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Blade Online》'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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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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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공략 에리어 《버서커 브레이크》.
지하에 있는 거대한 미궁으로, 안에는 광원이 설치되어 있다. 이 에리어는 다른 에리어들과는 다르게 함정이 전혀 없다. 미궁 안의 배치가 변화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꽤 많은 숫자의 희생자가 나온 모양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몬스터한테 살해당했기 때문에. 함정이 전혀 없는 대신 리스폰되는 몬스터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모양이다.
젠 되는 몬스터들은 《언데드 카니발》과 마찬가지로 부패해 있거나 뼈가 되어 있는 호러 계열 몬스터. 하지만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온몸에 갑옷을 장비하고 있거나, 거대한 대검을 장비하고 있다. 내구력이 무서울 정도로 높고, 그러면서도 높은 공격력도 겸비하고 있다.
그래도 공략조 사람들은 데이터를 모아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 드디어 공략조《불멸룡(우로보로스)》는 《버서커 브레이크》의 보스룸을 발견했다.
《불멸룡》은 곧바로 정예부대를 보스룸에 보내 놓고, 되도록 많은 정보를 모아왔다. 정찰 부대 2명의 HP가 위험 구역(레드존)까지 떨어지는 사고가 있긴 했다는 모양이지만, 희생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보스의 이름은 이모탈리티 스컬 솔져.
이름에 있는 이모탈리티, 즉 불멸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듯이 이 보스는 시간이 지나면 HP가 회복된다는 모양이다. 회복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다고 하지만,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성가시다.
용제궁에 모인 공략조 플레이어들은 이 얘기를 듣고 다들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회의실 안엔 무거운 긴장감에 싸여 있다.
보스 공략 회의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지만 다들 이런 긴장감을 몇 번이나 맛보고 있는 걸까.
보스룸의 위치가 특정되고, 정찰 부대를 통해 보스의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구룡이 플레이어들한테 보스 공략 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는 나한테도 왔다. 공략 회의는 처음이기 때문에 긴장할 것 같긴 하지만 꼭 참가해 줘서 공략조에 힘을 빌려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았다.
그런 사건이 있던 직후니, 린한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회의에 대한 건 아무 말도 안 하고 와 버렸다. 거기 있는 플레이어들의 표정은 다들 굳어있었고, 긴장해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Blade Online》에서 탈출하려면 이 게임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그걸 위해 다들 오늘까지 노력해 온 것이다. 회의실에 모인 모든 사람들한테서 진지함이 느껴져서 나는 살짝 다리가 떨렸다.
공략 회의는 상당히 긴 시간을 잡아먹었다. 보스에 관한 자료가 배부되고, 그걸 보면서 대책에 대해 서로 회의를 나눈 뒤, 공략에 참가할 플레이어를 확인하고, 위치 배치를 정한다.
한손검과 방패를 혹은 대검과 방패를 장비한 내구력을 중시한 플레이어가 방패 역할, 다시 말해 탱커 역할을 맡고, 창이나 낫 같은 무기를 쓰는 플레이어가 지원 역할, 쌍검이나 한손검을 장비한 움직임이 빠른 플레이어가 미끼 역할을, 그리고 대검이나 도끼, 해머 같은 공격력이 높은 플레이어가 보스를 공격하는 메인 역할을 맡게 됐다. 일부 희소 무기를 장비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예외로써 각자 자신한테 맡는 역할을 맡게 됐다.
참고로 나는 첫 보스 공략전이라는 이유로 지원 역할을 맡게 될 뻔 했지만, 카타나가 「아카츠키 군의 공격력을 지원으로 돌리기엔 아까워」라는 의견을 내서 최종적으로 메인 역할을 맡게 되고 말았다. 갑자기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다니……. 긴장 때문에 토할 것 같다. 게임 안이니 토하진 않지만.
역할에 따라 모인 플레이어들끼리 인사를 하고 파티를 짠 뒤, 보스의 자료를 살펴보면서 회의를 나누고, 그게 정리됐을 즈음 다시 다 같이 보고를 한 다음, 몇 번이나 확인을 끝마치고 나서야 겨우 회의가 끝났다.
메인 부대에는 구룡이나 가론 같은 잘 아는 사람도 몇 명인가 있었다. 신입인 나를 신경 써 주면서 몇 번이나 말을 걸어준 덕분에 다른 멤버들과도 부드럽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카타나나 도르아, 시오리 일행은 미끼 역할인 모양이다. 그 외에도 몇 명인가 회의실에서 아는 사람을 봤지만, 말을 걸 시간은 없었다.
회의가 끝나고, 플레이어들이 해산한다. 공략은 내일 오후에 치러진다. 방에서 나가는 플레이어들은 다들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채로 나갔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일에 대해 생각하니 무척이나 긴장이 된다.
에리어 보스는 숨겨진 에리어의 보스와 달리, 전투가 시작돼도 전이 아이템으로 탈출할 수가 있다. 그 대신 달려서 보스룸 바깥으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보스 공략에서는 당연하지만 지시가 없는 한 탈출하는 건 허가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도망친 탓에 다른 플레이어가 죽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스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면 도망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보스룸을 나가기 위해선 보스를 쓰러트리던지, 공략 부대에 수많은 희생자가 나와서 퇴각 명령이 나왔을 때뿐이다.
죽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지은 무거운 표정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숨겨진 에리어의 공략 때는 굴브아지오에 대해 레벨이나 전투 방식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 번 쓰러트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싸우게 될 건 미지의 적이다. 실수를 해서 보스한테 맞아버리면 일격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평소 하는 에리어 탐색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갑자기 나는 무서워졌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사라지지 않는다.
장비도 무기도 아이템도 전부 만전의 상태로 준비해 놨다. 몇 번이나 확인했고 빠진 건 없을 터다. 남은 건 내일, 동료들과 보스를 쓰러트리는 것뿐.
그렇게 가슴속으로 생각해 봐도 무거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린의 가게 앞에 있었다. 외관을 바라보면서, 린한테 어떻게 설명할까 하고 생각한다. 공략 회의에는 린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갔지만, 역시 보스 공략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겠지. 내가 죽었을 때를 위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무거운 발을 이끌고, 관계자용 문 안으로 들어간다.
“아, 다녀왔어 오빠?”
NPC의 서포트를 받으면서 착착 요리를 만들고 있는 린이 나를 기쁘다는 듯이 쳐다본다. 내일 있을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뭐라고 말하면 좋지.
“오늘은 일찍 왔네, 어디 갔던 거야?”
린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요리를 차례대로 완성시키면서 그런 질문을 던졌다.
“보스……공략 회의에 갔다 왔었어.”
린의 손이 멈췄다.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괘, 괜찮아. 장비도 만전이고, 내일은 보스를 쓰러트린 축하 파티를 할 테니까 요리 좀 부탁할게!”
최대한 밝을 목소리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한다. 린은 요리를 중단하더니,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리, 린.”
나한테 다가온 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껴안았다. 평소의 부드러운 포옹이 아니라, 내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담겨 있는 포옹이었다. 나는 어쩌지도 못하고 가슴에 파묻혀 있는 린의 얼굴을 바라본다.
“가지 마.”
“린…….”
“지금까지 오빠가 없었어도, 이렇게 공략을 할 수 있었으니까 오빠가 참가 안 해도 괜찮을 거야.”
“분명 그렇긴 한데…….”
“준비는 만전이라고 했지만……보스 공략으로 죽어버리는 사람도 있단 말이야? 그 사람들도 분명 다들 준비하고 갔을 거야…….”
“…….”
“가지 마……죽어버릴지도 모른단 말이야.”
내일, 보스 공략에 참가하지 말고 린의 가게에서 하루 종일 지내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까, 내일도 나 없이 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겠지. 플레이어도 잔뜩 있고, 나 한 사람 빠진다고 해서 그렇게 바뀌진 않을 거야.
죽을지도 모르니까 도망쳐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린을 지켜야 하니까 말이야.
보스한테서 도망치기 위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오리다.
시오리의 우는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를 껴안고 있던 린을 천천히 떼어 놓고, 똑바로 린의 얼굴을 바라본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걱정스럽다는 듯이, 불안하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괜찮아. 나는 강하니까. 그리고 순간 판별 능력도 훌륭하니까 말이야. 보스 공격 같은 거 안 맞아. 그러니까 너는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린은 억지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까딱 끄덕이곤, 나를 한 번 더 껴안았다.
그때, 나는 겨우 깨달았다.
내가 린한테 어떤 감정을 품은 건지.
다음날 아침, 린의 기합이 들어간 아침을 먹고 가게를 나왔다. 린은 역시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해 주었다.
집합 장소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용제궁이다. 워프 게이트를 사용해서 간다.
용제궁에는 이미 수많은 플레이어가 모여 있었으며, 긴장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시오리 일행을 발견했다. 시오리는 플레이어 몇 명의 주목을 이끌고, 뭐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마 동료이리라. 그 중에는 도르아나 나나미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곧 얘기가 끝나자, 나는 시오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자신을 향해 똑바로 다가가는 나를 보고 시오리는 깜짝 놀란 듯했지만 도망치지는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 시오리.”
“좋은 아침이라기보다는 이미 낮이지만요……좋은 아침이에요, 오라버니.”
그렇게 말하고 시오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힘내자.”
“그래요. 그러고 보니 오빠는 전투 중,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죽어버리는 엑스트라 캐릭터 같은 표정을 하고 있네요.”
“아니, 그거 너무 심하잖아!”
어떤 얼굴인데, 그거.
“아닌가요? ……그럼,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셔야 해요……?”
“……그래. 나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겠어.”
“……그건 좀 아니네요.”
그런 식으로 오랜만에 시오리와 대화한 다음, 도르아나 나나미한테도 약간 말을 걸었다.
“어―이 거기 있는, 그, 그게, 그러니까, 어, 누구였더라, 아, 맞아 아카츠키 군 (놀람)!”
“지금 살짝 나 잊어먹지 않았냐?”
“아니아니 아카츠키 군이 엑스트라 얼굴이라 잊어버린 건 아니야 (초조) !”
“왜 저 녀석이랑 짜고 맞춘 것처럼 똑같은 소리를 하는 건데!”
도중에 《유리빛 검》의 멤버와 조우했다. 라산이나 검견, 그리고 길드 마스터인 유리라는 플레이어도 와 있었다.
“이거……오랜만이구나 아카츠키 군 (그리움).”
“오랜만, 아카츠키 군.”
“둘 다 오랜만……그보다 라산 뭔가 캐릭터 바뀌지 않았냐?”
“안 바뀌었어! 나는 늘 나였거든 (나)!”
“아니 괄호 치고 나, 라니 그게 뭐야……어미에 이모티콘을 붙였었던 것 같은데.”
“……뭔가 이 녀석 이모티콘이 질린 모양이라 최근엔 이렇게 괄호 어미를 붙이고 있어요.”
“그 말대로인 것이다 (경악).”
뭔가 캐릭터가 바뀐 라산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일단 처음 만나는 유리한테도 인사를 해 뒀다.
이름대로 유리색 머리칼에 부드러운 보브헤어를 하고 있다. 머리 스타일은 잘 모르지만 아마 보브가 맞다고 생각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카츠키입니다. 늘 라산이나 검견한테는 신세 지고 있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저는《유리색 검》의 길드 마스터를 하고 있는 느낌의 그겁니다, 네.”
“어, 오늘은 열심히 하죠.”
“어, 아,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죠.”
뭔가 이 사람도 버릇이 있는데.
“이렇게 보여도 이 사람은 낯가림이 심해서 말이죠, 살짝 긴장하고 있는 거에요.”
“평소엔 엄청 떠들어 (떠듬).”
검견과 라산이 도와주고 있었다. 엄청나게 떠들어댄다는 모양이다.
별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사를 한 다음 다른 곳으로 향했다.
눈에 띄는 적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내, 곧바로 다가갔다.
가론이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론.”
“오, 아카츠키냐. 어젯밤 이후로군.”
“그래, 어제는 도와줘서 살았어.”
가론과 얘기를 나누고 다른 멤버한테도 인사를 했다. 카이바도 있었다.
그 뒤로 얼마 안 있어 카타나랑도 만났지만 그 녀석을 묘사하는 건 귀찮으니까 생략. “아카츠키 군 너무 하잖아!” 라는 말이 들려온 것 같았지만 역시 생략.
그리고 보스 공략에 참가하는 플레이어가 전원 집합하고, 우리들은 공략 에리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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