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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재림(再臨)
제 7화 『같이 싸우는 관계 혹은 이용 관계』
엘피스자크・기르데갈드.
마왕군에서 어느 입장인지는 모르지만 사천왕을 뛰어넘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던 마족이다.
동료한테 배신당하기 전에 싸웠던 상대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모습이 바뀌어 있지 않은 건 마족이기 때문에 노화가 느린 게 원인일 것이다.
설마, 그 상태에서 살아남았을 줄은.
“――흠.”
엘피스자크는 나를 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과거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떨게 만드는 듯한 위압감이 거기 있었다.
경계심을 높이는 나를 그 금빛 눈동자가 간파하듯이 보고 있다.
“설마, 너――”
“――――”
입을 연 엘피스자크를 보고 무심코 태세를 갖췄다.
설마, 내가 정체에 눈치챘다는 걸 깨달은 건가?
엘피스자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니,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냐?”
“……뭐?”
예상 외의 말에 무심코 다시 묻고 말았다.
지금 이 녀석, 뭐라고 했지?
“옛날부터 내 모습을 보고 반하는 남자는 많았으니까 말이다. 너도 그런 거겠지?”
“아니야.”
나도 모르게 바로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 녀석은.
너무나 큰 오해를 한 발언에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이게 내 페이스를 무너트리기 위한 연기라고 한다면 무서운 소녀다.
“……음, 그런가.”
어째서 약간 시시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
정말로 30년 전에 싸웠던 귀족인 건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 대체 누구냐?”
이상한 분위기를 깨부수고 얘기를 꺼냈다.
누구인지, 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흙의 마장과 싸우고 있던 건지를 모르겠다.
엘피스자크는 마족――마왕군에 속해 있었다.
같은 마왕군인 흙의 마장과 싸우고 있던 건 이상하다.
“아마도 이미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나는 마족이다. 그 이름, 엘피스자크・기르데갈드 라고 하지.”
그 때 들었던 이름하고 완벽하게 똑같다.
예상 외의 성격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인 건 확실한 것 같다.
“……마족이라면 어째서 흙의 마장한테 쫓기고 있던 거지?”
“나는 마왕군을 빠져나온 몸이라서 말이다. 지금은 적대하고 있다 해도 좋다. 그 무례한 용이 내 모습을 보자마자 습격해 온 거지.”
마왕군을 빠져나와 적대하고 있다, 인가.
흙의 마장한테 노려지고 있던 걸로 봐서 적어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도망칠 때에 저 용이『반역자』라고 불렀고 말이지.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지만.
“그 결과, 막다른 길목에 가로막혀버리고 말아서 말이다.
거기에 마침 네가 떨어져 준 덕분에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었다는 거지.”
전의 엘피스자크라면 저 용을 상대로 해도 이겼을 테지만 아무래도 약해져 있는 모양이다.
디디고 있던 땅이 무너진 건 이 녀석들의 전투에 여파에 휩쓸렸기 때문인 건가.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군.
“그래서……그러는 너는 누구냐?”
나한테 질문을 하는 엘피스자크한테 적의는 없다.
현재로선 나하고 싸울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바로 싸울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추면서 일단 그녀의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이오리다. 미궁에 볼일이 있어서 여기 있지.”
“호오. 보아하니, 왕국의 인간은 아닌 것 같구나. 모험가나 그런 거겠지?”
“뭐, 대충 그런 거다.”
그렇군, 그렇군 하며 엘피스자크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미궁이 멈춘 건, 네가 한 일이냐?”
“그래. 저 용한테서 도망치는 중에 가져왔다.”
엘피스자크가 품에서 손바닥으로 감싸쥘 수 있을 정도 되는 크기의 구체를 꺼내들었다.
그건 희미하게 무지갯빛을 신비하게 발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미궁핵이다.
“뭐냐. 미궁핵에 볼일이 있던 것이냐?”
내 시선에 눈치를 챈 건지 구체를 나한테 보여주면서 엘피스자크가 물어왔다.
어떻게든 해서 이 마족한테서 미궁핵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솔직하게 대답하는가, 숨기는가.
“그럼, 너한테 주마.”
고민하고 있는 나한테 엘피스자크가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괜찮은 거냐?”
“그래. 들고온 건 좋지만, 나한테는 필요가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감사히 받아두면 된다.”
툭, 하고
맥이 빠질 것처럼 간단하게 엘피스자크가 미궁핵을 건네 주었다.
받아든 미궁핵에서 막대한 마력의 파동이 전해져 온다.
“……알겠어. 고맙다.”
“흐흥.”
일단 미궁핵은 가방 속에 넣어 두자.
깜짝 놀랄 만큼 간단히 목표를 입수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오리라고 했었지. 너는 아직 이 미궁에서 뭔가 할 일이 남아있는 거냐?”
“아니, 미궁핵이 목적이었으니까 남은 건 여기서 탈출하는 것 뿐이야.”
엄밀히는 하나 더 있지만 그건 내버려 두자.
미궁핵을 사용해서 힘을 되찾을 수 있다면 대부분은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복수도 간단히 진행할 수 있다.
“그건 마침 잘 됐군. 이오리, 나한테 협력해라.”
“……협력?”
갑작스런 제안에 무심코 다시 물어보고 말았다.
“같이 싸운다고 해도 좋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밖으로 나가는 전이진은 14층에 있는 모양이다.
우리들이 있는 건 그 아래, 15계층이다.
엘피스자크는 이 15계층에 있었던 미궁핵을 빼앗은 뒤, 전이하기 위해 14계층으로 향했다.
14계층에서 저 용하고 싸우고 있던 건 탈출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아마도 저 용은 전이진 앞에서 내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쫓아오지 않았던 건 네가 전이진이 있는 곳까지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언어를 사용하고 있던 걸로 봐서 저 용은 지능이 높다.
잠복하고 있다해도 이상할 건 없을 것이다.
엘피스자크의 말을 곱씹어보면서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생각한다.
저 용은 엘피스자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거기에 휘말린 것이다.
그렇다면, 엘피스자크하고는 다른 루트로 도망치면 될 뿐인 이야기 아닌가?
“밖으로 나가려면 위 계층으로 올라가 미궁의 입구에서 탈출한다는 수단도 있는데.”
“그건 현실적이지 못하군. 저 용은 마술을 사용해서 지면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위쪽으로 도망친다 해도 탈출하기 전에 붙잡힐 테지.”
그리고, 라며 엘피스자크가 말을 이었다.
“저 무례한 자는 언동으로 봐서 상당히 끈질긴 성격을 하고 있다. 나는 물론, 그 곳에 나타났던 너도 도망치게 두진 않겠지. 각자 행동을 하더라도 한 쪽을 처리한 뒤, 다른 쪽도 쫓아올 거다.”
내 생각을 간파한 듯한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치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저 정도의 거대한 몸을 가진 바위굴 용이라면 내 다리로 도망쳐도 쫓아올 가능성이 있다.
“혼자서 계층 아래쪽까지 내려올 수 있었으니 실력은 꽤 있겠지? 나하고 연계를 하면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다.”
엘피스자크가 말하며 손을 뻗어왔다.
함께 싸우라고, 그 눈이 말하고 있다.
“……나는 저 용한테 데미지를 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공격은 사용할 수 없다고.”
여기에 오는 동안 자신의 역량은 완전히 파악했다.
전성기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사용했던 고유 마술도 지금으로썬 마술과 마력 부여품을 사용해도 겨우 몇 퍼센트 정도의 힘 밖에 낼 수 없는 것이다.
“문제 없다. 내 마술은 저 용한테도 데미지를 줄 수 있지. 너는 시간을 벌어주면 된다.”
엘피스자크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나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너무 조건이 좋다.
“……만나자마자, 그것도 인간한테 잘도 같이 싸우자는 제안을 하는군.”
이 녀석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처음 보는 타인이다.
그것도 마족과 적대하고 있는 인간.
그런데도 아무런 경계심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괴상하잖아.
뭔가를 꾸미고 있다?
탈출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지금 여기서 처리해 버리는 편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엘피스자크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를 도와줬으니까 말이다. 거기엔 인간도 마족도 상관없지 않느냐?”
“――――”
그게 당연한 거라는 듯이,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뭐?”
인간도 마족도 상관없다고?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녀석은.
영문을 모르겠다.
“게다가 사람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다. 너는 나와 같이 싸우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인간이다.”
변함없이 엘피스자크는 거만하게 말한다.
나를 띄워주려고도, 비위를 맞추려고도 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
얘기를 받아들이느냐, 거절하느냐.
한동안 생각하다, 이윽고 결론을 냈다.
“……알겠어. 이 미궁을 나갈 때까지 협력하지.”
“으음, 현명한 판단이로군.”
엘피스자크는 기쁜 듯이 웃음을 보이면서 거만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
신용한 게 아니다.
오히려, 방금 전 한 말로 인해 더더욱 믿지 못하게 됐다.
비슷한 말을 과거의 동료, 루시피나가 말했었다.
인간도 마족도 마찬가지라고.
그렇게 말한 입으로, “진짜 그런 걸 생각하고 있던 거냐.” 라며 나를 비웃었던 것이다.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거라면 그걸로 좋다.
배신할 생각이라면 바라던 바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먼저 배신해 버리면 될 뿐이니까.
이제 속지 않는다.
두 번 다시, 같은 철로는 밟지 않는다.
여기서 살아서 나가기 위해 마음껏 이용해 주겠어.
◆
엘피스자크. 너는 진짜로 저 용을 쓰러트릴만큼의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거냐?“
여기서 탈출할 수단을 정한 뒤, 우리들은 전이진이 있는 계층을 향해 걷고 있었다.
“흥,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모르니까 물어보고 있는 거야.”
“음…….”
아니, 실력은 알고 있지만.
사천왕은 아닌 것 같고, 결국 이 녀석은 마왕군의 뭐였던 걸까.
“안심해라.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전력을 낼 수 없지만 그래도 저 용을 물리칠만큼의 마술은 사용할 수 있다.”
전력은 낼 수 없다, 인가.
뭐, 그 때의 실력이 있다면 저 용을 쓰러트리는 것 정도는 간단할 것이다.
“이 나하고 파티를 짠 것이다. 너는 반드시 미궁 밖으로 돌려보내 주지. 커다란 선박에 탄 기분으로 있으면 된다.”
“……그래. 기대하고 있어.”
이런 말을 하고 있지만, 대체 어디까지 신용할 수 있을지.
배신당했을 경우의 일은 당연히 생각해 두고 있다.
저 용은 엘피스자크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고, 그걸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같이 싸우는 관계이긴 하지만, 동료가 된 건 아니다.
단지 서로 이용하고 이용할 뿐인 관계다.
인간의 적인 마족인 시점에서 아무리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줘도 신용 같은 건 할 수 없다.
……몇 년도 넘게 여행을 한 동료조차 간단히 나를 배신했으니까.
언제, 이 녀석의 마음이 바뀌어도 괜찮도록 항상 태세를 갖추고 있다.
허를 찔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수상한 거동을 보이면 단칼에 목을 떨어트릴 것이다.
“왜 그러느냐. 괜스레 내 거동을 보고 있군.”
“아니……아무것도 아냐.”
허튼 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아도, 감은 날카로운 모양이다.
약해져 있긴 하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흠……역시 너, 나한테 한눈에”
“안 반했어.”
“음……그런가.”
방심은, 금물이다.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14층으로 올라가 전이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바로 앞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라.”
“……그래.”
마소가 옅어진 영향으로 인해 완전히 마물의 모습이 사라져 있다.
약한 마물은 죽고, 강한 마물은 마소를 찾아 미궁 밖을 향하고 있을 테지.
싸울 상대가 흙의 마장뿐이라고 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녀한테 안내를 받아 나아간 끝에 있던 건 원형의 넓은 방이었다.
방금 전 작은 방처럼 벽이 음푹 패여서 만들어져 있다.
방 안쪽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진 길이 이어져있다.
아마도 저 끝에 전이진이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 방 안으로 발을 디뎠다.
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없다.
하지만, 알 수 있다.
“거기 있겠지? 숨어 있지 말고, 나오는 게 좋을 것이다.”
『――호오』
방 안에 목소리가 울려퍼지는가 싶더니 방 중앙에서 암석에 뒤덮인 거대한 팔이 솟아올랐다.
질척질척 하고, 마치 수면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지면에 파문을 만들어가면서 흙의 마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흙 도마뱀을 아득히 뛰어넘는 거대한 용이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이 몸한테 죽을 결의가 생긴 것 같군』
마석을 쥐어들고 보검을 뽑았다.
흙의 마장의 몸은 전부 튼튼한 암석으로 덮어져 있어서 “파괴 마술”을 사용해도 데미지를 줄 수 없을 것이다.
“멍청한 것. 우리한테 패배하는 건 네 놈 쪽이다.”
엘피스자크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흙의 마장을 도발한다.
불쾌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흙의 마장이 나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왜소한 인간이여. 네 놈도 내 방해를 한 빚은 확실히 받아가도록 하겠다』
엘피스자크가 말한 대로 확실히 나도 노려져 있는 것 같다.
그건 예상 안이었다.
“바라던 바다, 흙의 마장. 엘피스자크, 물러나 있어. 이 녀석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뭐라고?』
이미 이 용의 성격은 엘피스자크한테서 들었다.
방금 전의 언동에서도 이 녀석이 자신의 힘에 자신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도발.
“이해가 안 가는 거냐? 미궁핵을 빼앗으려고 하는 얼간이는 나 혼자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한 거다.”
『――큭!!』
내 도발은 성공한 모양이다.
흙의 마장의 거대한 몸이 분노로 인해 떨리고 있다.
“이오리여. 계획대로 부탁한다.”
“……그래.”
그렇게 말하고는 엘피스자크가 뒤로 물러났다.
어디까지 작전대로 움직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해둔 작전대로 움직이자.
즉 나는, 흙의 마장을 상대로 혼자서 싸워야만 한다.
『좋다……』
흙의 마장이 거대한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며 외친다.
『이 몸의 이름은 “흙의 마장” 바르길드! 얼른 찌그러져라, 인간!!』
흙의 마장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그래, 그 말대로군.
미궁핵을 손에 넣은 지금 이미 여기에는 볼일이 없다.
그러니까 얼른 사라져라, 흙의 마장.
이렇게 해서 흙의 마장과의 전투가 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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