맛을 즐기면서 나는 게시판에서 《견기사》에 관한 걸 조사했다. 전투에 유리한 정보는 별로 찾아내지 못했지만, 정보 수집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시합 직전이 되어 있었다.

아차. 다른 시합 같은 것도 봐 둘 생각이었는데 벌써 다음 내 시합이잖아. 저질러 버렸군…….

서둘러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닥터 페퍼를 단숨에 마시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젠장, 긴장되기 시작했다. 린한테 멋지게 우승하고 오겠다고 말한 직후인데 2회전 같은 곳에서 져 버리면 창피해서 여관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 버려…….
손바닥에 「사람 인(人)」하고 세 번 적은 뒤 삼키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별 상관 없는 얘기긴 한데, 사람 인을 적어서 삼키는 행위에는 상대방한테 휩쓸리지(삼키다라는 한자를 씁니다)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옛날 사람이 고안해 낸 긴장 푸는 방법인데, 잘 모르겠네. 인터넷에서 긴장 푸는 방법이라고 소개되어 있던데 정말로 이런 거 하는 사람 있는 거야?
전혀 긴장도 안 풀리고…….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창이 떴다. 송신자는 린.
『힘내.』그 말만 적혀 있었다.
그래, 알겠어. 힘낼게.
그 한마디 덕분에 뭔가 의욕이 솟아났어. 고맙다, 린.
린의 응원을 헛수고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이기자.

시합 개시가 직전으로 다가왔을 때, 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라, 린한테서 온 게 아냐?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