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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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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성도』
제 10화 『기사의 긍지와 성녀의 맹세』
——심상 마술 【무적의 기사단(나이트 오브 언라이벌)】.
어떤 적이든 쓰러트리고,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
그런 성당 기사단에 대한 강한 동경심이 형태로 표현된 마술.
발동과 동시에 레오를 중앙으로 방 안에 폭풍을 연상시키는 마력이 휘몰아친다.
“……헉.”
태풍 중앙에 선 레오의 청렴하고 사나운 기세에 압도되어 마르크스의 호흡이 멈춘다.
휘몰아치는 바람은 점차 잦아들더니 그 모든 것이 레오한테 모여들었다.
“……하.”
마력이 잦아지자마자 마르크스는 숨을 내뱉듯이 웃었다.
왜냐하면 심상 마술을 사용한 레오한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안에서 확인되는 심상 마술 사용자의 숫자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현재 교국에 존재하고 있는 심상 마술 사용자는 레오 윌리엄 디스프렌더 단 한 사람.
당연히 마르크스는 레오의 심상 마술 효과를 파악하고 있다.
“디스프렌더. 허세를 부리는 건 좋다만, 그 효과를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
【무적의 기사단】. 그 능력은 동료끼리의 힘 양도다.
마력, 근력, 민첩함.
그런 전투에 있어서 능력(힘)을 동료한테 양도하거나 혹은 자신이 받는다.
레오가 동료라고 인식하면 비전투원한테서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전투에 있어서의 응용력은 매우 높다.
다시 말해 이 심상 마술은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확실히 멋진 능력일세, 그건. 하지만 말이네, 이 저택에 자네의 동료는 없지. 이런 곳에서 심상 마술을 쓰든 의미가 없다 이걸세.”
그렇게 단언하고 마르크스는 온몸에서 돋아난 벌레의 입을 크게 벌렸다.
심상 마술이라고는 해도 고작해야 마술.
벌레의 힘을 사용하면 간단히 먹어치울 수 있다.
“정말로 자네는 바보 같은 남자일세.”
마르크스는 열 마리의 벌레를 레오한테 채찍처럼 내리친다.
동시에 입을 벌린 벌레들을 향해 마술 행사를 전달했다.
“마술(스펠)————.”
서걱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자신이 날린 10 마리의 벌레의 머리가 양단되어 있었다.
그 직후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절단된 벌레가 파열된다.
“뭐——.”
이해하지 못한 마르크스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시야에서 레오가 사라져 있었다.
바람처럼 휘몰아친 마력의 잔재에서 레오가 무언가의 마술을 썼다는 걸 깨달은 것과 동시에.
“——하아!!”
“오, 오오오——!?”
농밀한 마력을 두른 칼날이 마르크스한테 내리쳐지고 있었다.
그에 반응할 수 있던 건 마르크스가 상당한 전투 경험을 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검을 겨누고 그 칼을 막아낸 것과 동시에.
“뭐, 크억!?”
마르크스의 거체는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개인실의 벽을 부수고 긴 복도에서 비참하게 구른다.
낙법을 취하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마르크스였으나, 쥐고 있던 검의 칼날은 끝부분부터 박살이 나 있었다.
“당신의 행위는 성당 기사단에 먹물을 칠했어. 사람으로써,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벽의 구멍에서 레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몸에 두르고 있는 건 갑옷을 연상시키는 두터운 마력.
그 효과, 그 마력량은 평범한 강화 마술을 아득히 능가하고 있다.
“그럴 리가! 어째서, 그런 힘이!?”
그렇게 소리친 직후에 마르크스는 이해했다.
이 저택에 있는 레오의 동료는 단 한 사람.
하지만 그 「단 한 사람」은 성창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마술사라는 것을——.
“그 여자. 이 내가 직접 신경까지 써 줬는데……!”
마르크스가 욕을 퍼부으면서 중얼거리고 있는 동안에도 레오가 다가오고 있다.
마르크스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레오는 선언했다.
“——무엇보다 키리에를 상처 입히다니. 나는 당신을 절대로, 용서 못 해.”
“……큭!! 네놈 같은 새파란 애송이한테 허가를 받을 필요 따윈 없다고 말했을 텐데!!”
마르크스가 포효하며 온몸에서 벌레를 생산한다.
그와 동시에 레오의 심상 마술을 벗겨내려고 「마술 찬탈」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렇게 두진 않는다.”
——칼날이 뿜어져 나온다.
바람 가르는 소리의 속도조차 뛰어넘으며 푸른빛 도신이 번뜩인다.
마력을 흡수하려고 입을 벌린 벌레가 계속해서 절단되어 갔다.
“……큭! 이, 이 자식!!”
예비 검을 뽑아 들고 벌레와 함께 검을 다루는 마르크스.
실력만 따지자면 튼튼한 남자들을 농락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자랑하는 민첩하며 강렬한 공격.
하지만, 레오한테는 닿지 않는다.
포위하듯이 사방에서 날아온 공격은 간단히 빗나가고, 정확히 노리고 날린 참격은 튕겨 나간다.
맞지 않는다, 맞지 않는다, 맞지 않는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아니 오히려 공격을 빠져 나와 레오의 공격이 마르크스의 몸을 베어낸다.
뺨, 어깻죽지, 옆구리, 허리, 온갖 부위가 베여 나가며 순식간에 마르크스의 발밑은 자신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눈을 충혈시키며 이가 박살날 정도로 악 물고 필사적으로 날리는 공격도 레오한테는 닿지 않는다.
마력을 두를 틈도 없고, 상처를 치유할 여유도 없다.
사방팔방에서 날리는 강습도, 훈련을 통해 익힌 체술도, 자신의 전투 경험을 살린 페인트도, 혼신의 검기도, 죠지와 릴리를 이용해서 얻은 영웅의 힘도, 모든 게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마르크스는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의 여자한테서 얻은 힘으로.
단 한 사람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싸우고 있는 남자는 그야말로 무.적.의. 기.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야에서 푸른빛으로 번뜩이는 수많은 참격.
마르크스는 손 쓸 새도 없이 궁지에 몰린다.
모든 벌레가 베여 나갔다.
횡단 베기 일격이 날아온다는 걸 간신히 깨닫고 마르크스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결과는 맨 처음과 똑같았다.
갖고 있던 마지막 검이 박살나고, 자신은 벽을 향해 비참하게 날아간다.
“으끅……아아아.”
땅을 기고 마르크스는 벽에 뚫린 구멍을 지나 개인실을 향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뚜벅, 하고 레오의 발소리가 등 뒤에서 다가온다.
이윽고 벽 쪽으로 내몰려 뒤를 돌아보니 겨우 몇 걸음 앞까지 레오가 다가와 있었다.
“기……기다리게……! 나를 죽일 생각인가!? 생각을 고치게! 나는 곧 있으면 1번대로 배치될 걸세! 그것도 대장직으로! 기사단의 심층부로 들어갈 수 있단 말이네! 디스프렌더 군! 자네는 대장이 되는 게 꿈 아니었나!? 내가 손을 쓰면 자네를 대장으로 만드는 건 간단하네! 이, 일번대 대장 자리라도 자네한테 넘기지!”
필사적으로 설득을 하는 마르크스를 보고도 레오의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벽에 기대어 있는 키리에는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대장이 되더라도 내 꿈은 이뤄지지 않아. 나는 내 자신의 손으로 대장 자리를 차지해 보이겠어.”
“여, 여기서 얻은 나와의 연도 자네의 실력 중 하나네!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생각하지 않아. 당신은 이미, 「기사」가 아냐. ……그냥, 외도야.”
이해할 수 없다. 너무 젊다. 어리석다.
꿈을 이룰 기회를 주겠다는데 레오는 그걸 버렸다.
긍지 같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의사만으로.
“……죽이지는 않겠어요. 당신은 벌을 받아야 해요.”
마찬가지다, 하고 마르크스는 내심 욕설을 내뱉었다.
여기서 붙잡히면 자신이 해 왔던 일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손을 써도 사형은 피할 수 없다.
결국 마르크스는 죽게 되는 것이다.
“기……기다리게. 그렇지. 전 대장을 기억하고 있나!”
“……!”
“전 대장, 루나 군을 말하는 거네!”
전 2번대 대장.
마르크스가 취임하기 전에는 루나라는 여자가 맡고 있었다.
레오의 실력을 간파하고 2번대 부대장으로 추천한 인물이다.
임무 중에 행방 불명 됐으며, 이미 사망한 걸로 처리되어 있다.
“그녀와 만나고 싶진 않나!?”
“루나 대장의 소재를 알고 있는 건가……!?”
눈을 치켜 뜬 레오를 보고 마르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녀는 내가 붙잡고 있네.”
“————큭!”
“그녀가 있는 곳은 나밖에 모른다네! 지, 지금부터 그녀와 자네를 만나게 해 주지!”
레오의 분노를 보고 숨을 삼키면서 마르크스는 그렇게 말했다.
마르크스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곤 레오는 그의 목덜미에 검을 들이댔다.
지금의 레오라면 마르크스가 온몸에서 벌레를 만들어 내도 곧바로 절단시킬 수 있으리라.
“수상쩍은 짓은 하지 마라. ……루나 대장님은 어디 계시지?”
“지, 지하의 숨겨진 방이다. 열쇠는 거기 있는 책상에 들어 있지.”
“……꺼내라.”
검이 목덜미에 들이대어져 있는 채로 마르크스는 책상 서랍에 손을 뻗었다.
제일 아래쪽, 잠겨 있던 서랍을 열고 마르크스는 어느 물건을 꺼냈다.
“보여 줘—————.”
그걸 보고 레오는 말문이 막혔다.
마르크스의 손 안에 있던 건 한 개의 손목이었기 때문이다.
“뭐냐……그건.”
보존 마술이 걸려 있는 건지, 그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하얬다.
작지만, 얼마나 많은 수련을 거듭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단단한 손바닥.
길다란 손가락에 형태 좋은 다섯 개의 손톱.
그리고 손바닥에 있는 일자로 된 깊은 상처.
“————.”
레오는 그 상처를 알고 있다.
심상 마술을 쓰기 위한 훈련 중, 힘 조절을 잘못해 전 대장한테 입히고 말았던 상처.
곧바로 치유 마술로 치유해 주겠다며 허둥지둥 달려온 레오한테 그녀는 말했다.
——멍청이. 겁쟁이였던 네가 이 내 방어를 뛰어넘은 거라고?
——이건 네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귀여운 부하가 성장했다는 증거를 없애게 놔 둘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전 대장은 웃었다.
레오의 성장을 기뻐하며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루나, 대장님.”
손목이 툭 하고 땅에 내던져진다.
받아내려고 레오가 움직인 순간.
“하, 너무 젊군, 자네는!”
비웃음과 함께 마르크스의 일격이 날아왔다.
그때까지 몇 배 크기는 될만한 거대한 벌레의 일격.
“——닥쳐.”
그 기습은 간단히 막혔다.
레오는 한쪽 손으로 쥔 검으로 그 일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다른 한쪽 손으로 전 대장의 손목을 붙잡으면서.
“……큭. 흥, 잘 되지 않았나! 전 대장의 일부라도 만났으니 말이네!!”
“닥쳐!!!!”
이어지는 마르크스의 공격도 당연하다는 듯이 레오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마술 찬탈」을 쓸 틈도 주지 않고 단숨에 베어냈다.
하지만.
“——노리는 건 그쪽이 아니야.”
“헉.”
키리에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처음에 레오가 베어낸 벌레가 키리에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게 보였다.
“베어나기만 해도 벌레의 활동이 멈춘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 텐데?”
수많은 벌레의 몸이 부글부글 부풀어 오른다.
“먹으면 마력을 폭주시키고, 저 벌레들은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지.”
【무적의 기사단】으로 레오한테 모든 힘을 양도하고 있는 키리에한테는 폭발을 막을 수단이 없다.
“——키리에!!”
레오가 뒤를 돌아보며 키리에를 향해 달려간다.
그 직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벌레가 일제히 폭발했다.
◆
폭염이 걷힌다.
벌레의 고깃덩어리가 날아가고, 녹색 혈액으로 더러워진 개인실 안.
온몸이 불탄 레오가 서 있었다.
“……호오. 늦지 않은 건가.”
레오의 뒤에는 키리에가 멍하니 벽에 기대어 있었다.
자신이 몸에 두르고 있던 마력을 사용해 레오는 키리에를 지켜냈던 것이리라.
그 탓에 자신의 방어는 소홀해져 그 폭발을 정통으로 맞고 만 것이다.
폭발 데미지 때문에 【무적의 기사단】은 해제되고 말았다.
“푸하하하하! 실력으로 이길 수 없다면 다른 수단을 쓰면 되지.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나한테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나?”
폭발 데미지 때문에 레오는 빈사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지금도 간신히 서 있을 뿐이다.
“아, 그렇지. 전 대장 루나 군 말이네. 한참 전에 죽었으니 안심하게나. 그녀는 마지막까지 레오한테는 손을 대지 말아줘, 라며 자네를 걱정했었지. 이거, 좋은 상사를 뒀는데 디스프렌더 군.”
“……큭!”
“그리고 말이네, 디스프렌더 군.”
마르크스가 비웃는다.
그리고 악의로 덧칠해진 말을 내뱉었다.
“——알고 있나? 목을 옥죄면서 범하면, 조임이 딱 좋아진다네!”
“————.”
“어떤가, 말도 안 나오나?”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마르크스를 향해 나아갔다.
“뭐 됐네. 그런 몸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죽게, 디스프렌더!”
마르크스가 거대한 벌레를 날린다.
만신창이가 된 레오한테는 그걸 피할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마르크스가 비웃고, 그의 벌레가 레오를 통째로 삼키려고 크게 입을 벌린 순간.
“——「신의 전광을 여기에(안셈 라이트닝)!!」
그건 하얀 벼락의 창이었다.
분출한 전기 창이 벌레를 꿰뚫고 불태웠다.
그뿐만 아니라 벼락이 마르크스의 옆구리를 날려버린다.
“끄, 아아아아아악!?”
벼락으로 검게 불탄 옆구리를 억누르며 마르크스가 버둥거린다.
“네, 이노……옴.”
가만히 서 있는 레오의 눈앞.
그때까지 벽에 기대어 있던 키리에가 거친 숨을 몰아내쉬면서 서 있었다.
“레오 군한테, 손끝 하나 대게 두지 않겠어……!”
——계속, 레오 군은 날 지켜줬다.
그 숲 때도 그렇다.
왕도로 와서 키리에의 힘이 방해된다며 암살당할 뻔 했을 때도 그렇다.
대인 관계 때문에 난처해졌을 때도 레오 군은 날 구해줬다.
무서울 때. 외로울 때. 슬플 때. 우울할 때. 괴로울 때.
언제나 레오 군은 나를 구해 주었다.
상처를 입어도, 네가 무사하면 괜찮다고 웃으면서.
——계속, 레오 군한테 폐만 끼쳐왔다.
난처하게 만들고, 기대고, 도와주게 하고.
언제나 난 지켜지기만 하고.
그래서 적어도 그의 꿈을 부수진 말자고, 마르크스와의 혼약에 응했는데.
결국 또 폐를 끼치고 말았다.
나만 참으면, 그런 생각으로.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움직이고.
미안해, 레오 군.
좀 더 얘기를 나누면 됐을 텐데.
레오 군이 날 지켜줘서, 무척 기뻤어.
레오 군은 또, 이런 건 바라지 않았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키리에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레오 군이 살았으면 하니까.
“——이번엔 내가 레오 군을 지킬 거야.”
마르크스를 향해 하얀 벼락을 날린다.
이어서 하얀 화염을 날린다.
갖고 있는 모든 성창 마술을 날리고, 그리고——
“멍처어어어어엉이!”
마르크스한테는 닿지 않았다.
어떤 공격을 날리든, 마르크스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마력을 먹는 벌레를 앞에 두고 키리에의 마술은 그저 먹이에 불과하다.
“계집년, 계집년, 계집녀언. 멍청한 년, 얼마나 나를 멍청이 취급하면 기분이 풀리는 거냐? 앙? 네놈 같은 건 말이야, 그냥 가만히 나한테 안기면 된다고 고깃구멍——!!”
“……윽.”
벌레의 일격이 키리에한테 다가온다.
선혈이 흩뿌려졌다.
벌레가 베여 나가고, 녹색 혈액이 카펫에 물들어 간다.
“————.”
만신창이였을 터인 레오의 일격이 벌레를 절단시키고 있었다.
“다 죽어가는……주제에……!!”
표적을 레오로 바꾸고 마르크스가 벌레를 날린다.
다가오는 공격을 향해 레오는 한 치의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마르크스를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뿐.
“신의 성화를 여기에(안셈 인시네레이트)——!”
그 일격을 키리에의 화염이 불태웠다.
“망할…….”
마르크스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남은 벌레한테 지시를 내려 키리에를 공격하게 했다.
이미 마력 고갈에 가까운 키리에한테는 그 벌레한테 대응할 여유는 없다.
“————.”
남색 검이 번뜩였다.
키리에를 공격하려고 했던 모든 벌레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디스……프렌더……!”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
“「마술 찬탈」.”
키리에의 마력을 빼앗아 레오한테 가는 지원을 중단시킨다.
그 마력을 두른 웜의 일격이 레오의 살점을 파먹는다.
피가 뿜어져 나오고, 레오의 발밑에 엄청난 양의 혈액이 흘러내린다.
“————.”
자신의 피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하면서도 레오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온다.
그 눈은 이미 초점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두 눈이 바라보고 있는 건 마르크스다.
어떠한 공격을 날리든 레오는 그걸 자신의 몸으로 막아낸다.
하지만 키리에를 향해 날리는 공격은 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그 검으로 찢어냈다.
심상 마술은 이미 쓸 수도 없고, 레오는 만신창이다.
갖고 있는 건 아무런 힘도 없는 그냥 기사검.
아무리 발버둥쳐도 마르크스한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
그런데도.
그 눈빛은 사그라들지 않고, 그 기백은 약해지지 않는다.
불탄 몸으로 흘러넘치는 듯한 피를 쏟아내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마르크스한테 다가온다.
“————.”
말은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
레오를 지키는 키리에와, 키리에를 지키는 레오.
“큭……!”
상처 입은 레오라면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에는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레오를 지원하려고 하는 키리에를 죽인다.
그렇게 되면 레오를 죽이는 건 간단한 일이다.
간단할, 것이다.
레오는 만신창이인 것이다.
강화 마술도 쓸 수 없다.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마르크스가 앞을 바라봤을 때.
“————.”
정신을 차려 보니 한 발자국 앞에 레오가 서 있었다.
소름이 돋는,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동자가 마르크스를 꿰뚫는다.
축 하고 늘어진 팔이 천천히 올라온다.
유령 같은 레오가 쥔 칼날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히익.”
땅을 구르듯이 마르크스는 도망치고 있었다.
벌레를 사용하면, 아니, 마르크스의 실력이라면 체술로도 레오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감이 있었다.
앞으로 한 발자국 레오가 앞으로 나오면.
저 검이 내리쳐지면.
자신은 죽을 것이라는 것을.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살해당한다, 살해당한다, 살해당한다.
비명을 지르면서 복도를 달려갔다.
◆
“헉……헉…….”
키리에한테 베여 나간 옆구리를 억누르면서 마르크스는 긴 복도를 달려간다.
갈 곳도 없이 비참하게 도망치며, 겨우 뒤쪽에서 레오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왜, 도망을……!”
그딴 죽어가는 놈한테 겁을 먹다니, 어딘가 정신이 나갔다.
지금 당장에라도 방으로 돌아가 그 두 사람을 죽일까?
“……아니.”
그 사고를 부정하고 마르크스는 다시 달려나갔다.
여기까지 왔다면 그걸 데리고 와야 한다.
그렇게 하면 확실히 두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가고 있는 곳은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다.
침입자 두 사람을 떨어트린 함정 방의 제일 안쪽에는 마르크스가 시간을 걸여 만들어낸 벌레가 있다.
구두룡(히드라)를 모방해서 만든 마르크스가 자랑하는 거대한 병기다.
그걸 데리고 오면 레오와 키리에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
지금쯤 침입자 두 사람을 먹어 치우고 먹이를 찾고 있으리라.
“젠장……소모가 극심하군. 먹어야 해…….”
체내에 쌓여 있던 아마츠의 힘이 마력을 요구하며 폭주하기 시작하고 있다.
붙잡고 있던 아인이라도 먹어서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르크스가 복도를 돌아서 지나가려고 한 순간.
——사지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허……아?”
얼빠진 소리를 낸 직후.
“아, 흐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처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애벌레처럼 땅을 기어가면서 마르크스는 올려다봤다.
“찾았잖아, 마르크스.”
그곳에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은 아마츠키 이오리가 서 있었다.
피로 젖은, 비취색 검을 손에 쥐고.
다음화,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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