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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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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성도』
제 11화 『광식 끝에』
“뭐, 뭐…….”
자신의 피웅덩이 속에서 마르크스가 본 것.
그것은 함정에 빠져 죽었을 터인 남자의 모습이었다.
이오리가 눈앞에 서 있다는 건 즉, 그 함정을 뛰어넘고 구두룡(히드라) 형태의 벌레를 돌파해서 왔다는 것이 된다.
“왜 그러지? 망령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인데.”
“큭. 아……. 그럴 리가, 그런……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그렇게 소리치는 마르크스였으나 절단된 사지의 고통은 진짜다.
고통에 신음하는 마르크스를 내려다 보며 비웃고 있는 이오리는 환상이 아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오리는 전혀 다친 곳이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함정을 돌파하고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괴, 괴물……!”
마르크스의 본능이 시끄러울 정도로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있다.
레오한테서 느꼈던 소름 돋는 죽음의 공포와는 다르다.
확고한 「죽음의 형태」가 눈앞에서 웃고 있었다.
“히익!”
도망쳐야 한다.
애벌레처럼 땅바닥을 기어가면서 마르크스가 왔던 길을 돌아가려 한다.
뒤를 돌아보자마자 개인실 입구에 레오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디스……프렌더…….”
역시 도망치는 건 실수였던 것이다.
레오는 만신창이였으며, 마르크스한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녀석한테서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상처를 입지는……!’
그렇다, 마르크스가 후회했을 때엔 늦었다.
“벌레처럼 기어가는 건 좋다만, 그냥 가게 놔둘 리가 없잖아?”
“으, 끄아아아아아아악!”
직후, 도망치려고 했던 마르크스의 옆구리에 검이 꽂혀 있었다.
체내에 차가운 이물질이 파고드는 감각을 느끼고 마르크스는 절규한다.
격통에 울부 짖는 마르크스를 비웃으며 내려다 보면서 이오리는 힐끔 하고 복도 끝을 바라봤다.
“……조금 시간이 너무 걸렸나. 레오가 먼저 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컥,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중얼거리고 있는 동안에도 이오리는 마르크스의 몸에 칼을 계속 밀어넣고 있다.
칼날이 몸 안을 휘젓는 감각에 마르크스가 절규한다.
‘위험해, 위험해위험해위험해위험해위험해위험해위험해!!!’
레오와 키리에한테서 입은 상처.
그리고 사지를 절단되면서 체내에 들어 있던 아마츠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대로는 몸 안에 있는 벌레들을 제어하지 못하고 몸이 변질되고 만다.
온몸의 살점이 벌레로 바뀌어 마르크스는 죽게 되리라.
“그딴, 말도 안 되는 결말로 끝날 줄 알아아아아아아아아!!!”
“………….”
남아있던 여력을 절단된 사지로 돌렸다.
상처가 쿵쿵 맥박 치더니 크게 부풀어 올랐다.
두 다리에 난 벌레를 바닥에 내리치며 마르크스는 뒤로 물러났다.
“끄아아아악!”
그 때마다 꽂혀 있던 칼날 때문에 옆구리가 찢겨 나갔지만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다.
이어서 잃어버린 두 팔 대신 구두룡 형태의 머리 부분에 필적하는 크기의 벌레를 만들어냈다.
“망령 같으니이이이!! 이제 와서 나를 방해하지 마라아아아아아아아아!”
두 마리의 벌레가 이오리를 통째로 삼키려고 달려든다.
사지를 절단시켰다고 이오리는 완전히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날린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리는————,
“——「마안 중압궤」”
두 마리의 벌레는 이오리한테 닿기도 전에 축축한 소리를 내며 중력에 짓뭉개졌다.
“어……아……?”
“흠. 꼼꼼하게 마안으로 확인했다만 마력 부여품 종류는 보이지 않았다.”
“고맙다. 이 모습을 보건대 더 이상 비장의 수단은 없는 것 같아.”
이오리의 뒤에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농염한 은발이 마력에 나부끼며 두 눈을 붉게 물들인 마안술사.
류자스한테서 「마족」이라고 들었던 소녀다.
“네놈도……살아…….”
“그 정도의 함정으로 전 마왕인 나를 죽이려 하다니, 가소롭군.”
“전……마왕?”
눈앞에 서 있는 마족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전 마왕?
류자스한테선 평범한 마족에 불과하다고 들었다.
“어, 어떻게…….”
“이 이상 네놈 같은 해.충. 따위와 대화할 생각은 없다.”
“뭐…….”
말문이 막힌 마르크스한테 이오리가 다가간다.
“나도 얼른 목적을 마치고 싶어서 말이야.”
“히익……. 기다려, 기다려 주게…….”
“이미 충분히 기다렸어. 너도 30년 동안 마음대로 살았잖아?”
비웃으면서 이오리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온다.
만난 이후로 계속 이오리는 기쁘다는 듯이 웃고 있다.
그 표정과는 정반대로 그 눈동자에서는 일절 표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을 보는 눈이, 아니다.
‘죽는다. 살해당할 거야. 이 내가……? 죽는다고……? 설마, 그럴 리가.’
“으, 끅……!”
꾸륵꾸륵 하고 체내가 꿈틀거린다.
소실된 마력이 너무 많다.
더 이상 주어진 시간도 없다.
“죽, 는다니……내가…….”
겨우 1번대 배치가 결정됐는데.
아직 여자를 더 안고 싶다.
아직 하고 싶은 게 있다.
그런데 이딴 곳에서 갑자기 나타난 과거의 망령한테 죽는다고?
“인정, 할 수 있을 것 같나아!! 나는 이딴 곳에서 죽을 만한 인간이 아니라고! 이딴 결말,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
마르크스의 옆구리가 꿈틀거리며 크게 부풀어 올랐다.
나타난 건 수많은 송곳니가 돋아난 벌레의 입이었다.
“아마아아아츠으으!! 나한테 먹혀라! 먹혀라, 먹혀라, 먹혀라아아아아!!”
입이 크게 벌려지더니 그 힘을 개방하기 시작한다.
죠지와 릴리한테서 받은 궁극의 힘.
“내 영웅의 힘이이!! 망령 따위한테 질 리가 없다! 네놈들은 내 먹이가 되면 충분하다고오오오오!!”
“——【영웅 재현(더 레이즈)】”
이오리의 중얼거림은 이미 마르크스의 귀에 닿지 않았다.
이대로 이 남자한테서 마력을 쥐어짜내 죽여주겠다.
이 녀석들의 마력과 살점이 있으면 받은 데미지를 완전히 치유하고도 남을 정도다.
“마술 찬탈(스펠 디바우어)!!!”
크게 벌려진 입이 이오리의 마력을 흡수해 간다.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농밀한 마력이 마르크스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 온다.
이오리는 어쩌지도 못하고 마력을 흡수당할 뿐이다.
“하하하하하하하! 어떠냐!? 아앙!? 이게 내 힘이다!!”
흡수할 수 있을 만큼의 마력을 흡수하고 마르크스가 비웃는다.
이 정도의 마력을 흡수하면 설령 「영웅의 유령」이라 하더라도 비쩍 말라————,
“끝이냐?”
——있지 않았다.
마르크스가 빼앗은 양의 수 십 배는 될만한 마력을 두른 이오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 라고, 심상, 마술……?”
이오리가 두르고 있는 마력의 정체를 멍하니 마르크스가 중얼거린 것과 동시에.
“그럼, 다시 받아가마. ——「마술 찬탈」.”
그 순간, 마르크스의 시야가 어둠에 휩싸였다.
체온이 떨어지고, 얼어붙을 정도의 오한이 온몸을 내달린다.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온 순간, 마르크스의 몸 안에서 송두리째 마력이 사라져 있었다.
“크, 헉…….”
두 다리에 나 있던 벌레도, 배에 만든 입도, 너덜너덜 무너져 간다.
마력을 다 빼앗긴 갈증에,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다.
‘뭐, 뭐냐……이건! 이게 마술 찬탈? 또, 똑같은 마술이라고?’
마르크스와 이오리의 마술 찬탈은 전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차가운 표정의 이오리가 마르크스를 내려다 본다.
“크으으으으으……나는……아직……!”
꼴사납게 마르크스가 도망치려고 발버둥친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돼야만 하는 것인가.
이상하다, 말도 안 된다.
이것도 전부 레오와 키리에 때문이다.
“죽여……주마. 찢어 죽여 주마……! 그 망할년은 범하고 죽여……!”
“아직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
몽롱한 의식 속에서 욕을 내뱉는 마르크스의 앞에서 이오리가 천천히 다리를 들어올렸다.
“죽인다느니, 범한다느니 즐거운 망상을 하고 있을 때 미안하다만, 너한테 그런 짓을 할 수명이 있을 것 같냐?”
들어올린 다리가 마르크스의 고간부 위로 이동한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이오리가 뭘 하려는 건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급한 모습으로 마르크스가 소리친다.
“그……그만!!”
“안심해라. 더 이상 필요 없는 기관이니까.”
“기, 다려……기다려, 기다려, 기——.”
으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계란이 깨지는 듯한 맥 빠지는 소리.
“어…….”
풀썩 하고 마르크스의 시야가 뒤집힌다.
거품을 물고 토사물을 흩뿌리면서 마르크스의 의식은 끊어졌다.
◆
저택 지하에는 아인을 붙잡아서 놀.기. 위한 설비가 구비되어 있었다.
콜로세움처럼 아인끼리 싸우는 모습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며 즐기는 공간도 존재한다.
그곳에는 흰자위를 드러내고 기절해 있는 마르크스가 혼자서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나와 엘피는 관객석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나쁜 곳이군. 시덥잖은 약을 이용해서 억지로 사투를 벌이게 할 줄이야.”
콜로세움 형태의 방을 바라보며 엘피가 그렇게 투덜거렸다.
여기서 싸웠던 아인들은 다들 납치당한 사람들이리라.
그리고 성 처리부터 시작해 이런 지하에서 구경거리고 취급 당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똑같은 짓을 해 주는 거야. 지금까지 자신이 해 왔던 짓을 자기 자신이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 동안 아래쪽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윽……아, 헉.”
기절해 있던 마르크스가 신음하면서 눈을 떴다.
그 후로 곧장 짓뭉개진 고간의 고통을 느끼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몇 번이나 토할 뻔 하면서도 개처럼 얕은 호흡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런 우스운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마르크스한테 말을 걸었다.
“깨어났냐?”
“……헉!?”
말을 걸자 격통 때문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마르크스가 날카롭게 시선을 보낸다.
“나……나를……어떻게……할……생각이냐……!”
무척 겁먹은 표정으로 마르크스가 물어봤다.
“안심해라. 우리들은 너한테 손을 대지 않을 테니.”
“……뭐?”
마르크스가 나한테 되물으려고 했던 그때.
“끄악!? 아……으그아아아악!!”
으직으직 하고 축축한 소리가 콜로세움 안에 울려 퍼진다.
애벌레처럼 굴러다니던 마르크스의 몸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마르크스의 온몸의 살점이 꿈틀거리며 피부를 뚫고 수많은 벌레가 튀어나왔다.
자신이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멋대로 튀어나오는 벌레 때문에 마르크스는 격통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저 몸은 죠지와 릴리의 연구 일환이리라.
내 마력 샘플과 수많은 마물의 세포를 호문쿨루스 기술을 응용해서 인체로 이식.
모조품 「마술 찬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것이리라.
호문쿨루스를 만들고 있던 걸로 생각해 보건대, 마르크스는 실패작이다.
한정적인 힘밖에 쓰지 못하는 이상, 그 출력은 진짜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기다 본인이 심각한 데미지를 입고 마력의 대부분을 잃어버리면 저렇게 폭주하고 만다.
쓰기 힘든 실패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진정해라……! 진정해라아아아!!”
마르크스의 피부색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
이대로 방치해 두면 몇 십 분 후엔 마르크스는 커다란 벌레로 변하게 되리라.
——당연히 그런 걸로는 시시하다.
살아있던 벌레들이 일제히 목을 쳐들었다.
송곳니가 엿보이는 원형 입이 마르크스한테 달려든다.
“컥……큭. ……으아?”
우득우득 하고 살점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벌레들은 끊임없이 마르크스의 살점을 뜯고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뭐, 뭐가!? 어째서, 나를——끄아……끄아아아아아악!?”
벌레한테 먹히고 있는 마르크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말했을 텐데? 우리들은 너한테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참 전에 준비를 마쳐놨으니까 말이야.”
내 말을 듣고 마르크스는 고개를 쳐들었다.
“설……마. 설마, 네놈…….”
품 안에서 다 사용한 빈 병을 꺼내 마르크스한테 보여주었다.
보관되어 있던 마법 물약 중 하나.
채취한 대상한테 강렬한 공복감과 식욕을 부여하는 「기아약(飢餓薬)」이라는 약이다.
“네가 느긋하게 자고 있는 동안 마시게 했지. 네 벌레들은 꽤나 배가 고플 거다.”
“뭐, 뭐라고…….”
“하지만 여기엔 너 말고 아무도 없지.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
얼굴에 절망의 기색이 드리워지고, 마르크스가 눈을 치켜 뜬다.
“그럼, 벌레가 먹는 건 대체 누구인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겠지?”
“아아……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르크스의 절규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그렇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네가 자기 멋대로 잡아 먹혀서 죽을 뿐이지.”
벌레한테 살점이 뜯겨 나가도 사지가 없는 마르크스는 저항조차 할 수 없다.
울부짖으면서 벌레처럼 구를 수밖에 없다.
아, 아니지.
딱 하나 할 수 있는 게 있었군.
슬슬 마르크스한테도 약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시기다.
“그 벌레들은 배가 고파서 너를 먹고 있는 거야. 그럼 본체인 네가 배를 채우면 되지. “힉……히익!”
“다시 말해, 너.도. 벌.레.를. 먹.으.면. 돼.”
내 친절한 조언에 마르크스는 「웃기지 마!」라고 절규했다.
이딴 걸 먹을 수 있겠냐며.
벌레한테 먹히면서도 아직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줄이야.
마르크스는 부정했지만, 그저 벌레한테 먹혀서 죽기만 하면, 너무나 단순하다.
그렇게 단순하게 죽여 줄 것 같냐.
그러니 한 번 더 빈 병을 마르크스한테 보여 주었다.
“괜찮아. 「기아약」은 벌레한테 너를 먹이기 위해서만 쓴 게 아니니까.”
“아……아아!”
“너.가. 벌.레.를 먹.게. 하.기. 위.해.서.도, 썼으니까.”
내 말을 듣고 마르크스의 얼굴이 창백함을 뛰어넘어 흙빛으로 변했다.
◆
“헉……커헉, 큭!”
그리고 몇 분 후.
그곳에는 벌레한테 먹혀가면서 자신도 벌레를 먹고 있는 마르크스의 모습이 있었다.
“후우……흐끄으으윽!”
으적으적 하는 씹는 소리가 들린다.
눈물을 흘리고 몇 번이나 녹색 체액을 내뱉으면서 마르크스는 계속해서 벌레를 먹는다.
마르크스 본인도 현재는 참기 힘든 공복감에 휩싸여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벌레 쪽이 마르크스보다 식사 속도가 빨랐다.
마르크스가 4번 째 벌레를 다 먹었을 즈음엔 벌레는 마르크스의 뼈가 노출될 정도로 살점을 파먹고 있었다.
“끄, 아아아아아악!! 후우우, 끄으으으.”
“왜 그러지, 이대론 그냥 먹힐 거라고?”
“살뎌줘, 살뎌줘어어.”
살점을 내뱉으면서 마르크스가 간정한다.
“맛없어, 맛없어맛없어……! 아파아파 아파아아파아!!! 더 이상, 먹기 싫어!!”
격통 때문인지 마르크스의 벌레를 먹는 속도도 떨어져 있다.
슬슬 적당한 시간이겠군.
“살뎌줘. 살뎌 주데요!!”
“……그래. 마침 좋은 게 있지. 이걸로 네 상처를 치료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 배낭에서 병을 몇 개 꺼냈다.
피처럼 붉은 액체가 들어있다.
당연히 이것도 「기아약」과 함께 챙겨 온 약물이다.
“얼른!! 얼른 구해라아아아아아!!”
뚜껑을 열고 아래에서 울부짖고 있는 마르크스한테 붉은 액체를 들이 부었다.
액체가 상처투성이인 마르크스의 몸에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살점이 재생된다.
상처가 낫는 감각에 한 순간이지만 마르크스가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직후, 상처가 난 부분을 다시 벌레가 먹어치웠다.
“으악, 으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땅을 구르자 치유한 부분이 땅에 쓸린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마르크스는 너무 아픈 나머지 구토했다.
흰자위를 드러내며 움찔움찔 경련하고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곧장 벌레한테 살점을 먹히고 그 고통에 울부짖으면서 눈을 뜬다.
“설마, 설마아아아아아아! 그거, 그건! 시, 「신의 물방울」!?”
“정답이다.”
마르크스한테 뿌린 붉은색 액체.
아인 여자한테 썼던 것과 똑같은 「신의 물방울」이라는 약물이다.
부위 결손 상처조차 낫게 하는 대신, 이 약물은 몇 가지 부작용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신경의 예민화다.
물을 뿌리기만 해도 기절할 정도로 지금 마르크스의 신경은 예민해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살점이 찢겨 나가면 대체 어느 정도의 고통이 느껴질까?
“으극……프흡, 픕!”
다시 마르크스가 거품을 물고 기절한다.
마르크스는 거품을 물고 기절했지만 곧장 벌레한테 살점이 뜯겨 나가 격통으로 눈을 뜨게 된다.
그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마르크스는 다시 벌레를 먹기 시작했다.
“으끄아아악!! 이제 싫어! 이제 싫어어어어어!!”
하지만 마르크스는 곧장 울고 말았다.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살뎌줘어어!!”
아무 말이 없는 나한테 마르크스는 필사적으로 간청했다.
“도, 돈을 갖고 싶었어! 죠지랑 릴리가 아마츠한테 배달될 마력 부여품을 빼앗으면 고액으로 사들이겠다고 하길래! 우발적이었다고!”
애벌레 같은 상황에서 마르크스는 도게자를 하는 듯이 머리를 땅에 딱 붙였다.
“끄……끄으으으윽!! 그, 그으, 그때 얻은 돈은 몇 배로 돌려주지! 어, 어떤 마력 부여품이든 준비하겠어!! 붙잡힌 아인은 전원 해방할 거고, 뭐, 뭣하면 아인 환대파가 될 테니! 내가 손을 쓰면 도시에 있는 아인의 대우도 좋아질 거야!! 펴, 평화롭게……만들 수 있어!!”
뭐라고 하면 내가 살려줄 것인지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평화롭게 할 수 있다』라, 과연.
「영웅 아마츠」한테는 매력적인 제안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그 벌레를 전부 떼어내 주면 너는 살아날지도 모르지.”
마르크스의 표정이 확 하고 밝아졌다.
“평범한 포션을 쓰면 상처는 낫겠지. 「기아약」도 어느 정도 버티다 보면 효과가 사라질 테고, 「신의 물방울」도 한 번 쓴 정도라면 후유증은 안 남을 거다.”
“그, 그럼…….”
기대의 표정을 짓는 마르크스.
그 머리에 나는 「신의 물방울」을 쏟아 부었다.
상처가 순식간에 낫고, 또다시 벌레들은 마르크스의 살점을 파먹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줄 리가 없잖아?”
그렇게 엄청난 악의를 보내고 죽이려 했던 상대가 대체 왜 살려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여기에 복수를 하러 온 거라고. 무슨 복수인지는, 알 텐데? 방금 너 자신이 말했던 대로야. 너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나를 배신했어.”
“어째서!? 화, 확실히 나는 마력 부여품을 강탈했어! 하, 하지만 그것뿐이잖아!! 나는 직접 손을 대디 않았다고!! 이덯게까지 당할 정도의 딧은, 안 했어!!”
정말 웃기는 변명이다.
『수호의 부적』과 『신의 수호를 여기에(월 오브 생츄어리)』
그 마력 부여품이 나한테 왔었더라면 그때 결말은 바뀌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당할 짓은 안 했다고? 했어, 넌.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내가 죽을 요인은 만들었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직접 손을 썼는지 어떤지는 상관 없다고.”
단 한 사람의 오차도 없이, 일절의 타협 없이.
나는 너희들한테 복수하겠다고 맹세했으니까.
“끄……끄아아아아아악! 커……억, 이 악랄한 놈! 그러고도 영웅인 거냐!?”
“모르는 거냐? 「영웅 아마츠」는 이미 죽었다고. 봐, 너희들이 죽였잖아. 여기 있는 건 너희들한테 복수하기 위해서 돌아온 그냥 망령일 뿐이야.”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이제 먹기 싫어, 우웁, 살뎌줘어어어어어어어!!”
떼를 쓰는 애처럼 마르크스가 울부짖는다.
“용서해 줘, 용서해 주게! 부탁이야, 용서해 줘어어어어어!!”
그 말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용.서.할.지. 말.지.는 내.가. 정.한.다.”
말문이 막힌 마르크스를 비웃으면서 나는 말했다.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아.”
그렇게 말했을 때 마르크스가 지은 표정.
격통, 공복감, 죽음에 대한 공포. 희망을 배신당한 절망.
자신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진심으로 자신의 소행에 후회하는 표정.
그리고 그런 짓만 안 했더라면, 하고.
울부짖으면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나는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누가 좀 구해줘! 누구든지 좋으니까!!”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건 포기한 듯하다.
마르크스는 다른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누구 없는 건가!? 류, 류자스! 류자스 공!! 아, 아아아아아 키리에 군!! 디스프렌더라도 상관없네!! 누가 조오오오오옴!!!”
도와줄 사람 따위 없다.
네 부하 중 태반은 처리했고, 나머진 기절시켜서 여기저기 누워 있다.
류자스는 너를 구해줄 만한 녀석이 아냐.
키리에와 레오에 이르러선, 그 두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그 신경에 웃음이 나온다.
한 차례 소리 지르다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리라.
“고, 고기……! 머, 먹어야 해. 고기! 고기를, 고기를!! 아아아아아아아 이대로는!!!”
우득우득 하고 마르크스는 신경 쓰지 않고 벌레를 입에 욱여 넣었다.
먹고, 먹히고, 먹고, 먹히고, 먹고 먹고 먹고 먹고 먹고.
“우, 우웁……끄아아아악!!”
아무리 먹어도 마르크스의 공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정도로 기아약을 마시게 했으니까 말이야.
“우웁……우, 우웁!!”
그 후로 마르크스는 계속 먹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됐을 때마다 내가 신의 물방울을 뿌려주고 다시 식사를 재개한다.
한계를 초월한 양의 벌레를 먹었기 때문인지, 마르크스의 배는 파열하고 안에서 벌레의 살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흐극……윽, 흐으, 끄윽!”
그래도 마르크스는 먹는 걸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그렇게 마르크스가 또다시 약해지기 시작했을 때, 신의 물방울을 뿌려준다.
“아……아아.”
“걱정 안 해도 돼. 신의 물방울은 아직 썩어 넘칠 정도로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주자 엄청난 격통 때문에 마르크스는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또다시.
우적우적 하고 우물거리는 소리만이 계속 들려왔다.
◆
십 몇 분 후.
이미 우물거리는 소리는 그쳐 있었다.
더 이상 마르크스의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꿈질꿈질 뭔가가 버둥거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
마르크스가 있던 곳에는 대량의 혈액만이 남았다.
그 남자의 모습은 더 이상 어느 곳에도 없다.
남아 있는 건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벌레 한 마리 뿐이었다.
관객석 아래로 내려와 나는 그 벌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벌레가 육지로 끌려온 생선처럼 몸을 떨어대고 있다.
비취의 태도를 쳐들어 벌레한테 내리쳤다.
『————끽』
작은 단말마.
몸이 절단되어 벌레는 어이없이 목숨이 끊어졌다.
그걸 보고 무심코 중얼거렸다.
“——추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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