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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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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성도』
제 9화 『무적의 기사단』
——성당 기사단 2번대 부대장.
이 역할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교국의 요충지, 수도이기도 한 성도 슈멜트를 수호하는 2번대.
그 2번대가 되기 위해선 연줄 말고도 실력, 그리고 실적이 필요해진다.
그런 역할을 레오 윌리엄 디스프렌더가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맡고 있다.
그건 오로지 레오가 부대장을 맡기에 걸맞는 모든 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 2번대 대장의 추천, 월등한 전투 기술, 부대장을 맡기에 어울리는 실적.
그리고——.
◆
문을 걷어차고 방 안에 나타난 레오.
상냥한 손놀림으로 키리에를 부축하면서 레오는 검끝을 마르크스한테 겨눴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죠?”
비싼 카펫 위에는 레오한테 절단된 벌레가 움찔움찔 버둥대고 있었다.
레오의 조용한 질문에 마르크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어째서, 여기에.”
“편지가 왔습니다. 당신이 부하를 이용해 악행을 일삼고 있다는 편지가.”
기사 임무를 끝마친 레오는 자신한테 한 편지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곳에는 마르크스의 부하가 고아원 아이를 습격하려 하고 있다, 라는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레오는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으리라.
이런 내용의 편지는 다른 사람한테 악의를 품고 보내는 경우가 곧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적혀 있던 한 여자의 이름을 보고 레오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두 명이! 성가신 짓을 하다니!”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사람이 꾸민 짓이리라.
편지를 보낸 주인의 정체를 깨닫고 마르크스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편지 건도 포함해서, 한 번 더 묻겠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검을 겨눈 채로 레오가 질문한다.
레오는 에둘러서 마르크스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베어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끄응…….”
“……레오 군. 이 사람은 저택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어.”
입을 다문 마르크스 대신 키리에가 그 악행을 폭로했다.
자신도 그때까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던 힘, 「성청」.
이 저택에서 들은 모든 것을 키리에가 레오한테 알렸다.
이 저택 안에서 수많은 아인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
마르크스나 그 부하들을 위해서 수많은 여자들이 노리개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지금도 저택 지하에 수많은 여자들이 붙잡혀 있다는 것.
“키리에, 그건…….”
키리에의 말에 레오는 저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그건 믿기 힘든 내용——.
아니,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키리에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레오는 마르크스가 키리에를 덮치려고 했던 걸 목격했다.
“……하아.”
레오가 가만히 굳어있던 도중, 마르크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촉수가 돋아나 있던 부분을 매만지면서 분노를 표현한다.
“이거야 원. 자네는 정말로 하나하나 내 마음에 안 드는군, 디스프렌더.”
“……그건, 인정했다고 봐도 되는 거군요?”
“하하. 그래, 인정하고말고.”
코웃음을 치면서 마르크스는 간단히 자신의 악행을 인정했다.
“……당신은!”
전혀 장난 치는 기색이 없는, 차분한 말투로 마르크스는 말했다.
“나는 말이네, 아인이 제멋대로 행동하게 두고 있는 이 도시를 용서할 수 없네. 여긴 성도. 지성이 없는 야수들이 들어와도 되는 곳이 아니지. 그러니 그 녀석들을 솎아내고 있는 거지.”
그래서 아인 여자를 붙잡아 노리개로 삼고 살해하고 있다는 건가.
태연하게 사정을 입에 담는 마르크스의 추악함에 레오도 키리에도 무심코 말을 다물었다.
“나는 곧 있으면 1번대 대장이 되네. 아인 배척파 기사와 교도들을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이 도시에서 아인들을 없앨 생각이지. 이 야수들은 연합국이니 뭐니 하는 쓰레기장에 가 버리면 되네.”
“………….”
“거기에 협력하지 않는 자는 필요가 없지. 나한테 반대하는 기사도 교도도 살아 있을 가치 따윈 없는 거라네. 나는 성당 기사로써, 이 성도를 청결하게 유지시킬 사명이 있지.”
마르크스의 야망을 듣고 레오는 자신의 조사 결과를 떠올렸다.
이 도시에서는 예전부터 행방 불명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발생률은 마르크스가 2번대 대장으로써 이 도시에 오고 난 다음부터 대폭으로 증가 하고 있었다.
행방 불명 사건의 범인은 고아원에서 찾아낸 대량의 시체로 보아 죠지와 릴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이다.
“그럼……당신은 아인을 배척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는 무슨.”
마르크스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쾌락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 시덥잖은 이유로 내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때까지 내뱉은 말을 마르크스가 간단히 부정했다.
“나는 단순히 아인을 싫어할 뿐이네. 눈에 거슬린단 말이지, 그 녀석들. 야수들 주제에 인간 님과 똑같은 위치에 서다니 말이야. 그 녀석들은 노예나, 성처리용 도구로써 써먹으면 된다네.”
“뭐…….”
“나한테 반대하는 놈들은 단순히 짜증이 나니까 죽였네. 이 내가 일부러 동료로 삼아주겠다고 했는데 거절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더군.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한테 살아있을 가치 따윈 없지. 방해물일 뿐이다.”
두 손을 벌리면서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마르크스가 당당히 얘기한다.
레오의 가슴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 논리는 타인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사람들을 지키는 기사로써, 아니, 똑같은 인간으로써,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타인은 당신의 장난감이 아냐. 당신의 사정 하나로 살해당하다니, 그런 건 용서받을 수 없어.”
“아니, 용서받고말고.”
레오의 분노에, 마르크스는 “젊군 젊어.” 하고 비웃었다.
“——이건 내 인생이다. 뭘 용서받고, 뭘 용서받지 못할 건지는 내가 정한다고.”
말문이 막힌 레오한테 마르크스는 말을 이었다.
“후후, 잘 생각해 보게나. 고작 단 한 번의 인생이란 말이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뭐가 나쁜가.”
마르크스는 자신의 길다란 콧수염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돈을 갖고 싶다. 맛있는 걸 먹고 싶다. 멋진 여자를 안고 싶다. 싫어하는 자는 없애고 싶다. 위대해지고 싶다. 존경 받고 싶다. 타인이 갖고 있는 걸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다. 자신이 가장 행복하고 싶다.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고 싶다. 누구보다도 즐거운 인생을 걸어가고 싶다——인간으로써 태어났다면, 당연한 욕구가 아닌가?”
자연스레 자신의 욕구를 얘기하면서 마르크스는 그게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했다.
마르크스가 얘기한 건 확실히 인간이 가진 욕구다.
하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서 이 남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것인가.
“당신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바보인가 자네는.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런 마술을 나한테 쓸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말이네. 타인이 고통 받든, 상처 입든, 나는 아프지 않지 않나? 그렇다면 타인 따위 배려해 줄 필요는 없지 않나.”
이제 틀렸다는 걸 레오는 깨달았다.
이 남자는 치명적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마르크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기심 덩어리』다.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자기심 덩어리.
“……말하고 싶은 건, 그것뿐인가?”
“그래. 자네도——.”
철퍽철퍽 하고.
잘 익은 과일을 손가락으로 꿰뚫는 듯한, 축축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그 음원이 마르크스라는 걸 레오는 깨달았다.
거대한 마르크스의 육체가 점토처럼 꿈틀거리더니,
“——말하고 싶은 건, 그것뿐인가?”
목, 어깨, 배, 등, 두 팔.
온갖 부위가 축축한 소리를 내면서 형체를 바꾸더니, 인간 한 사람에 필적하는 크기의 벌레가 나타났다.
제각각 원형의 입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푸들푸들 몸을 떨어대고 있다.
“……괴물 자식.”
그 추악한 모습은 이미 인간의 그것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그 추악한 몸을 과시하듯이 두 팔을 벌렸다.
“괴물? 아니 다르네, 디스프렌더! 이건 영웅의 힘의 재현이지! 어떠한 공격도 먹어치우는, 찬탈의 힘이다!!”
격앙된 마르크스한테 호응하듯이 그 몸에서 돋아난 벌레가 레오한테 달려든다.
“키리에, 물러나 있어.”
‘
키리에를 감싸듯이 서는 것과 동시에 레오의 온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방 안에 돌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마력량——직후, 마력을 두른 검을 레오가 내려쳤다.
“흐읍——!!”
방 전체를 뒤덮는 듯한 눈부신 마력의 참격.
검을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레오한테 달려들려고 했던 벌레들이 고깃덩어리로 바뀌어 간다.
2번대 부대장에 걸맞는 사나운 검기.
“————.”
가차 없는 일격이 포물선 상 위에 선 마르크스를 집어삼키고——,
“……뭐라고?”
직후, 그의 몸으로 형체도 없이 삼켜졌다.
혼신의 일격이 사라진 걸 보고 레오가 눈을 치켜떴다.
“좋은 마력, 고맙네!”
철조차 절단하는 일격을 먹어치우고 마르크스가 환희의 환호성을 내지른다.
“레오 군, 조심해! 그 사람, 마술을 흡수하는 힘을 갖고 있어!”
“그런 거네, 디스프렌더.”
“……!”
벌레를 몸에 두른 마르크스의 몸이 레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자신의 사각으로 파고 들었다는 걸 순식간에 깨닫고, 레오는 간신히 방어했다.
“흥.”
마르크스는 코웃음을 치며 온몸에서 돋아난 벌레를 레오한테 날렸다.
그와 함께 마르크스는 어느새 뽑아든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벌레와 마르크스 자신의 동시 공격.
“——!”
가벼운 몸놀림으로 칼을 피하고, 레오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벌레를 하나하나 다 베어나갔다.
몇 마리나 되는 벌레가 땅에 떨어지고 경련하더니 움직이지 않게 됐다.
마르크스는 대장에 걸맞는 기술을 갖고 있다.
경험과 단련에서 오는 힘은 평범한 기사들은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레오의 기술은 마르크스에 육박해 있었다.
피가 배어나올 정도의 노력과, 본인의 재능.
그 두 가지가 합쳐져 벌레를 다루는 마르크스한테조차 레오는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그 정도의 실력을, 레오는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등한 조건에서 싸울 경우의 얘기다.
베어낸 벌레가 10마리쯤 됐을 때.
그때까지 레오를 노리고 있던 벌레의 움직임이 갑자기 바뀌었다.
“뭐…….”
레오를 무시하고 뒤쪽으로 물러나 있던 키리에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방벽을 치려고 성창 마술을 사용하는 키리에.
키리에를 지키려고 곧바로 마술을 쓰는 레오.
“——「마술 찬탈(스펠 디바우어)」.”
그런 두 사람의 마력을 마르크스의 등에서 돋아난 거대한 벌레가 형체도 없이 먹어치웠다.
억지로 마력을 빼앗겨 키리에와 레오의 몸에 피로감이 찾아온다.
“가라!”
또다시 키리에한테 벌레가 달려들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키리에를 대신해 레오가 그 공격을 막아낸다.
“디스프렌더. 자네는 정말로 새파란 젊은이군! 기량은 인정하지! 하지만 말이네! 너무 알기 쉽다네!!”
그 다음부터의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레오를 직접 노리지 않고 벌레는 키리에를 집요하게 노렸다.
마술은 쓰지 못하고, 레오는 맨 신체 능력만 가지고 그 맹공을 버텨내야 한다.
점차 레오의 몸에 상처가 늘어난다.
벌레가 살점을 뜯어먹고, 마르크스의 칼날이 살점을 베어낸다.
10분 정도 지났을 땐, 레오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레오 군……!”
키리에는 영창 마술 외에 싸울 방법이 없다.
레오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도 없다.
그저 상처 입어 가는 소꿉친구의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다.
“레오……군.”
자신의 무력함에 키리에는 이를 악문다.
한심하다. 비참하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늘 레오가 다친다.
아무리 후회해 봐도, 자신은 레오를 구할 수 없다.
“미안……레오 군, 미안해……!”
그렇게 키리에가 울 것만 같던 그때.
“울지 마.”
피투성이의 몸으로 레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키리에한테 말했다.
“여유롭군 그래!”
마르크스의 공격이 직접 레오를 노렸다.
벌레의 송곳니가 레오의 옆구리 살점을 도려내고, 레오의 몸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온다.
비명을 지를 뻔 한 키리에한테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난 네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더니 레오가 그 숲 사건처럼 미소 지었다.
◆
레오 윌리엄 디스프렌더는 겁쟁이다.
혼나는 게 무섭다.
상처 입는 게 무섭다.
실패하는 게 무섭다.
미움 받는 게 무섭다.
너무너무 무서웠다.
굼뜨고, 요령이 나쁘고, 얘기는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자신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움 받는 게 무서워서 마을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없었다.
다른 놀이를 하고 싶어, 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 보니 외톨이가 돼 있었다.
다들 레오를 멍청이 취급하고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다.
그때가 되어서야 초조해져서 끼워달라고 말을 걸었지만,
『싫어. 너랑 놀면 시시하단 말야』
『너랑 얘기할 바엔 벌레를 찾는 편이 더 나아!』
거절 당했다.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즐겁다는 듯이 웃는 아이들을 보고 자신은 무리라며 포기했다.
용기가 없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모든 걸 내던졌다.
사실은 외로웠다.
하지만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다른 애들처럼 발이 빠르지 않다.
다른 애들처럼 나무를 탈 수 없다.
다른 애들처럼 얘기를 잔뜩 할 수 없다.
부모님조차 이런 자신을 보고 어이가 없어한다. 자신과 상담해 주는 상대도 없다.
이런 나는 계속 외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뭔가 차분해지거든』
『——그래서 너랑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
키리에가 그렇게 말해줬을 때, 기뻤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기뻤다.
『뭐라고……!? 숲에 들어간 거니!?』
『키리에는 아직 숲 안에 있는 건가……!?』
숲으로 탐험을 하러 갔던 날.
마을로 돌아오니 키리에가 보이지 않아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마물한테 잡아먹힌 건 아닌가, 라는 어른의 말을 들었을 때.
『야, 레오! 어디 가는 거야!?』
정신을 차려 보니 숲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뭘 생각하고 있던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숲을 내달리고 안쪽으로 가고.
거기서 마물한테 습격 당하고 있는 키리에를 봤다.
『으르르르르르르르』
——무섭다.
울부짖는 마수.
어른조차 잡아 먹힐 수 있는 위험한 마물이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그야, 자신은 겁쟁이인 것이다.
당연하다.
이런 마물 앞에 나가면 순식간에 잡아 먹힐 게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분명 아플 것이다.
분명, 죽게 되리라.
그건 무척이나 무서운 일이다.
그런 식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생각하다가,
『살려줘……!』
키리에의 말을 듣고 모든 게 날아갔다.
마물은 무섭다.
아픈 건 무섭다.
죽는 건 무섭다.
하지만.
——키리에가 사라져 버리는 건, 더 무서우니까.
나무 곤봉을 손에 쥐고 레오는 마물한테서 키리에를 지킨다.
덮쳐오는 마물.
물론 레오가 마물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했다.
나무 곤봉은 꺾이고, 땅에 쓰러져 레오는 어쩔 방도가 없었다.
죽는다.
그 직전, 레오는 봤다.
푸른 갑옷을 입은 수많은 기사들의 모습을.
성당 기사단.
악을 배제하고 교단을 수호하는 기사들.
곧장 숲으로 달려온 기사는 순식간에 마물들을 쓰러트린다.
그 뒷모습을 봤을 때, 레오는 맹세했다.
저런 멋진 기사가 되겠다고.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기사가 돼서, 이번에야말로 키리에를 지켜내겠다고.
◆
“——그 갑옷은 어떠한 공격도 튕겨낸다.”
갈라진 목소리였다.
“——그 검은 어떠한 적도 베어낸다.”
하지만 방 곳곳에 울려 퍼지는 힘찬 목소리였다.
“……디스프렌더, 네놈, 설마……!”
마르크스의 안색이 바뀐다.
온몸에서 기어나오는 벌레와 함께 레오한테 육박하려고 했다.
“지키고 싶은 곳이 있으니까.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하지만, 늦었다.
“우리들은 결코, 굴하지 않을지니.”
방 안에 방대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방금 전 레오의 일격이 돌풍이라면, 이 마력은 그야말로 폭풍.
마르크스도, 벌레도, 키리에조차 움직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들은——.”
성당 기사 2번대 부대장.
그가 젊은 나이에 부대장이 된 건 이유가 있다.
그건 오로지 레오가 부대장을 맡기에 걸맞는 모든 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 2번대 대장의 추천, 월등한 전투 기술, 부대장을 맡기에 어울리는 실적.
그리고——.
“——【무적의 기사단(나이트 오브 언라이벌)】
심상 마술.
수많은 기사가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키리에는, 내가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