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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 5장 제 8화『전설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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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재 일본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되고 있는 '내 애완 동물은 성녀님'의 번역입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


5장 제 8화 『전설의 무기』


쥬젯페가 타치미를 데리고 신전 바깥으로 나가자, 이미 한 대의 마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 옆에 새겨져 있는 그림은 틀림없이 태양신의 성인(聖印). 아무래도 골라이버 신전에서 마중을 나온 듯하다.

그리고 신전에서 나온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건지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레이루크 아니냐.”

“레이루크 매형……?”

“오, 아버지랑 타츠미. 기다리고 있었어.”


마차에서 내린 갑옷 차림의 서른 살 정도의 남자는 멋들어진 미소와 함께 한쪽 손을 슥 들어 올려 타츠미와 쥬젯페에게 인사했다.

그는 레이루크 크리소프레즈. 쥬젯페의 셋째 아들이자, 태양신 골라이버의 신관 전사이기도 한 인물이다.


“네가 마중을 나온 게냐?”

“뭐, 그렇지. 우리 대장이 아버지랑 타츠미를 데리러 갈 거라면 가족인 내가 더 적합할 거라고 해서 말이야.”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루크가 말했다.

확실히 타츠미도 마중을 나온 인물이 친숙한 상대인 편이 편하긴 하다. 실제로 태양신의 신전으로 처음 가는 것이기도 해서 살짝 긴장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 최고 사제님께서 기다리고 계셔. 얼른 태양신의 신전으로 가자고.”


레이루크는 살짝 연기 같은 동작으로 마차를 가리켰다.

익숙한 모습으로 마차 위에 올라타는 쥬젯페를 따라 타츠미는 레이루크한테 싱긋 미소를 짓고 나서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타츠미는 도시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도시 안에선 병사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반대로 마수 사냥꾼의 모습은 평소보다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 상대가 비룡 정도 되면 평범한 마수 사냥꾼들만 가지고는 상대할 수 없다. 따라서 비룡과의 전투에 참가하는 건 마수 사냥꾼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사람들뿐이리라.

도시 안에서 보이는 병사들도 어딘가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며, 짐마차에 짐들을 쌓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비룡 습격 보고는 도시에도 이미 해 놨다네. 병사들의 권유를 따라 도시 주민들도 순조롭게 피하고 있지.”


물론 개중에는 완고히 도시에 남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판자 같은 걸 이용해 집을 강화하고 그 안에 틀어박혀 소동이 끝나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이 도시에 애착이 있어 일부러 여기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것만큼은 잊지 말게나 사위, 그리고 레이루크. 우리들은 시민들의 운명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비룡한테 격파 당하면 시민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쥬젯페의 얼굴을 타츠미가 말없이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속에서 타츠미와 반대쪽에 앉아 있던 레이루크도 평소처럼 미소를 짓고 있긴 했지만 그 눈에는 진지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다. 자신들이 짊어지고 있는 것은 이 도시의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인 것이다. 만약 자신들이 비룡을 쓰러트리는 데에 실패하게 되면 레반티스 도시에 미칠 피해는 엄청나게 커질 게 틀림없다.

자신들의 막중한 역할에 타츠미도 새로이 결심했다.

그리고 타츠미 일행을 태운 마차 전방에 태양신 골라이버의 거대한 신전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태양신의 신전 정면 입구 쪽에 주차된 마차.

타츠미와 쥬젯페가 그 마차에서 내리자 신전의 정면 입구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외견 나이는 타츠미의 옆에 있는 레이루크보다 약간 연상, 즉 30대 중반 정도 돼 보인다.

키가 큰 다부진 체격에 쥬젯페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운 법의를 입고 있다. 그 법의를 보고 타츠미는 서 있던 남자가 누구인 것인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혹시, 저 분이…….”

“그래. 저 분이 바로 우리 대장……골라이버 교단의 최고 사제, 부가랭크 이슈칸 님이야.”


타츠미의 입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을 재빨리 포착한 레이루크가 그 남자의 신분을 설명했다.

서 있던 남자——부가랭크 이슈칸은 타츠미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거리끼는 기색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왔다.


“……자네가 소문의 <하늘> 마법사……타츠미 야마가타인가?”

“네, 네에……제, 제가 타츠미인데요…….”


타츠미보다 부가랭크 쪽이 키가 더 크기 때문에 그는 살짝 허리를 낮춰 타츠미와 시선 높이를 맞췄다. 그러더니 그때까지 험상궂었던 그 표정을 미소의 형태로 바꿨다.


“겨우 만났군! 그래, 자네가 타츠미로군. 하하하, 내 생각보다 작은데!”


부가랭크는 거리낌없이 타츠미의 어깨를 탁탁 쳤다. 그의 손이 어깨로 떨어질 때마다 무시할 수 없는 통증이 내달려 타츠미는 무심고 얼굴을 찌푸렸다.


“대장, 그 정도로 해 두시죠. 타츠미를 너무 괴롭히면 제 여동생이 바득바득 화를 내면서 달려 올 테니까요.”

“오오, 그럼 안 되지. 그 유명하신 《성녀》님한테 얻어맞았다간 우리 신전의 평판이 떨어질 테니까 말이야!”


크하하하 하고 호쾌하게 웃는 부가랭크. 그는 한 차례 웃은 후, 주눅 든 기색도 없이 타츠미와 쥬젯페를 신전 안으로 안내했다.


“이봐, 타츠미. 자네가 여기로 불린 이유……이미 알고 있겠지?”


손님인 타츠미와 쥬젯페를 선도하며 신전 복도를 걸어가면서 부가랭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타츠미한테 물었다.


“네, 대충은……이 신전에 있다고 하는 선대 <하늘>의 무기 때문에……인 게 아닌가요?”

“정답. 자네도 알고 있는 대로, 이 도시는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어. 쓸 수 있는 건 뭐든지 써야 한다, 라는 게 현재 상황이고 우리들의 생각이라는 소리야.”


선대 <하늘>……티에트 자무이가 남긴 무기는 그의 사후, 그 누구도 쓸 수 없었다고 알려졌다.

《대마도사》 티에트 자무이한테는 가족이 없었기에 그의 유산은 당시에 몇 사람의 제자들한테 남겨졌다.

당연히 《대마도사》가 애용한 무기도 제자 중 한 사람이 물려 받았으나, 결국 그 제자는 쓸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죽은 후, 내 유산은 너희들 마음대로 하거라. 하지만 자기가 쓸 수 없는 물건이 있다면 순순히 쓸 수 있는 자에게 넘기도록. 쓸 수 있는 자가 없다면 쓸 수 있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신전에 맡겨 두도록 하여라——


그것이 《대마도사》의 유언이었기에 제자는 그 유언을 성실하게 따랐다.

제자가 물려 받은 무기를 맡길 곳으로써 고른 신전은 태양신 골라이버의 신전. 전쟁의 신으로써의 측면도 지닌 신이라면 무기를 맡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그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계속 우리 신전에 안치되어 있었다는 거지.”

“하지만……똑같은 <하늘>이라 하더라도 제가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시험해 보러 가는 거 아냐.”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린 부가랭크는 씨익 하고 웃었다. 그리고 신전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 앞에서 발을 세웠다.


“여기다. 이 방 안에 티에트 자무이가 남긴 무기가 있어.”


부가랭크는 품 안에서 고풍스러운 세공이 된 작은 열쇠를 꺼내더니 문에 있는 열쇠 구멍 쪽으로 팔을 뻗었다.

덜컹.

작은 그 소리가 타츠미한테는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그 방은 작은 방이었다.

크기로 따져 보면 타츠미와 칼세드니아가 사는 집의 거실보다 약간 좁은 정도다.

방 안에 장식은 전혀 없었고, 그저 방 한가운데에 작은 받침대가 있을뿐.

그리고 그 받침대 위에 티에트 자무이가 남긴 무기가 있었다.

의식하지 않고 숨을 삼키면서 타츠미는 방 안으로 발을 디뎠다.

지금 그 방 안에 있는 것은 타츠미를 포함해서 네 명. 태양신과 풍요신의 최고 사제들과 태양신의 신관 전사인 레이루크, 그리고 타츠미다.

세 사람이 말없이 지켜보는 도중, 타츠미가 천천히 받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받침대 앞까지 다가온 타츠미는 그 위에 놓여 있는 무기를 보고——저도 모르게 얼빠진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 그게……이게 전설의 『무기』……인가요?”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타츠미는 등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틀림없어. 그게 《대마도사》가 남긴 『무기』다.”


부가랭크가 씨익 하고 웃었다.


“어떤가, 사위. 쓸 수 있을 것 같나?”


그렇게 말하는 쥬젯페도 어딘가 즐거워 보인다. 이 경우의 「즐거움」은 틀림없이 장난에 성공했을 때의 「즐거움」인 게 틀림없다.


“아—, 대충 분위기로 보건대, 이 방에 있는 물건이 뭔지 아버지한테 제대로 못 들었구나?”


매형인 레이루크는 이 두 사람의 최고 사제와 달리 연민의 시선을 타츠미한테 보내고 있었다.


“화, 확실히 쥬젯페 씨한테서는 『보는 편이 빠르다』라는 말을 들어서……자세한 설명은 못 들었었는데요…….”


타츠미는 시선을 옮겨 다시 받침대 위에 놓여 있는 「무기」를 바라봤다.

그곳에 있는 물건은.

붉은 기미가 감도는 금빛 사슬이 몇 겹으로 빙빙 감싸여 있는 어느 물체. 타츠미도 그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단숨에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도저히 「무기」로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 둘러져 있는 사슬 쪽이 무기인 걸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사슬의 두께는 여자들이 쓰는 목걸이 정도의 두께다. 평범하게 생각해 보면 무기로써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렇지만 이 세계에는 마법이라는 신기한 기술이 있기에 외견과는 달리 엄청난 강도를 지닌 사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츠미의 눈앞에 있는 그것은 일반적으로 「무기」라 불리는 카테고리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원래 「무기」가 아니라 「방어구」에 속하는 물건이기에.


“…………이건…………장갑……이죠?”

“그래. 자네가 한 말대로 이건 장갑이야.”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던 부가랭크가 타츠미의 질문에 대답했다.

장갑. 즉, 팔을 지키기 위해 쓰는 방어구이다.(*정확히 말하자면 팔 방어구인데 편의상 장갑으로 표현했습니다)

외견상 「《대마도사》의 무기는」 주먹과 손등, 그리고 팔꿈치 언저리를 감싸는 형태의 장갑이었다.



“혹시 이 장갑에 감싸여 있는 금빛의 가느다란 사슬 쪽이 『무기』인 건가요?”

“모르겠구먼? 이 장갑이 여기에 보관되게 된 이후로 그 사슬은 벗겨진 적이 없으니 말일세. 자세한 건 거의 모른다네.”


알고 있는 건 이 장갑과 사슬이 드워프만이 제련할 수 있다고 알려진 주금광(朱金鑛)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금속제라는 것과 어떠한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알고 있는 건 방금 서술한 두 가지 정도고, 나머지는 일절 불명. 애초에 둘러져 있는 사슬을 벗겨내는 방법조차 판명되지 않았고, 실제로 팔에 장착해 볼 수도 없다.


“실제로 장착해 볼 수 있다면 뭐인지 대충 알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네만 말일세.”


강력한 마력이 깃든 무구 중에는 장비한 순간 그 사용법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한다. 그러한 「취득 설명서」 같은 마력 일부가 담겨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 현재도 마봉구를 만들 때 그런 효과를 설정한 것도 있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친절한 계획을 설정하지 않아서 장비해도 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마봉구도 많다고 하지만.

쥬젯페의 설명을 들은 타츠미는 부가랭크의 허가를 얻고 나서 장갑을 손에 쥐었다.

장갑은 대부분이 두 개나 그 이상의 파츠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러한 파츠를 가죽 끈이나 사슬 등으로 고정해서 장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갑 전체에 빽빽하게 사슬이 둘러진 상태인 지금은 파츠로 분해시킬 수도 없어서 이대로는 장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느다란 사슬은 장갑에 몇 겹으로 둘러져 있으며, 그 길이는 사슬의 두께로 추측해 보건대 상당한 길이가 있는 건 틀림 없으리라.

확실히 이래선 과거에 아무도 쓸 수 없었다는 말도 납득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타츠미한테는——아니, 타츠미가 아니면 그 누구도 떠올릴 수 없는 생각도 떠올랐다.


“어라……? 혹시, 이건…….”

“오? 뭐 눈치 챈 거라도 있는 건가?”


타츠미의 표정 변화를 민첩하게 감지한 부가랭크. 지금 그의 표정에는 명백히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게 깃들어 있었다.


“아, 네. 이 장갑 말인데요……장비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츠미의 생각이 올바르다면, 그의 말대로 장비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그것은 타츠미가 아닌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저, 정말로? 좋아, 그럼 예정대로 자네가 장비해서 한 번 시험해 봐.”

“안심하게나, 사위. 저주가 걸려 있지 않은 건 이미 확인해 놨다네.”


최고 사제 두 사람의 허가를 얻고 타츠미는 자신의 마력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발동시킨 것은, 그의……아니, <하늘>의 대명사라 해도 될만한 《순간이동》.

그가 마법을 발동시키는 것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장갑이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에 그의 오른손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타츠미는 장갑을 마법으로 이동시켜 직접 자신의 오른팔에 장비한 것이었다.