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de Online》-Bloody Forest- 7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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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 Forest-
7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대로 세어 본 건 아니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달 정도는 지났을 것 같다.
게임 안인데도 몸 냄새가 엄청나게 고약해졌다. 며칠에 한 번씩 샘물로 몸을 씻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하아……목욕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오늘도 아침부터 수행을 시작한다.
그 날 이후로 아직 나는 동굴 밖을 탐색하러 가지 않았다. 몬스터한테 살해당할 우려도 있고, 출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새로운 공략 에리어로 가기 위해선 이미 나와 있는 에리어를 클리어해서 다음 에리어로 이어지는 입구를 찾아야만 한다. 찾을 때까지 입구는 닫혀 있는 상태다. 때문에 만약 전 에리어에서 여기로 들어오는 입구를 찾아내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확률은 낮다. 그러니 여기서 수행을 해서 플레이어들이 여기까지 오는 걸 기다리는 편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알고 있어도 최근 밖을 탐색하고 싶다는 감정이 억눌러지지 않는다. 아무도 안 도와주러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과 어쩌면 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합쳐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감정이 마음속에 생겨나 있었다.
그 날 수행을 마친 나는 드디어 밖을 탐색하러 갈 결심을 다졌다. 그 뒤로 꽤 숙련도나 스킬 레벨도 올랐고, 어쩌면 이 숲에서도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른다. 태도의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칭호 【태도 초단】하고【태도 이단】을 입수했고, 『피로 물든 벚꽃』도 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회복용 아이템도 아직 손을 대지 않았고, HP를 회복하는 피레의 과일도 먹지 않고 몇 개 남겨 놨다.
“좋아.”
샘물로 몸을 닦고, 내일 아침 탐색을 하러 나가기로 한 나는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딱딱한 바닥의 감각에도 꽤 익숙해졌다.
지금, 다른 플레이어들은 뭘 하고 있을까. 설마 전멸하진 않았겠지. 나 혼자 살아남았다던가……. 뭐 그런 일은 없겠지. 파티를 짜서 행동하면 어지간한 일이 아닌 한 죽을 일도 없을 것이다.
동생이나 가론하고 그 동료들은 아직 살아 있을까? 그 날 버려진 일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여기서 살아남아 돌아간다면 뭔가 불평불만이라도 늘어놓고 싶다. 뭐라고 해 줄까, 그런 걸 생각하는 사이에 내 의식은 어둠으로 떨어졌다.
―――――
다음날 아침.
동굴 앞의 세 종류의 과일을 가져와서 피레의 과일을 아이템 박스에 집어넣는다. 아침 식사는 빌레레의 과일을 먹기로 했다. 빌레레의 과일 세 개를 배 속에 채워넣고, 평상시처럼 마비 상태가 되어 쓰러진다. 이미 독이나 마비 상태 이상에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쉘드 스콜피온의 고기만큼은 아직 먹지 않았다. 뭔가 무섭기 때문이다.
배도 찼으니 슬슬 동굴 밖을 탐색하러 가 볼까. 이 동굴은 몬스터가 들어올 수 없는 설정이 되어 있고, 뭔가 있으면 곧장 돌아오면 된다. 『피로 물든 벚꽃』을 몇 번 휘둘러 보고, 나는 동굴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어두컴컴한 숲 속, <<은밀>>을 발동하면서 천천히 이동한다.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잎과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합쳐져서 숲은 상당히 기분 나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현재로서 몬스터는 만나지 않았다.
여기처럼 자연계 에리어의 몬스터 중에는 야행성이 있는 경우가 있다. 야행성 몬스터는 아침이나 점심에는 자고 있으며 일어난다 하더라도 움직임이 느리다. 하지만 밤이 되면 눈을 뜨고 흉폭해진다.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아침에 공략을 시작해서 해가 저물기 전에 돌아가기 때문에 야행성 몬스터하고는 별로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마을 중앙에 있는 의뢰판에 붙은 의뢰 안에는 야행성 몬스터를 밤에 쓰러트려라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싸우게 되는 플레이어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나는 베타판을 플레이 할 때 의뢰로 봤을 뿐이기 때문에 야행성 몬스터하고 밤에 싸워본 적은 없다.
일단 뭐가 말하고 싶은 거냐 하면, 밤이 되기 전에는 동굴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탐색을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났을 즈음, 드디어 몬스터를 발견했다. 그 녀석은 땅에 난 풀을 맛있다는 듯이 먹고 있다.
온몸이 갈색 털로 뒤덮여 있으며, 머리에는 긴 귀가 두 개 나있다. 그리고 이마에는 날카로운 뿔이 자라 있었다. 뿔이 난 토끼인 것 같다. 이름은 볼 수가 없다. 레벨이 높은 거겠지.
이 토끼, 어디서 본 적이 있다. 혼 래빗이라는 약한 몬스터가 있었을 거다. 그 녀석하고 매우 닮았다. 하지만 혼 래빗은 좀 더 작았고, 털 색깔은 흰색이었다. 어쩌면 아종이라는 녀석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 토끼한테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단 말이지. 뭐랄까, 혼 래빗은 확실히 말해서 쪼렙이고, 눈앞에 있는 이 녀석도 그렇게 강하게 보이진 않는다. 레벨은 나보다 높다 하더라도 이길 확률이 없는 건 아니고……. 좋아, 한 번 쓰러트려 볼까.
혼 래빗은 이쪽에서 공격을 하지 않으면 덮쳐들지 않는 얌전한 몬스터였다. 아종처럼 생긴 이 녀석이 꼭 그럴 거라고는 단정지을 순 없지만, 풀을 먹고 있는 걸 봐서 얌전한 것 같다.
태도를 겨누고 <<은밀>>을 사용한 채로, 천천히 뒤로 다가가 봤다. 바로 뒤에 서 봤지만 덮쳐 들 낌새는 없다. <<탐지>>로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지 확인해 봤지만 반응은 없다. 좋아, 해 볼까.
“하앗!”
한 번 검을 칼집에 넣어, <<발도>>로 공격을 했다. <<발도>>는 검을 뽑으면서 상대를 베는 스킬이다. 다른 스킬과 달라서 연속해서 다른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꽤 편리하다.
갑자기 칼에 베인 토끼는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뒤로 젖혔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포스 슬래쉬>>를 발동한다. 푸른 빛이 네 번 연속으로 토끼의 몸을 지나가더니, 그 부분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윽!”
토끼가 이쪽을 돌아보더니 뿔로 날 찌르려고 돌진해 왔다. <<간파>>로 토끼의 돌진이 어디로 오는지 깨달은 나는, <<스텝>>으로 오른쪽으로 도약했다. 스킬 레벨이 올라간 덕분에 <<스텝>> 하는 움직임이 빨라져 있다.
공격에 실패한 토끼는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돌진을 멈췄다. 혼 래빗도 공격을 피하면 틈이 생기니까 역시 이 녀석도 아종인가 뭔가일 것이다.
등 뒤에서 <<포스 슬래쉬>>로 공격해 돌진을 <<간파>>로 피한다. 토끼의 HP바는 2할 정도 깎여 있었다. 꽤 단단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토끼가 나를 바라본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달려들지 않는 건가?
다음 순간, 토끼의 몸이 노랗게 빛나는가 싶더니 엄청난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들어 왔다. <<간파>>로 붉은 공격 예측선을 확인할 수 있었을 때엔 이미 <<스텝>>으로 회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큭!”
곧바로 <<흘려보내기>>를 발동시켜 토끼의 뿔을 검으로 아주 잠깐 막아내 충격이 오기 전에 칼날을 옆으로 밀어서 위력을 죽였다. 돌진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다. 옆으로 이동해 나무를 향해 달려 들어가는 토끼를 본다. 뿔이 나무에 꽂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공격할 찬스다.
토끼한테 다가가려고 하다가 양팔의 고통을 깨달았다. HP를 확인하니 4할 정도 깎여 있었다. 말도 안 돼……. 돌진은 완벽히 흘려보냈을 것이다. 스킬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제대로 흘려보낼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엔 완벽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데미지를 입다니. 정면으로 맞았으면 즉사였던 거 아냐?
공포 때문에 다리가 움츠러들었다. 죽음의 공포.
하지만 언제까지 멍하니 서 있을 수는 없다. 공격 자체는 제대로 통했고 저 돌진조차 조심만 하면 어떻게든 될 터다.
아이템 박스에서 피레의 과일을 먹어 HP를 회복한다. 거의 전부 회복했다. 아직 토끼는 나무에 꽂힌 채로 아등바등 거리고 있다. 아직 공격할 수 있다.
서둘러 토끼한테 다가가 <<포스 슬래쉬>>로 벤다. 아직 토끼는 아등바등 하고 있다. 스킬 반동이 수그러 들었기 때문에 다시 <<포스 슬래쉬>>를 발동시킨다. 토끼의 HP는 4할 정도 줄어 있었다. 좋아, 할 수 있겠어!
<<간파>> 덕분에 토끼가 몸을 돌려 뿔로 날 찍으려고 하는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동굴 안에서 한 연습 중, <<이단 점프>>의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더니, 『스킬을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강화하시겠습니까?』라는 문자가 떠올랐다. Yes를 선택하자 <<이단 점프>>가 사라지고, 새롭게 <<사단 점프>>를 쓸 수 있게 됐었다.
나는 <<사단 점프>>로 토끼의 돌진을 피하고, 텅 비게 된 머리를 향해 낙하의 충격이 실린 <<투구 쪼개기>>를 때려 박는다. <<투구 쪼개기>>는 방어력이 높은 상대를 향해 사용하는 타격기다. 잘 먹히면 상대를 혼란 상태에 빠트릴 수 있다.
토끼는 비명을 지르며 휘청휘청 비틀거렸다. 아무래도 잘 들어간 모양이다. 혼란 상태에 빠트릴 수 있었다. <<포스 슬래쉬>>를 몇 번 사용해 순조롭게 HP를 줄여간다. 2할 정도 남았을 때, 혼란 상태가 풀렸다. 돌진 공격에 당하지 않도록 뒤로 물러난다.
샛노란 빛이 보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커헉…….”
한 순간 뭐가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 배를 보니 뿔이 꽂혀 있다. 진짜냐……. 예비 동작이 없다니,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뿔에 찔린 부분이 뜨겁다. HP는 어떻게 됐지……. HP바는 한참 전에 레드 존에 돌입해 있었으며, 이미 거의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앞으로 한 번 더 공격을 받으면 끝이다.
서둘러 회복약을 써야만 해…….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템 박스를 사용할 수가 없다……. 거짓말이지……마비냐…….
이 토끼는 적을 마비 상태에 빠트리게 하는 힘을 갖고 있던 것 같다. 역시 너무 깔보고 있었던 것 같군…….
토끼가 달려드는 게 보였다.
――――
HP가 0이 된 순간, 갑자기 몸이 빛났다. 머리에 『영혼의 파편을 사용하겠습니까』라는 문자가 떠오른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회복계 아이템을 10개나 갖고 있었잖아. Yes를 선택하자, HP가 빨간색의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회복된다.
눈앞에 있는 토끼. 이제 회복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죽든 살든, <<투구 쪼개기>>로 토끼의 머리 옆부분을 때려 줬다. 혼란 상태에는 빠지지 않았지만, 휘청거리며 움직임을 멈추는 토끼. 서둘러 <<스텝>>으로 거리를 취해 피레의 과일을 씹는다. 체력이 절반 정도 회복됐다. 하나 더 먹어서 완전히 채운다.
토끼가 자세를 고쳤다. 녀석의 몸이 노랗게 빛난다. 이번엔 예비 동작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 9번 회복할 수 있다고는 해도 너무 쓸데없이 쓰고 싶진 않다. <<사단 점프>>를 사용해 도약한다. 공중에서 투명한 땅을 박찬다. 토끼는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을 지나가 달려들어, 또 나무에 꽂혔다. 아등바등 거리는 토끼.
이미 녀석의 HP는 2할 이하.
땅으로 내려간 나는 <<포스 슬래쉬>>를 발동시켜 어떻게든 토끼를 쓰러트렸다.
띵, 하고 어딘가 얼빠진 전자음이 계속해서 들리더니, 레벨이 단숨에 4나 올라갔다. 스킬하고 칭호는 얻을 수 없던 모양이다.
오늘은 이제 동굴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