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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재림(再臨)
제 11화 『소녀는 말한다』
“사실은 말이다, 지금 나는 머리만 있는 것이다.”
겨우 벽에서 땅으로 내려오자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꺼냈다.
미궁으로 가는 사정, 나를 데리고 가려는 이유를 물었는데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건, 두개골만 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냐?”
“전혀 다르다! 그보다 그 말투, 약간 나를 바보 취급하고 있지 않느냐?”
“………….”
그러면서 엘피스자크가 화난 모습으로 설명을 시작했따.
그걸 요약하자면 이렇다.
지금의 엘피스자크는 몸과 마력을 다섯 개로 분할되어 있다.
여기 있는 건 머리만으로, 남은 부위는 다른 미궁에 봉인되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약체화되어 있는 건 그게 원인인 모양이다.
“나눴다니, 몸은 제대로 있잖아?”
“이건 마력으로 만들어낸 분신체다. 진짜 몸이 아니지. 분신체를 없애면 나는 목만 남게 된다.”
“그건 꽤 충격적인 장면이군…….”
엘피스자크의 머리는 이 나락 미궁에 봉인되어 있었다.
마침 오늘 스스로 그 봉인을 풀어서 머리만 가지고 도망치려고 했다는 듯하다.
그러던 중에 흙의 마장한테 쫓기게 되었다, 라는 건가.
“나는 봉인된 몸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미궁에 가야만 하는 것이다.”
“봉인이라니, 대체 왜 그렇게 된 거야?”
내가 살해당한 뒤에 류자스 일행한테 봉인이라도 당했던 건가?
아니, 그러면 일부러 오장 미궁에 봉인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내 질문에 엘피스자크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입을 뗐다.
“오르테기아・반・자레펠드. 나를 봉인한 건 현재 마왕이다.”
마왕 오르테기아.
과거 내가 싸우고, 바로 직전까지 몰아세웠던 최대의 적.
마왕군을 다스리고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존재다.
“……어째서 네가 오르테기아한테 봉인을 당한 거야. 너도 마왕군이었던 거 아니야?”
“말했잖느냐. 나는 마왕군을 빠져나왔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왜 네가, 마왕한테 직접 봉인되어야만 하는 거지?”
내 질문에 엘피스자크가 스스로를 비웃듯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이봐, 이오리.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나?”
“……? 응.”
엘피스자크・기르데갈드.
그게 이 녀석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엘피스자크・반・기르데갈드.
나는 말이다, 옛날에는 이렇게 이름을 댔었다.”
그게 왜 그러는데, 라고 말하려다가 나는 떠올렸다.
오르테기아・반・자레펠드.
그 마왕의 이름에도, “반”이라는 문자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걸.
“너, 설마.”
“그래.”
먼 곳을 보는 듯한 그런 눈매로 엘피스자크가 말했다.
“나는 말이다, 「전 마왕」인 것이다.”
◆
전에 들었던 적이 있다.
“마왕”이라는 호칭은 마족 중에서도 가장 강한 사람한테 부여되는 호칭이라고.
마왕을 격파한 마족은 다음 마왕으로 선택된다.
그 때 마왕이 됐던 증명으로써 붉은색의 문장이 생겨난다.
그걸 “마왕문”이라고 한다.
오르테기아의 몸에 붉은 문장이 있는 걸 나는 봤다.
“내 이건, 그 찌꺼기다.”
스스로를 비웃듯이 말하는 엘피스자크.
그 몸에는 색을 잃은 “검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마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졌을 때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변색했다는 모양이다.
“내가 마왕의 자리에 앉아있던 건 겨우 몇 년 뿐이었다. 세계에서 나타난 인간 용사――아마츠의 이름이 세계에 퍼지는 것보다도 전의 얘기다.”
내가 이 세계에 왔을 때에는 이미 오르테기아가 마왕이었다.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나는 온건파 마족이었다. 마왕이 됐던 날부터, 인간하고의 투쟁을 가능한 한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게 맘에 안 들었을테지, 라고 엘피스자크가 중얼거렸다.
“오르테기아를 시작으로 한 투쟁을 바라는 마족이 나한테 반기를 든 것이다. 그 때 나는 오르테기아한테 패배해, 마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지게 되었다.”
“그래서……오르테기아가 마왕이 됐다는 건가.”
마왕군의 공격이 격렬해진 건 내가 소환되기 얼마 전부터다.
그 때까지는 작은 싸움 정도의 분쟁은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본격적인 싸움은 없었다고 한다.
마왕이 엘피스자크한테서 오르테기아로 바뀐 게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은 부하를 인질로 잡아서 나한테 인간하고 싸우는 걸 강요했던 것이다.”
내뱉는 듯한 괴로운 목소리.
온건파였던 전 마왕을 싸우게 만들다니 참으로 얄궂다.
아아, 그런가.
그래서 이 녀석은 “사천왕”이 아니었던 건가.
반역의 위험이 있는 녀석한테 지위는 줄 수 없을테니 말이다.
“나는 몇 년 동안 오르테기아의 부하로써 따랐다. 동료를 구하고 반역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세계에서 소환되었다고 하는 “영웅 아마츠”가 소환된 것이다.
“아마츠를 죽이면 인질을 해방시켜 주지――오르테기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 결과는, 나도 알고 있다.
엘피스자크는 패배하고 나를 죽일 수 없었다.
“그 뒤는, 어떻게 됐지?”
“인간 여자하고 귀신족 남자. 루시피나와 디오니스라고 했던가. 그 두 사람은 네 전 동료였지.”
“……그래.”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엘피스자크가 말했다.
“……미리 손을 맞춰뒀던 거겠지. 그 두 사람은 너를 죽인 뒤, 마왕군으로 돌아섰다. 마술사 남자를 빈사상태까지 몰아세우고 껄껄 웃고 있었지.”
“큭!”
……아무래도 류자스의 말은 진짜인 것 같다.
“그 뒤, 나는 그 두 사람에 의해 오르테기아가 있는 곳까지 끌려갔다. 만신창이가 된 나를 보고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네놈은 이제 볼일 없다』라고.”
언제부턴가, 엘피스자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고 피를 토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인질은……동료는, 한참 전에 살해당해 있었고! 오르테기아는 내가 인간하고 싸우는 걸 보고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츠를 죽이면 인질을 해방한다.
그런 약속, 오르테기아는 맨 처음부터 지킬 생각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소리치는 나를 보고 귀신족 남자와, 루시피나인가 하는 여자가 정말로 재밌다는 듯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지금까지 장난을 치면서도 담담하게 행동했던 그녀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격한 감정.
어느 정도의 분노인지는 그 격정을 보고 알았다.
“『너도 아마츠하고 똑같이 웃기는 광대였어』라면서 말이다!!”
세계가 흔들리는 건가 하고 착각할 정도의 살기.
“――――”
그걸 자신이 방출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엘피스자크가 한숨을 쉬었다.
“……엘피스자크.”
“……미안하다. 약간 너무 감정에 휩싸였다.”
감정을 억누르듯이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뒤, 내 몸을 루시피나라고 하는 여자가 다섯 개로 분할했다.”
마왕 클래스 정도가 되면 그렇게 간단히는 죽지 않는 듯하다.
살해당해도 시간을 들이면 소생하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엘피스자크가 소생하지 않도록 몸과 마력을 분산했다.
“그리고 조각조각이 난 나를 오르테기아의 명령으로 그 여자가 봉인했다.”
“……봉인? 루시피나가 말이야?”
그 녀석이 봉인을 사용하다니, 본 적이 없다.
루피시나의 마술은 “베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봉인이나 결계 등 그러한 마술은 류자스의 것이었을 것이다.
……다른 마술을 사용하는 걸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그렇게 해서 나는 오장 마술에 봉인되었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거지.”
머릿속에서 정보가 이어졌다.
엘프시자크가 이 미궁에 있었던 이유.
흙의 마장한테 노려져 있었던 이유.
어째서 힘을 잃은 것인가.
“그래서……나는 힘을 되찾기 위해서 미궁에 잠입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궁에 가야만 한다는 말의 의미도 이해했다.
“………….”
엘피스자크도 나와 마찬가지로 오장 미궁에서 할 일이 있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 목적도 『과거의 힘을 되찾는 것』, 이렇게 일치되어 있었다.
“……너는, 오르테기아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냐.”
무의식 중에 그런 질문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엘피스자크의 경우는 아주 약간, 나하고 비슷했다.
동료한테 배신당해 살해당한 나와, 동료가 살해당하고 자신도 봉인당한 엘피스자크.
그렇다면 그녀가 앞으로 갈 길에 있는 건,
“나는――”
엘피스자크가 내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을 때였다.
움찔, 하고 등골에 소름이 내달렸다.
누군가가 노리고 있는, 그런 감각.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 것과 동시.
“큭――!”
그때까지 내가 서 있던 곳으로 마술이 꽂혀들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여러 사람의 기척.
줄줄이 우리들이 있는 방 밀려 들어오고 있다.
갑옷을 입은 체형 좋은 남자들.
검은 로브를 입은 지팡이를 든 남자들.
두쪽 다 가슴에 본 적이 있는 나라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왕국 기사단과, 왕국 마술사들.
“……왕국의 인간인가.”
어느새 엘피스자크가 내 옆에 서 있었다.
그 눈은 진홍빛으로 빛나고 있다.
경계하는 우리들을 앞에 두고 기사들과 마술사가 길을 트더니 한 사람의 남자가 나타났다.
검은 로브를 펄럭이면서 매우 유쾌하다는 표정으로.
“크하하하! 따라오는 게 정답이었군!”
그 거슬리는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바로 깨달았다.
“여어,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군. 안 그래? 아・마・츠・키, 이오리 군?”
그렇게 말하며 류자스가 사납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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