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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용사의 복수담~실망했습니다, 용사 그만두고 전 마왕하고 파티 짜겠습니다.'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1장 재림(再臨)
제 6화 『낙하, 그리고 해후』
이 세계에는 『오장 미궁(五将迷宮)』이라고 불리는 다섯 개의 미궁이 존재하고 있다.
마왕으로 인해 만들어진 마왕군의 거점지.
“마장”이라고 불리는 강대한 마족이 수호를 맡고 있어서 한 나라의 병력을 가지고도 돌파하는 건 어렵다.
이 『나락 미궁』도 오장 미궁 중 하나다.
흙과 관련이 있는 힘을 가진 마물이 많이 태어나고 있다.
미궁핵을 지키는 것도 “흙의 마장”이라고 불리는 마물, 혹은 마족이다.
전에는 분명 총 합해서 15계층까지 있었을 것이다.
밑을 향해서 이어지는 동굴 형태로 되어 있고, 지면이 무너진다고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강한 충격을 주면 바닥이 무너지기 때문에 전투 때에는 주의해야만 한다.
지금도 15계층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밑으로 내려갔다.
마석을 사용해서 신체 강화 마술을 발동.
동시에 은폐 마술도 사용해서 기척을 숨겨 뒀다.
『그르아아아아!!』
하지만 그 중에 감각이 날카롭고 나를 눈치채는 마물이 있다.
몸이 진흙으로 만들어진 요괴, 매드 오우거가 쿵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흡!”
『그아아아아!?』
통나무 같은 팔뚝을 피하고 보검으로 목을 베어낸다.
역시 베는 맛이 좋아서 진흙 요괴는 단번에 부서졌다.
“이 정도라면 신체 강화하고 검술만 가지고 쓰러트릴 수 있겠네.”
지금까지 싸워왔던 마물의 움직임은 대부분 머릿속에 들어있다.
『마술 강화의 반지』와 마석 덕분에 평상시보다 상당히 잘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지금 내 역량을 확인하면서 미궁 안으로 걸어간다.
마석을 사용해도 과거 전성기 같은 높은 위력의 마술은 사용할 수 없다.
하급 마물이라면 모를까 상위 마물한테는 속임수 정도로밖에 쓸 수 없을 정도다.
우선은 검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마술은 서포트라는 방식을 취하기로 하자.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마물은 무시.
눈치채는 마물은 재빨리 쓰러트린다.
내부 구조가 변해있기 때문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는 데 약간 애를 먹었지만 큰 전투 없이 움직여 왔기에 상당히 순조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아아아아!!』
『브오오오오오오!!』
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잠깐.
8층까지 내려오자 엄청난 숫자의 마물들과 만나고 말았다.
몬스터 하우스냐, 라고 태클을 걸고 싶어질 정도의 수가 계단 주변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진흙 요괴나, 스켈레톤, 흙 도마뱀(로크 리자드) 등, 엄청난 수의 마물이 일제히 달려들어온다.
“칫!”
공격을 피하고 베어낸다.
한 마리 한 마리는 별 거 아니다.
지금의 나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성가신 건 그 숫자다.
“……귀찮군.”
다음 수를 사용하려고 가방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마물들이 날아가고 벽에 부딪쳐 찌부러졌다.
『아아아, 오랜만의 인간이다아』
내 앞에 나타난 건 유달리 커다란 진흙 요괴였다.
살이 찐 몸을 흔들어대면서 천박스런 미소를 짓고 다가온다.
『히히히히. 젊은 여자가 더 좋았지만, 남자도 상관없어. 떡이 되도록 짓뭉개주지 』
“희소종인가.”
대부분의 마물은 지능이 낮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지능이 높고 말할 수 있는 마물이 나온다.
그런 희소종은 평범한 마물보다도 강하다.
『피라미들, 방해란 말이다아아!』
그 진흙 요괴가 웃어대면서 주변에 있는 마물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동족일 터인 다른 진흙 요괴도 휘말려들어 납작해져 죽었다.
“이봐. 그 녀석들 네 동료 아니냐?”
『아앙? 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 자식들, 알 게 뭐야』
“그런가.”
마물이라는 건 원래 이런 것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욕망만으로 동족조차 죽인다.
지능이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아아, 뭐야.
인간들이나 마족이나 다를 거 없잖아?
그걸 알고 있어도, 지금은.
“――조금 불쾌하군.”
매드 오우거가 주먹을 휘둘러 온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일격에 고깃덩어리가 될 일격이다.
그걸――보검으로 흘려보낸다.
전투 중에 익힌, “유검”의 기술이다.
영웅 시절에 습득했던 부드러움으로 제어하고, 부드러움으로 끊는 검술.
『아앙!?』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을 갖고 있던 것인지 매드 오우거가 경악의 표정을 짓는다.
경악으로 인해 몸이 굳은 순간 매드 오우거의 몸을 보검으로 베었다.
『끼, 아아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서 매드 오우거가 땅에 쓰러졌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그대로 절명했다.
『키이이!?』
희소종이 당했다는 사실에 주변 마물들에서 공포감이 일어난다.
그 틈을 타 나는 그곳을 벗어났다.
◆
그 뒤로 몇 초 뒤,
계단을 내려가 11층까지 내려와 있었다.
하지만 내 뒤를 쫓아오는 마물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만 있다.
마치 백귀야행처럼 줄줄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다.
기동성을 중시해서 가벼운 장비를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방어를 중시해서 갑옷이라도 입고 있었으면 제대로 손도 못 썼을테지.
『――샤아아아아아』
정면을 막아서듯이 거대한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흙 도마뱀이라고 물리는 도마뱀의 하반신과 골렘의 상반신을 가진 마물이다.
이 나락 미궁에서는 높은 위험도를 자랑하고 있다.
『기이이이!!』
흙 도마뱀이 입을 벌리는가 싶더니 안쪽에서 하얀 구슬을 토해냈다.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흙 도마뱀의 실이다.
그게 계속해서 땅에 달라붙고 이리저리 튀어 통로를 막고 말았다.
“……어쩔 수 없군.”
가방에서 마석을 동시에 여러 개 꺼냈다.
흙 도마뱀의 공격을 피하면서 쥐고 있는 마석 안에 있는 마력을 폭주시켰다.
“――” 파괴 마법(브레이크 매직) ”
폭주한 마석을 뒤에서 쫓아오는 마물들한테 투척했다.
마석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가, 그 직후 소리를 내면서 힘차게 폭발했다.
폭발에 휩쓸린 마물들이 날아간다.
하지만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마물은 이 정도로는 아직 쓰러트릴 수 없다.
다른 마물이 동료의 시체를 밟고 넘어 나를 향해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그르으으으으으!?』
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지면이 기세좋게 무너져 내렸다.
그 붕괴에 휩쓸려 마물들은 계속해서 밑으로 떨어져 갔다.
“영, 차!!”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흙 도마뱀한테서 도망치기 위해 힘차게 그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석을 추가로 사용해서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고 마물이나 암석 위에 계속 올라탔다.
“「돌풍」”
다음 계층의 지면이 가까워지는 타이밍을 맞춰서 마석으로 돌풍을 만들어 냈다.
낙하의 충격을 완화시키고 어떻게든 지면에 착지했다.
“약간 너무 무리했네…….”
주변에는 위에서 떨어진 시체들과 낙하해서 짓뭉개진 마물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중에는 나를 쫓아왔을 터인 흙 도마뱀도 섞여 있었다.
이걸로 일단 대량의 마물한테 쫓기고 있던 상황은 리셋시켰다.
너무 다이나믹하긴 했지만 짧은 시간에 오는 것도 성공이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었던 방법이군.”
여긴 12계층.
계층의 숫자가 바뀌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하고 똑같다면 남은 건 3계층이라는 게 된다.
미궁핵과 그걸 지키는 흙의 마장도 근처에 있다.
이 미궁의 마물이라면 둘러싸이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다.
대량의 마석과 마력 부여품을 사용하면 흙 장군의 빈틈을 타 미궁핵을 빼앗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음……저건.”
짓눌려 죽어있는 흙 도마뱀한테 다가가자 소프트 볼 정도 크기의 하얀 구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흙 도마뱀한테서는 매우 접착력이 높은 체액을 내포한 『실고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루는 법은 어렵지만 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방 안에 넣어 뒀다.
“좋아…….”
이어서 마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한 뒤 다음 계층을 향해 걸어나갔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공중에 떠도는 마소가 상당히 진해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마소가 반짝반짝 빛나며 약간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감탄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
마소라는 건 마물을 만들어내는 기체, 그리고 동시에 행동에 필요한 산소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 마소가 진해지는 밑 계층에서는 더 많이, 그리고 더 강한 마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갔더니 엄청난 수의 마물한테 발견 됐습니다――라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경계하고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순간에는 용사의 힘에만 기대지 않고 다른 기술을 배워둬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검술이나 이러한 미궁에서 걷는 법 같은 게 여기에 와서 도움이 되고 있다.
……가르쳐 준 녀석을 떠올리면 무척 울적한 기분이 들지만.
바닥을 가볍게 진동시키면서 걸어다는 흙 도마뱀을 지나쳐 보내고 마소가 더 진해지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을 들여 겨우 13계층까지 내려왔다.
“앞으로 조금이야.”
미궁 하층에는 미궁핵 외에도 밖으로 나가는 전이진이 설치되어 있다.
밖으로 향하는 일방통행 전이진이긴 하지만 이걸 사용하면 미궁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미궁핵과 전이진의 위치를 확인.
그 뒤 흙의 마장을 지나치게 하면서 미궁핵을 획득한다.
곧장 전이진으로 달려들어가 미궁에서 탈출.
작전을 짜자면 이런 형태가 최고일 것이다.
전에 왔을 때는 흙의 마장이라고 이름을 댄 거대한 골렘이 미궁핵을 지키고 있었다.
꽤 강했지만 움직임이 둔하고, 지능도 그렇게 높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번에는 흙의 마장과 정면으로 싸웠지만 이번에는 미궁핵만 손에 넣으면 곧장 도망치면 된다.
불확정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미궁은 탈출 뒤에 사용하고 싶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중간에 사용해서 힘을 되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몇 가지 패턴의 작전을 짜 놓는다.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
쿠르릉, 하고 땅이 흔들렸다.
아니, 아니다.
미궁 전체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이건――”
슥, 하고 미궁에 떠돌고 있던 공기가 일변했다.
주변에서 마물들의 괴로운 듯한 포효가 울려퍼진다.
이 현상을 과거 다섯 번 정도 경험했던 적이 있다.
“미궁핵을 빼앗긴 건가.”
이 무슨 타이밍이냐.
누군가한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하층에서 연속해서 폭발음이 들리고 있다.
아마 누군가가 흙의 마장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둘 다 이동하면서 싸우고 있는 것 같아서 폭발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어떡하지…….”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미궁핵이 필수다.
누가 한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가게 둘 수는 없다.
하지만 흙의 마장과 싸우고 있다면 귀찮은 일이 되는데.
“――――”
움찔, 하고 등골에 오한이 일고 튕겨나가듯이 뒤쪽으로 도약했다.
찰나, 그때까지 서 있던 곳을 거대한 암석 말뚝이 꿰뚫었다.
“뭐,”
경악과 함께 말뚝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금이 퍼져간다.
순식간에 금이 퍼져가더니, 그 직후 땅이 붕괴했다.
“제, 기랄!”
사용하는 건 방금과 똑같은 바람 마술.
낙하의 충격을 경감시키고 아래 계층까지 착지했다.
눈앞에는 올려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암석의 산이 우뚝 서 있었다.
『……아무래도 파리가 섞여들어온 모양이군』
땅 깊은 곳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미궁 안에서 메아리친다.
그걸 들은 직후 나는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건 암석의 산이 아니다.
“……바위굴 용(어스 드래곤)”
인간의 머리 크기 정도 되는 두 개의 거대한 눈과, 도려낸 듯한 코.
그리고 마치 말뚝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죽 늘어선 거대한 입.
전신이 암석에 뒤덮인 그 용은 암석의 산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과거에 싸웠던 흙의 마장인 골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
정면에서 싸우는 건 역시 귀찮은 상대로군.
『계속해서 귀찮은 게』
통로를 막듯이 서 있어서 앞으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다행이도 몇 가지 통로가 있었다.
여기선 일단 후퇴,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거기 있는 인간, 날 도와라!”
용의 등 뒤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쪽에는 벽이 있다.
아무래도 목소리의 주인은 벽에 몰려있는 상황인 듯하다.
『칫, 성가시군!』
용이 짜증난다는 듯이 몸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용의 몸이 크게 폭발했다.
저기 있는 소녀가 마술로 공격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미궁핵을 훔친 것도 그녀다.
“미궁핵을 가지고 있는 채로 죽게 놔두는 건 곤란하지…….”
곧바로 판단을 내리고 마석을 꺼냈다.
“용, 나를 봐라!”
『!?』
집어든 마석을 사용해 마술을 발동한다.
사용하는 건 전기 마술.
용의 얼굴을 감싸듯이 거미줄 모양으로 전기가 전개된다.
『큭……!』
별거 아닌 위력이지만 황금처럼 빛나는 전기는 눈을 부시게 만든다.
거미줄에 뒤덮여 용의 움직임이 한 순간 둔해졌다.
“잘 했다!”
그 순간 목소리의 주인이 빠른 속도로 용과 벽 사이에 있는 틈을 빠져나와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나와 엇갈리자 마자 내 손을 강제로 붙잡아 당겨왔다.
“나랑 같이 와라!”
“이, 이봐!”
소녀는 억지로 달리려고 했다.
고상한 몸매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근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소녀를 따라가 달린다.
『놓치지 않는다, 반역자――!!』
등 뒤에서 용의 포효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거대한 몸이 흔들리더니 흙 도마뱀 조차 짓뭉갤 정도의 거대한 팔이 내리쳐졌다.
“큭――”
마치 폭발한 것 같은 충격이 내달리고 그 직후 지면이 거세게 산산조각 났다.
금이 가더니 그 직후 발을 디디던 곳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음…….”
“우, 오오오오오!!”
소녀한테 손을 붙잡힌 탓에 한 순간 반응이 늦고 말았다.
부유감을 느꼈을 때에는 머리부터 거꾸러진 상태였다.
“제,기랄!”
빠른 속도로 지면이 다가오고 머리부터 돌격하기 직전.
“영차.”
뭔가, 부드러운 것에 내 몸이 감싸여졌다.
상황을 살펴보니 마찬가지로 낙하하고 있던 소녀가 나를 받아냈다.
그 상대 그대로 나를 껴안고 있던 사람이 가볍게 지면에 착지했다.
마술도 없이, 이 녀석 진짜로 인간인가……?
“흠. 이런 건 원래 반대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만.”
소녀의 질렸다는 듯한 말투를 들으면서 추가 공격을 경계하며 위를 올려다봤다.
떨어진 구멍에서는 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저 커다란 것도 여기까지는 못 올테지.”
뭔가 근거가 있는 건지, 나를 껴안은 채로 소녀도 위를 올려다보고 중얼거렸다.
용이 쫓아오는 기색도 없고 주변에 마물도 없다.
일단 위험은 가신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너, 꽤나 말랐구나. 제대로 식사는 하고 있는 거냐?”
소녀가 내 몸을 홱, 들어올리면서 그런 말을 했다.
꽤나 자유분방한 소녀로군.
그보다, 언제까지 껴안고 있을 거냐.
“……내려 줘.”
“오오, 그러마.”
방금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녀는 겨우 나를 땅에 내려 주었다.
“……살았어. 고마워.”
“그런 말을 들을 처지가 아니군. 도움을 받은 건 나니까 말이다. 마침 좋은 타이밍에 네가 떨어져 준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다. 살았다, 칭찬해 주마.”
팔짱을 끼면서 거만한 시선에 허풍스러운 말투.
대체 어디 사는 누구냐, 라고 마음속으로 태클을 걸면서도 그 때가 되어서 나는 처음으로 그 소녀의 모습을 제대로 봤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너……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금발에 어딘가 위엄이 느껴지는 황금빛 눈동자.
곳곳이 찢어진 옷에서 보이는 살결에는, 곳곳에 검은 문장 같은 게 새겨져 있다.
모습은 인간에 가깝지만 그녀가 방출하고 있는 마력은 마물의 것이다.
그 신체 능력으로 봐서 추측할 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역시 이 소녀는 인간이 아니다.
“음?”
그 전에, 태평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 소녀를, 나는 알고 있다.
――엘피스자크・기르데갈드.
30년 전, 몇 번이고 싸워왔던 마족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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