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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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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재림(再臨)
제 9화『터닝 포인트』
――엘피스자크를 내버리면 나 혼자는 도망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금 나로서는 흙의 마장의 단단한 장갑을 깨부술만한 공격은 할 수 없다.
시간을 벌려고 해도 상당한 위험이 동반될 것이다.
자칫하다간 일격에 목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흙의 마장은 맹렬한 기세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몇 초밖에 없다.
애초에 이 공전을 요구해 온 건 엘피스자크다.
류자스 일행과 동료와 됐을 때처럼 마찬가지로 나는 또 휩쓸려서 어쩔 수 없이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다.
상대는 마족이고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엘피스자크는 마족이다.
지금까지 계속 싸워왔던, 적이다.
적을 배신하는 게 뭐가 나쁜가.
구할 필요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이게 앞으로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일지도 모른다.
여기선 배신을 해서라도 도망쳐야 한다.
나한테는 아직 해야만 할 일이 있으니까.
눈 앞에는 엘피스자크의 등이 있다.
아직, 내 움직임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
그녀를 내버릴 생각으로 나는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사락, 하고 모래를 밟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엘피스자크한테도 이 소리는 들릴 것이다.
내가 도망치려는 하는 것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데.
“――――”
엘피스자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고 단지 나를 믿으며 마력을 계속 모으고 있었다.
――너는 나를 구해줬으니까 말이다. 거기엔 인간도 마족도 관계없지 않느냐?
그 말이 떠올랐다.
이 녀석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걸까.
인간도 마족도 관계없다고, 적대하고 있는 종족인데도 나를 믿겠다고.
엘피스자크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 정도의 능력이 있으면 내가 도망치려고 하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텐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 등은――단지 나를 계속 믿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오!!』
흙의 마장의 팔이 치켜 올라간다.
사람 한 사람, 가볍게 짓누를 수 있을 그것이 무방비한 엘피스자크한테 내리쳐졌다.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엘피스자크를 껴안고 달리고 있었다.
“……이오리.”
품 안에서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리친 팔이 땅을 가르고 바닥을 박살낸다.
파편을 피하고 흙의 마장한테서 거리를 둔다.
『둘 다 같이 사라져라』
분하다는 듯이 성을 내며 흙의 마장이 으르렁거렸다.
흙의 마장이 크게 입을 벌린다.
거기에 모여드는 방대한 양의 마력.
저건 확실하게 우리들을 죽이고도 남는다.
아직 도망칠 수 있다.
저 녀석이 마력을 모으고 있는 도중이라면 아직――.
“――저 일격만큼은 막아내 보이겠어. 그러니까 서둘러 줘, 엘피스자크.”
그런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그래, 맞아.
여기서 그녀를 내버리고 도망치는 건 아니잖아.
이용하는 건 좋다.
하지만 속이고 배신하는 건 아니다.
그런 짓을 했다간 나도 그 녀석들하고 똑같은 쓰레기가 된다.
“――그래!”
힘 있게 끄덕이는 엘피스자크를 보며 나는 각오를 다졌다.
◆
『약아빠지게 행동하였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지옥을 맛보게 해주지!』
흙의 마장이 으르렁거린다.
입가에 모여드는 마력량으로 봐서 저게 쏘아졌다간 어떻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한테는 그걸 막을 수단은 없다.
――그래, 지금의 나한테는.
꺼내든 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미궁핵.
내포되어 있는 건 미궁을 기동시킬 만큼의 마력.
손 안의 미궁핵――그걸 깨부쉈다.
“크――윽……!!”
뿜어져나온 마력의 분류가 오른쪽 팔의 증표로 향해 흘러들어간다.
맹렬하게 몸이 삐걱거린다.
거칠게 몰아치는 태풍같은 마력에 시야에 노이즈가 일었다.
“――아.”
그리고, 깨닫고 말았다.
부족하다――고.
미궁핵에 내포되어 있는 정도의 마력으로는 증표를 기동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마왕님한테 전하지. 네 놈 따위는 보잘 것 없는, 왜소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마력을 다 모은 흙의 마장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술식이 완성되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할 수 없다.
“……기지 마.”
저걸 앞에 두고도 엘피스자크는 움직이지 않는다.
의심하는 일도, 불안해 하는 일도 없이 단지 나를 믿고 마력을 모아주고 있다.
『――「붕괴 말뚝(콜랩스・슬라이크)」』
생성되어진 건 거대한 말뚝이었다.
흙의 마장의 거체에 필적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말뚝이 탄환처럼 발사된다
저런 걸 제대로 맞으면 남아날 것도 없다.
“웃, 기지 마……!”
이때가 되어서도 증표는 기동하려고 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힘에, 무엇보다도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한테 무척이나 화가 난다.
가방에서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석을 꺼내들었다.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쥐어들고 내포된 마력을 해방했다.
한계까지 마력을 사용해도 저 말뚝을 막을만큼의 마술은 사용할 수 없다.
“윽……큭!”
무리한 마술 행사에 마력이 흩어질 것처럼 된다.
압도적인 마력 부족.
“나한테는, 해야만 할 일이 있어.”
이런 곳에서 죽을까 보냐.
증표를 막고 있는 무언가――그걸 강제로 뚫고 마력을 끄집어낸다.
있는 걸 전부, 그래도 부족하다면 없는 부분에서 억지로라도 얻는다.
“방해를, 하지 말라고……!”
굉음을 내면서 파괴의 말뚝이 날아든다.
꽉 쥐어든 마석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피가 방울져 떨어진다.
오른팔이 불타는 것처럼 뜨겁다.
“오, 오오오오오오오오!!”
충분할 리 없는 마력.
그게, 몸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듯한 마력이 흘러나오고 오른팔을 향해 모여간다.
불탈 것만 같은 팔을 들이밀고 소리친다.
과거 자신이 사용했던 최강의 방어 마술을.
“「마 훼 봉 살(魔毀封殺)(이르・아타락시아)」――――!”
정면에 전개된 건 말뚝에 필적하는 크기의 방패였다.
쏘아진 말뚝이 방패와 부딪치고 충격을 분산시키면서 움직임을 멈춘다.
『뭐라고……!』
마훼봉살(이르・아타락시아)
결코 부서질 리 없는 방패를――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만들어 낸 방어 마술.
물리적인 공격뿐만이 아니라, 부딪친 마술을 소멸시키고 문자 그대로 봉살시키는 빛의 방패다.
파괴의 말뚝과 저항하는 부서지지 않는 방패.
불완전한 상태에서 발동한 그게 흔들리고 삐걱거린다.
질 수 없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절규를 외치고 지면을 꽉 밟는다.
그리고 꽉 쥐어든 마력이 부서진 것과 동시에――,
『……바보 같은』
말뚝과 방패가 동시에 박살났다.
흙의 마장의 동요한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진다.
……막아냈다.
아주 약간이라도 마력이 부족했더라면 내 방패는 패배했을 것이다.
마력을 강제로 행사한 영향인지 전신에 권태감이 몰려온다.
오른손의 증표가 불타는 것처럼 뜨겁다.
『그렇다면……!』
“큭!”
흙의 마장이 입을 벌리고 암석의 포탄을 쏘려고 한다.
이미 그 방패는 사용할 수 없다.
이판사판, 보검으로 궤도를 비켜낼 수 없는가 자세를 취했을 때였다.
“――잘했다, 이오리.”
당당하게 울려퍼진 그 목소리에 흙의 마장이 굳어버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눈동자를 진홍색으로 물들이고 몰아치는 듯한 마력을 몸에 두르고 있다.
『!……엘피스자크!』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흙의 마장이 암석탄의 발동을 그만뒀다.
맨 처음에 나타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르륵, 하고 그 거대한 몸이 지면에 가라앉기 시작한다.
“――두지 않는다!”
그것보다 먼저 움직인 건 엘피스자크였다.
진홍색 눈동자를 치켜뜬다.
『바보같은……. 기회만 찾아보던 패배자 따위한테, 이 내가――』
“――「마안・회신폭」――!!”
절규하는 흙의 마장을 향해 진홍색 섬광이 내달린다.
그건 지면으로 빠져들어가던 흙의 마장을 포착하고 눈이 부실 정도의 폭팔을 일으켰다.
방금 전과 동급의 암석 장갑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태풍 같은 일격.
『커……억』
연기가 걷히고, 마안의 공격을 받은 흙의 마장의 모습이 또렷해진다.
전신이 불타고 복팔에 의해 한쪽 팔이 날아가 있었다.
확실한 치명상이다.
하지만,
『이 몸은……아직 지지……않았다!』
“……네 이놈, 아직도!”
그 정도의 공격을 받고 나서도 흙의 마장은 쓰러지지 않는다.
마력은 거의 다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치유 마술을 발동시켜 상처를 치유하려 하고 있었다.
우둑우둑, 하고 맨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느린 속도로 상처가 나아간다.
“큭……지금 쏜 걸로 나도 거의 마력이 다 떨어졌다. 앞으로,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마안을 두 번이나 사용한 엘피스자크는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흙의 마장이 다시 움직인다면 이제 우리한테는 사용할 기술이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질까보냐.
“엘피스자크! 남은 마력을 이 검에 넣을 수 있겠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걸로 저 녀석의 숨통을 끊겠어.”
건네준 보검에 그녀의 마력이 주입되어 간다.
“미안하군……이게 한계다.”
엘피스자크의 마력이 담긴 보검은 어두컴컴한, 불길한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무서울 정도의 마력이다.
“……아니, 충분해!”
지면을 박차고 나는 흙의 마장을 향해 달려갔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접근해오는 나를 향해 흙의 마장이 팔을 내리쳐 왔다.
괴로운 몸부림으로 나온 그 동작은 어설퍼서, 곧장 옆으로 날려 보냈다.
“큭, 오오오오오!”
그 팔에 올라탔다.
딱딱한 암석에 뒤덮인 팔 위를 전력으로 달려 올라갔다.
“이걸로, 마무리를 지어주지.”
『그――오오오!!』
검게 물든 보검을 장갑이 벗겨지고, 맨살이 드러난 부위를 향해 내리친다.
칼날이 흙의 마장의 살점을 베어낸다.
『소용……없다아!!』
“큭!”
그래도 아직 흙의 마장의 숨통을 끊지는 못했다.
흙의 마장이 고개를 흔들자, 나는 공중을 향해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보검은 머리쪽을 향해 찔려있는 상태 그대로다.
『죽어라아, 인가아아아안!!』
공중을 맴도는 나를 노리고 흙의 마장이 팔을 휘둘러 올린다.
지금의 나한테 그걸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직후, 흙의 마장에 꽂혀있던 보검이 빛을 뿜어냈다.
『뭐냐, 이건……!?』
흙의 마장하고 싸우기에 이르러서, 그 전에 떠올랐던 계책 중 하나.
바위굴 용의 약점 중 하나는――암석이 둘러져 있지 않은 체내.
그렇다면, 그 체내에 필살의 공격을 발동시키면 된다.
『설마……네 이놈, 네 이노오옴!!』
“――끝이다, 흙의 마장.”
이 보검은 내부에 마력을 내포한 마력 부여품.
마석과 마찬가지로 내부의 마력을 폭주시키면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검만으로도 충분한 마력량이지만, 거기에 엘피스자크의 마력이 더해진다면――.
“파괴 마술(브레이크・매직)――!!”
불길한 빛이 작렬했다.
폭주한 마력의 업화가 흙의 마장의 체내를 향해 흘러들어간다.
『――――크악!!』
귀를 뚫는 듯한 단말마.
그 직후, 흙의 마장의 머리 부분이 폭발하고 마력의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천장에 꽂히듯이 연기가 자욱이 꼈다.
『――――』
기우뚱, 하고 머리를 잃은 거대한 몸이 기울어진다.
작은 산 크기의 몸이 쓰러지고 미궁이 흔들린다.
그 뒤로, 흙의 마장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나락 미궁의 주인은 절명했다.
“……이오리!”
땅으로 낙하한 직후, 또다시 엘피스자크가 나를 받아냈다.
이래서는 또 역할이 반대다.
강제로 마력을 사용한 영향인가.
배터리가 다 떨어진 것처럼 몸에서 힘이 빠졌다.
엘피스자크의 품 안에서 의식이 멀어져간다.
“――역시, 너는.”
그런 중얼거림을 마지막에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