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재림 용사의 복수담~ 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 1장 제 1화 『영웅의 최후』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재림(再臨)


제 1화『영웅의 최후』


두 번째 소환에서 하루가 지났다.

지금은 왕궁 지하에 있는 감옥의 침대 위에 앉아있다.


“머리는 좀 식었나?”

“……네. 폐를 끼쳐버렸습니다.”


쇠창살 너머에서 말을 걸어온 기사를 향해 반성한 말투로 머리를 숙인다.

내 침착한 모습을 보고 안도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더니 기사는 “폐하한테 보고 드리고 오겠네. 조금만 더 있으면 나갈 수 있겠지.”라는 말을 남기고 쇠창살 앞에서 떠나갔다.


폐를 끼쳐버렸습니다, 인가.

……웃기지 마라.

그걸 말해야 할 건, 너희 왕국 쪽이다.


감옥에 있는 동안 찾아온 기사한테 이런 저런 말을 들었다.


흠씬 두들겨 패준 류자스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또한 본인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내가 냉정히 있을 수 있게 되면 곧바로 감옥에서 빼낸다, 라고.

소환되어진 쇼크로 인해 폭행을 저지른 것이니 무죄라는 듯하다.


뭐, 용사를 소환하고 곧바로 처형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상황도 모르고 패버렸던 건 약간 경솔했다.

그 결과가 이 감옥이다.

바로 직전에 살해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마술만 사용할 수 있으면 이런 감옥, 간단히 빠져나갈 수 있을테지만.”


한 번 살해당한 영향인 건가, 두 번 소환된 영향인 건가.

어찌된 일인지 나는 전혀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마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미약한 마력을 방출하는 건 가능해도, 그걸 마술 형태로 변환하는 게 불가능하다.


용사로서의 힘은 거의 잃어버렸다고 해도 좋다.

이렇게 감옥에 들어가 있는 건 돌파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류자스를 죽이려고 해도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외견도 바뀌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근력이 감소하고, 키도 작아지고, 머리카락 색깔마저 바뀌어 있다.

아무래도 첫 번째 소환 전, 고등학생 때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아무도 내가 과거 용사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마술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근력도 떨어졌다.


“그래도――”


몸에 익힌 지식이나 기술, 쌓아왔던 경험은 확실히 머리 속에 들어있다. 평범한 기사라면 간단히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류자스……!”


눈을 감고 분노를 참으며, 떠올린다.

맨 처음 이 세계에 소환됐을 때의 일을.


그리고 동료한테 배신당하기까지의 전말을.





맨 처음 이 세계에 소환된 건 3년 전의 일이다.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는데, 지금과 마찬가지로 왕국에 의해 소환되었다.


“――어서오시게, 세계의 용사여. 부디, 이 세계를 마왕한테서 구해줬으면 하네.”


그 때도 정신을 차려보니 기묘한 문장으로 만들어진 원 위에 서 있었다.

얄궂게도 맨 처음에 들은 말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똑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국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인에 의해, 왜 여기 있는지 설명을 듣게 됐다.


여기는 지구와는 다른, 레이테시아라고 부르는 세계.

마왕이라고 불리는 존재에 의해 멸망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 왕국은 마왕을 죽이기 위해 용사를 소환한 걸세.”

“……그, 게.”

“그렇네. 귀공일세.”


――세계, 용사, 마왕.


현대 사회에서는 도저히 진지하게 입으로 꺼낼 수 없을 단어들의 나열.

장난치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그걸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이 곳의 분위기는 무겁다.


아마츠키 이오리.

사람들이 재촉하는 데 이끌려, 여자스러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마츠!”


절반만.


이 긴박감 때문에 성대하게 혀를 씹고 말았다.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 있는 건 중학교 졸업식 이후로 처음이니까.


“과연, 아마츠 공이라고 하는 건가.”


아니야.


라고는, 역시 말 못하고 결국 내 이름은 아마츠로 정착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때는 그런 걸 설명할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 아마츠 공……마왕에게서 세계를 구원해 주겠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진행시켜가는 국왕.

이쪽의 사정을 전부 무시하는 말투에 화가 나서, “나는 싸우지 않아.” 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쳐 버렸다.


태어나고 16년.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이 흘러가듯이 살아왔다.

부모님이 사고로 죽었을 때도 얌전히 숙부한테 거둬들여 줬고.


그런 것보다 집으로 되돌아가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탁해 봐도,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라는 답변이 왔다.

“몇 년 동안에, 왕국은 마왕에 의해 멸망당하고 만다.”라는 협박까지 당했다.


싸움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한테 이 세계 사람들은 뭘 기대하고 있는 거냐.


그 뒤에는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네.”라고 해산하고, 왕국의 의향에 따라 성에 있는 한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상냥하게 대해주면 마음이 바뀔테지――그런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였다.


방 안에 틀어박혀 가져다주는 요리를 먹고 잘뿐인 생활.

성에 있는 녀석들은 그런 나를 보고 겁쟁이라며 욕했다.

그 때, 계속해서 생각했지. 얼마나 덜떨어진 머리를 갖고 있는 거냐고.


단연코, 용사라는 이름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다.

맨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계기가 찾아왔다.


강경한 파벌이 내가 싸우지 않는 걸 보고 격분해 내 방을 습격한 것이다.

간발의 차이였다.

지나가던 여자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살해당해 있었을 것이다.


성 안에는 기사가 순회를 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우연히” 그 날은 순회하던 기사가 임무를 빼먹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습격해온 녀석들은 왕국에 의해 엄격한 처분이 내려졌다.

직무를 방기하고 있던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왕은 나한테 상당히 유들유들해졌다.


“아마츠 공이 용사로써 싸우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지도 모르겠네.”


다시 말해서 그 습격은 국왕이 뒤에서 조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알고 있어도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4년. 4년 동안, 왕국을 수호해만 준다면 그대를 원래 있던 세계로 돌려 보낼 것을 약속하네.”


전에 국왕은 이렇게 말했다.

해마다 마왕군의 공격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대로는 앞으로 3년 있으면 인간은 멸망해 버릴 것이다――라고.


즉,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으면, 마왕을 쓰러트려라.” 라고 국왕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싸우지 않는다면 나는 국왕의 하수인에 의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왕국이 마왕에 의해 멸망당하면 나는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알겠어.”


이렇게 나는 평소대로 흘러가듯이 원하지도 않는 싸움에 몸을 던지게 되었다.





싸우겠다고 정하니, 신기하게도 내 힘을 사용하는 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팔에 새겨진 용사의 증거인 문장.

그게 가져다 주는 건 초인적인 신체 능력과 압도적인 마술이다.


그걸 사용해서 나는 국왕이 지시하는 대로 싸웠다.


힘의 영향인지 머리카락은 잿빛이 됐고, 키도 커졌다.

3개월이 더 지나니,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 때가 되자, 세상 사람들은 이오리를 “영웅 아마츠” 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계를 구하는, 구세주라고.


“영웅 말이지.”


세계를 구한다던가, 구세주라던가, 그런 고상한 건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할 뿐인 싸움이다.


맨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그게 바뀐 건 반 년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류자스라고 해. 마왕군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나도 협력하게 해줘.”


마왕군과 전투를 하려면 많은 사람과 연계를 해야 한다.

마술사 류자스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나한텐 말이지, 여동생이 있어. 그 녀석이 바라던 세계를, 내가 만들고 싶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류자스는 말했다.

이런 세계에 날아들어 왔으니,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며 싸우는 류자스를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이 이상 동족이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아마츠, 나도 너하고 같이 싸우겠어.”


“귀신족”이라고 하는 아인 청년, 디오니스는 그렇게 말했다.

항상 중립의 입장을 취하고 있던 귀신족은 인간과 마왕군 양쪽한테서 미움을 사고 있다.


“내가 귀신족을 인도해야만 해. 동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


일족을 위해서 싸우는 책임감.

그리고, 사명을 달성하려고 하는 강인한 의사.

흘러가듯이 살아온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을 디오니스는 가지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싸워가는 중에 자신의 내면에 조금씩 바뀌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전에 강경파의 공격한테서 나를 지켜준 여자.

루시피나와의 만남이, 나를 크게 바꿨다.


“제 마을은 마왕군과 인간의 싸움에 휘말려 버리게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도, 그 때.”


인간, 마족, 아인, 전쟁으로 엄청난 수의 사람이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걸 봐 왔다.

그러니까 다투지 않는, 모든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

그게 자신의 꿈이라고, 루시피나는 말했다.


“당신과 함께라면, 그걸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요.”


루시피나는 계속해서 나를 구원해 주었다.

포기할 뻔 했을 때도, 계속해서 나를 지탱해 주었다.

당신은 강한 사람이라며, 분명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며.


괴로운 싸움 중에서도 결코 약한 소리를 내지 않고, 상냥하게 동료를 지탱해 주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씩 이끌리고 있었다.


싸움이 시작됐을 때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일밖에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여행을 할 때마다 내 감정은 바뀌어 갔다.


전쟁에서 상처 입은 사람을 봤다.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인을 봤다.

동료가 살해당해서 통곡하는 마족을 봤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다치는 모습을 봐 왔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생각했었다.

루시피나가 말했던 다툼 없는 세계를 실현해 보고 싶다, 고――.


하지만 영웅의 힘을 가졌어도, 편한 여행은 아니었다.

도중에 계속해서 죽을 뻔 하고 좌절할 뻔 하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싸울 수 있었던 건 이 세 명의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왕국이나, 다른 나라한테서 지원을 받으면서 우리들은 마왕군하고 싸워갔다.

전쟁의 형세를 크게 역전시키고 대세는 인간 쪽으로 기울어 갔다.


전쟁의 종지부가 눈앞까지 다가와 있다.

동료와의 사이도 깊어지고, 그 뒤는 모든 원흉인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 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최종 결전이 치러지는, 그 날 까지는.





소환되고 3년의 세월이 지났을 쯔음.

마왕군이 각 나라마다 설치했던 미궁은 전부 파괴되고, 모든 사천왕도 쓰러트렸다.

남아 있는 건, 마왕 뿐이다.


각 나라의 지원을 받고 우리 파티는 마왕의 성으로 들어갔다.


한 번, 마왕과는 칼을 맞부딪쳤다.

그 때 싸움에서 마왕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해 있었다.


작전은 이렇다.


나와 루시피나가 전위에서 마왕을 끌어들이고, 그걸 디오니스가 서포트한다.

그리고 그 동안 류자스가 마력을 끌어 올려 최대 화력의 마술로 마왕한테 마지막 일격을 날린다.


죽을힘을 다하고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걸 사용하면 이 전법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덫을 빠져 나오고, 귀족을 쓰러트리고,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면서 마왕의 성으로 나아간다.

류자스의 마력을 보존시켜 가면서 최심부, 마왕의 방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이 앞으로 너희들을 지나가게 할 수는 없어.”


마지막으로 우릴 막아선 건, 단 한 명의 마족이었다.


긴 은발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황금처럼 빛나는 눈동자에 강한 의사를 띄운 소녀.

조그만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포된 마력은 평범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수도 없이 부딪쳐 왔던 강대한 힘을 가진 잘 알고 있는 마족.


이름도 몰랐던 그녀가,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이름을 댔다.


“――엘피스자크・기르데갈드.”

“……아마츠.”


그녀와 나눈 말은 그것 뿐이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됐다.


소녀는 강했다.

사천왕을 쓰러트리고 온 우리들조차 고전할 정도로.


마술을 행사할 때마다 벽이 부서지고, 바닥에 균열이 생긴다.

루시피나와 함께 전위로써 검으로 싸우고, 디오니스와 류자스가 후위에서 서포트를 한다.

격렬한 사투 끝에 무릎을 꿇은 건 소녀였다.


“내……패배인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우리가 검을 들이대자 소녀는 포기한 듯이 중얼거렸다.

싸움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 소녀도 쓰러트려야만 한다.

소녀를 향해 검을 내리치려고 했을 때였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단지, 싸움을 멈추고 싶었을 뿐인데.”


그건 누군가를 향해 한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하는 자조였다.

싸움을 멈추고 싶었다는 그 말에, 손잡이를 쥐고 있던 손가락의 힘이 약간 풀렸다.


“너…….”


계속해서 부딪쳐왔던 이 소녀는, 인간을 죽이고 기뻐하는 그런 마족이 아니다.

정말로, 마족이기 때문에 죽일 필요가 있는 건가?


그런 의문을 머리에 띄우고,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죽이는 거야, 아마츠!”

“얼른 해치워 버려!!”


동료들이 외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죽이냐, 죽이지 않느냐.

갈등하다가 결의를 다진 이오리가 들이댄 검을 내리치려는 순간이었다.



“――아?”



서걱, 하고 오른팔에 날카로운 충격이 일어났다.

툭, 하는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 건 내 팔이다.


“뭐……이건, 무슨 농담이지?”


뒤에서 쏜 마술이 내 팔을 잘라냈다.

잘려진 팔의 단면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고, 달군 철을 갖다 대는 것 같은 열에 휩싸인다.


눈 앞에 있는 소녀는 단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네 녀석의 물러터진 부분에는 구역질이 나와.”


내 팔을 잘라낸 마술을 사용한 건 동료였을 터인 류자스였다.

여러 마술을 사용하고, 수도 없이 여행을 서포트해 줬던 마술사.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선 믿음직스러운 동료.


“뭐, 그 덕분에 이렇게 네 팔을 잘라낼 수 있었지만 말이지?”


오른팔에 깃들어있던 용사의 힘이 혈액과 함께 빠져가는 게 느껴진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무릎을 꿇을 것 같이 된다.


“어……째서.”

“모르는 거냐? 여기까지 왔으면, 네 녀석은 이제 볼일 없다 이거야, 용사님. 마력이 담긴 팔만 있으면 이 뒤는 나라도 마왕을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무슨……말을!”


베어내진 오른팔을 치유 마술로 붙이려고 남은 왼팔을 뻗었을 때였다.

갑자기 날아들어온 마술이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 나도 모르게 토해낸 그건 새빨간 피였다.

내 몸에서 나는 철 냄새가, 방 안을 채워간다.


“깨끗이 포기하질 못하네, 아마츠.”


나를 공격하고 내뱉듯이 그렇게 말한 건 디오니스였다.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면서도 마왕군의 횡포를 용서할 수 없다며 일어선 귀신족 남자.

마술과 검술 양쪽을 사용하는, 믿음직스러운 동료.


어째서, 이 녀석들이 나한테 공격을 하는 거지?

마족의 세뇌라도 받은 건가?

상황이 이해되질 않는다.


“류자스. 아직도 아마츠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연실색하며 상처를 막는 나를, 디오니스가 비웃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동료의 정이다. 가르쳐 줄게. 영웅 아마츠는 마왕과 싸우다가 전사.

남은 세 사람이 마왕을 쓰러트리고, 우리들은 네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영웅으로써 나라를 개선한다.

괜찮은 시나리오지?“


그렇게 대답한 류자스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래. 마왕을 약하게 만들고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려와 준 시점에서 네 역할은 끝나있던 거라고.”


소환과 동시에 내 오른팔에는 방대한 마력이 깃들어있다.

그 힘을 완전히 사용해 내는 유일한 존재가, “용사”다.


“용사의 힘이 아니더라도 이 뒤는 류자스한테 마력을 양도해주면 마왕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걸로, 네 역할은 끝이라는 거지. 이제 좀 이해가 됐으려나?”


3년이라는 세월.

긴 여행을 함께해온 전우들이,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왜 그러는데…….”


몸에서 힘이 빠져서 나는 땅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 껄껄 비웃는 류자스와 디오니스.


“안심해라, 아마츠. 네 의지는 내가 이어서 마왕은 확실히 내가 죽여줄 테니까 말이야!”

“루시,피나.”


귀에 거슬리는 류자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루시피나를 불렀다.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줬던 여자.

루시피나만큼은, 내 동료라고 믿고 싶었다.


“아마츠 님.”


내가 불러 세우자, 루시피나는 평상시처럼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이 뒷일은, 저희들한테 맡겨 주세요. 당신의 역할은 이제 끝난 거랍니다.”

“뭐……?”


하지만 그 눈은 무기질하고, 이오리를 보고 있지 않았다.


“기다려 줘……. 어째서. 약속했잖아……? 이 전쟁이 끝나면, 분쟁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후, 후훗.”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모습으로 루시피나가 실소했다.

그 모습에, 나는 얼어붙었다.

이 녀석은 정말로 그 루시피나인건가 하고.


“분쟁 없는 세계? 아아……당신은 진심으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군요. 이세계에서 찾아온 주제에, 이 세계를 구한다구요? 건방지단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크하하하! 이거 걸작인데, 아마츠. 그런 목표를 가지고 싸워 왔던 건, 네 녀석 혼자였다는 소리라고.”

“꿈은 자면서 꾸는 편이 더 낫지 않냐?”


자신을 비웃는, 동료들.

이건 진짜로 현실인 건가?


꿈이라고 믿고 싶어도, 온몸의 고통이 현실을 들이댄다.


“필요한 만큼의 마력은 받았어. 루시피나, 거기 남은 찌꺼기를 청소해 줘.”

“그럼, 아마츠. 영원히 잠들어서 원하는 만큼 꿈을 꾸라고.”


류자스의 그 말에, 루시피나가 마술을 두른 검을 들어올렸다.

아직, 다행히 다리는 움직인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꺾여 있었다.

“안녕히――“영웅 아마츠”


그리고 루시피나가 검을 내리쳤다.

굉장한 마력에 공격을 당해, 나는 벽을 뚫고 마왕의 성 밖으로 떨어졌다.


이미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배신당했다는 단어뿐만이 머릿속에 떠올라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날은, 대체 뭐였던 거지.

그 녀석들의 비웃는 눈동자가 뇌리에 새겨져 떨어지질 않는다.


“제……기랄!”


전쟁을 끝냈다고 생각했던 건, 틀렸던 것일까.

지금까지 해 왔던 건, 틀렸던 것일까.

그것도 이제, 모르겠다.


실의, 그리고 동료들을 향한 엄청난 증오 속에서.

푸직, 하고 뭔가가 짖눌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 의식은 사라졌다.



이게, 첫 번째 소환의 전말.

동료한테 배신당하고, 비웃음 당하고, 살해당한 용사의 결말이다.





철컹, 철컹, 하고 여러 사람들의 발소리가 울린다.

눈을 뜨고 시선을 올리자 국왕한테 보고하러 갔던 기사가 돌아와 있던 참이었다.

사람 수는 다섯 명으로 늘어나 있다.


“폐하께서 부르신다.”


네 기사가 나한테 경계를 보이고, 한 사람의 기사가 열쇠를 사용해 감옥의 문을 연다.


이걸로 떳떳하게 자유의 몸이다.

구속 도구는 채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짓은 아직 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아직 모르는 일들이 너무 많다.

마력은 잃어버렸고, 반대로 베어내졌을 터인 팔은 붙어있다.

행동하기 전에 여러 가지 알아보도록 하자.


초조해 할 필요는 아무것도 없다.

순종적인 태세를 보여주면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


――기다리고 있어라, 류자스.


저절로 올라갈 것 같은 입가를 붙들어 막으며, 나는 감옥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